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구름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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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담는 오솔길 - 진명
2001년 09월 235호
문득 파란 하늘을 보다가 조각 구름과 눈이 마주쳤다. 일어났다 사라지며 다양한 모습으로 눈을 현혹하는 구름에게 어느새 마음이 빼앗겼다. 그래 마음 빼앗긴 김에 잠시 구름이 되어볼까? 구름이 되어서 허공을 자유롭게 넘나들면 지구 위에 깃들어 살아가는 유정무정들의 삶을 만날 수 있겠지? 그래 잠시 떠나보자.
어느 담장 높은 큰집 마당을 지날 때다. 정원에 나무도 많고, 어! 풀장도 있네! 그런데 물놀이하는 사람은 어디 갔지? 아 그래 폼이구나. 큰 개 두 마리가 멋지게 지어진 집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나오더니 지나는 구름을 보고도 무엇이 그리 거리끼는지 마구 짖어댄다. 아마 주인이 집을 잘 보라고 일렀나보다. 그래 주인의 충직한 하인으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는 네가 소음공해죄로 고소 당하기야 하겠냐. 그래 좀 시끄럽긴 하다만 봐 주마. 다시 흘러 높은 빌딩 허리를 지나다가 샐러리맨들의 일터를 들여다봤다. 마침 잠시 허리를 펴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한 중년 신사와 눈인사를 나누었다. 아침 7시 반이면 출근해서 잘하면 저녁 7시가 되어야 퇴근하고 일이 많으면 밤 10시가 되어서야 집에 간다. 며칠 동안 일이 많아서 아이들 얼굴을 보지 못했으면서도 경제가 불안정해 행여 언제 자리를 비우라고 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그 젊은 가장의 이야기가 뇌리에 맴돌아 아랫마을을 내려다볼 수가 없었다. 고달픈 삶의 이야기가 거기만 있을까. 폭염에도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공사장에서 구슬땀 흘리는 가장들의 이야기며, 공기도 통하지 않는 지하 공장에서 몇 !
푼 안 되는 일당에 목숨을 걸어야 하고, 재래시장에서 광주리에 나물 몇 묶음을 누가 사줄까 기다리고 있는 허리 굽은 할머니의 고달픈 삶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고달픈 삶의 여정을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길 떠난 김에 산허리를 몇 개 넘고 강도 건넜다. 어느 시골 마을을 지나면서 잠시 산허리에 깃들어 쉬고 싶었다. 언젠가 산에 살 때 왜 구름이 산허리를 넘으면서 저렇게 오랫동안 머물러 있을까 궁금했는데 아∼ 그 구름도 ‘이 기분이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에는 소나무가 많아 솔 향기도 좋고 바람도 산들산들 잠시 낮잠을 청하기에 그만인 시간이다. 어딘가에서 바람 따라 향 내음이 묻어오고 또로록또로록 목탁소리가 들린다. 산 중턱 자그마한 암자에서 들려오는 오후 기도정근 소리였다. 그러고 보니 우란분절이 멀지 않았구나… 노련한 염불 소리는 아니지만 신심이 깊게 배어 있는 독경소리에 지나쳐온 고단한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되살아난다. 잠시 마음을 모아 그들을 위해 기도했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지길 바라면서… 그런데 구름은 두 손을 어떻게 모으지? 잘 모르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모으면 되겠지… 혼자 중얼거리면서 발원했다. 산아래 마을 작은 논길에 지게 가득히 풀짐 지고 들어오는 농부 어깨에 실린 삶의 무게는 고단해 보였지만, 자연과 함께 남에게 피해 없이 그렇게 살아가는 그들의 삶이 차라!
리 아름다워 보였다.
모였다 사라지는 조각 구름에 마음을 실고 떠난 길… 세상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은 나를 재촉했다. 내 자리로 돌아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