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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오수 처리시설 설치 -사찰, 지자체, 환경부 공동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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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2001년 09월 235호
1995년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인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의 경쟁적인 개발로 인해 자연환경과 문화환경을 동시에 갖춘 사찰 역시 각종 개발 열풍에 휩싸이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가 90년대 이후 전국 사찰의 사찰환경분쟁상황을 집계하여 낸 〈사찰환경침해사례집〉에 의하면 무려 100개에 가까운 사찰이 크고 작은 사찰주변의 개발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것을 볼 수 있다. 더구나 이러한 추세는 갈수록 더해 갈 전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사찰의 각종 대형불사와 편의시설의 무분별한 설치, 환경기초시설의 미비로 인한 사찰주변의 자연환경의 훼손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미 사찰의 대형불사는 그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80년대 이후 여가문화가 바뀌면서 늘어난 대규모 관람객을 수용하기 위한 대형불사는 이미 시민환경단체에 의해 지적받고 있는 문제이다. 사찰진입도로 개설을 위한 환경파괴, 대규모 불사를 위한 무단 벌채 등이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사찰에 의해 행해지고 있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하다. 또한, 관광객들과 등산객 등에 의해 발생하는 오수 및 분뇨가 특별한 환경처리 없이 청정한 계곡으로 흘러들고 있다.
1999년 9월 15일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에서 주관한 ‘환경친화적 사찰만들기’ 토론회(사찰지역오수처리문제) 자료집에 실려 있는 국립밀양대학교 환경공학과 이병인 교수의 발제문에 의하면, 산지에 입지한 사찰의 경우 일반적으로 오수처리 및 분뇨처리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실정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일부사찰의 경우에는 오수 및 분뇨처리시설이 설치되어 있으면서 정상가동이 어려운 시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산지에 입지한 사찰지역의 특성상 대부분이 일반 도심지와 같이 하수도시설을 이용하여 방류하거나, 정화조를 갖추어서 처리하는 것은 어려우며, 더욱이 지역특성과 계절변화, 그리고, 유동인구의 변화에 따른 적절한 처리방법의 선정이 어려운 형편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사찰, 종단, 정부의 대응은 더디다. 이미 1994년 11월 14일 개정된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시행령’ 부칙 제2조의 규정에 특정지역 내(자연공원 및 상수도보호구역, 수변구역, 청정지역 등) 건축연면적이 800㎡(242평)이상인 사찰은 1996년 6월 30일까지 오수처리 시설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 차원의 적극적인 실사 또는 대안 마련의 노력은 미미했다. 교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시설 설치비용에 대한 문제로서 접근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사찰의 경우 상주하고 있는 스님 등 거주인구보다 등산객과 관람객 등의 유동인구에 의한 오수발생 부하가 큰 것으로 2000년 조계종 총무원 사찰오수정책연구팀의 조사결과 나타났다. 그런데 현행 ‘오수·분뇨 및 축산폐수의 처리에 관한 법률’에는 이를 건축주가 책임 지도록 명시되어 있다. 또 오수처리시설의 규모 역시 건축물의 연면적을 합산하여 기준을 삼도록 하고 있어 대웅전 등 종교 용도의 비상주 건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불교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형편이다.
사찰의 오수처리시설을 비롯한 환경기초시설의 미비에 대한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찰내부의 인식 부족이다. 전통적인 불교계율에 의해 생활해온 사찰의 운영은 매우 친환경적인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발우공양과 해우소는 가장 환경친화적인 시스템으로 환경학계 및 환경단체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오수처리 역시 전통적으로 연못을 통해 거르거나 미나리꽝 등을 통해 자연적으로 처리해 왔으나, 현재의 탐방객 규모는 이러한 전통적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점을 사찰내부에서는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차원의 정책 부재도 문제이다. 대부분의 전통사찰이 자리 잡고 있는 지역은 정부차원에서 국립공원, 도립공원, 군립공원 및 도시공원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청정지역에 대한 정부차원의 보전 대책이 아직은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립공원의 관리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도립·군립공원의 관리는 지자체가 하고 있어 국가차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부족하다. 또한 우리 나라 환경부 업무의 50%가량이 수질 관련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팔당호 등 대도시 인근의 상수원 관리에도 벅찬 형편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중소 규모 환경시설에 대한 인프라 확충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환경시설의 경우 대규모 기업의 환경시설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기술개발을 하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이윤규모가 적은 중소규모의 환경시설에 전문성을 가진 환경업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 기후조건, 수량 등의 특성에 따른 기술적용이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영세한 환경업체 등이 이를 무시한 채 획일적인 방식으로 시공하고 있으며, 1개소 설치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설치·시공비가 소요된다. 여기에 시설의 연한이 5∼10년 정도여서 이에 따른 전기비 등 운영비 외에도 감가상각비가 엄청난 현실이다.
뒤늦게나마 조계종단 차원에서 2001년부터 사찰오수처리시설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환경부와의 합의를 통해 2002년부터는 의무대상이 아닌 사찰의 경우 설치비를 국고에서 일부 지원하는 것으로 예산반영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사찰오수처리시설 설치뿐만 아니라, 사찰의 환경기초시설을 갖추어 나가는 계기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앞서 열거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사찰오수처리시설을 설치하여 가장 청정한 계곡의 수질과 자연환경을 보전하여 나아가기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들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사찰의 환경기본계획이 있어야 한다. 선대조사들께서 사찰의 입지를 정하고 창건불사를 진행할 때에는 풍수적 요건뿐만 아니라 가람배치 등에 있어서도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최우선시 했다. 사찰의 불사 또는 환경기초시설 등에 대한 설치를 고려함에 있어 해당사찰에 맞는 환경용량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불사방향, 관람·수련인원의 수용, 수행공간의 확보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하며, 조경 및 환경기초시설 설치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둘째, 전통적이고 자연친화적인 환경기초시설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오수처리시설의 경우 현행 정부의 시책은 환경업체의 시설에 대해서만 인정하기 때문에 식물 및 연못을 이용한 전통적인 사찰의 오수처리 방식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전통적 처리방식을 넘어서는 오수발생이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전문적인 검증을 받은 환경기초시설의 설치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산사에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이나 FRP 방식의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환경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볼 때, 자연친화적 처리방식에 대한 정부차원의 연구와 대책이 시급한 현실이다.
셋째, 환경기초시설과 관련한 지역적 개념의 도입이다. 오대산 월정사의 경우 사찰오수처리시설의 모범적인 예로 볼 수 있다. 사찰이 국립공원관리공단 및 사하촌의 오수처리장 부지를 영구임대 해 주고 약 1km에 이르는 하수관로를 매설하여 사찰의 오수처리를 해결하는 방식인데 이는 시설에 대한 사후관리 부담이 없고 지자체가 관리를 담당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이와 같이 지형적, 지역적 여건이 갖추어진 곳에는 연계처리가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지자체의 소극적인 자세로 인해 개별시설별로 기초시설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국가적인 예산낭비가 되고 있다.
최근 불교계에도 ‘생태사찰’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환경위기의 시대에 가장 환경친화적 종교로서 인정받고 있는 불교의 핵심 거점인 사찰이 더욱 생태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은 부처님의 생명존중사상과 연기적 세계관을 실현하는 지름길임과 동시에, 청정한 자연을 보전하여 중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불법의 세계로 이끄는 길이다. 사찰오수처리시설뿐만 아니라, 쓰레기 처리문제, 소각로, 해우소 등의 문제에 있어서도 이제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