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좌복 위의 망상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죽비의 소리 - 오성 1997년 08월 186호
장마가 끝나면서 한여름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산으로 바다로 더위를 피해 보지만 어느 선방 좌복 위에 앉아 있는것 만은 못할 것이다. 바깥세상 업이라는 것이 무조건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기에 무한경쟁의 세상은 화탕지옥이다. 이와달리 내 몸뚱이 하나 조복 받으며 앉아 있으면 되는 수행의 세계는 매미의 울음소리와 산새의 날새 짓에도 극락일 수밖에 없다. 극락이란게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자기 분수에 맞게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는데 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것도 아닌 당에서 대선 후보를 뽑는 데 나라 안이 얼마나 시끄러웠는지 모르겠다. 매스컴이 이를 장삿속으로 지나치게 ‘용’ 으로 포장한 탓도 있지만, 너무 국민을 정치적인 데로 관심을 쏠리게 하였다. 정치적 관심이라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이니다. 다만 그 방향성이 왜곡 되었다는 데 문제가있다. 한 인간에게 있어서도 자기 원칙과 삶의 지향하는 바가 분명해야만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한다. 하물며 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사람들로서는 새로운 세계 경제 재편성 과정에 대한 대안 논리, 통일관, 하향길의 국민경제 다시 세우기, 올바른 민주주의 재정립을 위해 정부권력과 지방자치와의 관계설정, 환경문제 등에 관한 분명한 원칙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뜨거운 여름을 달구어 대선을 향한 큰 줄기의 후보들이 선출되었다. 지금이라도 정당한 정책대결과 정책목표를 어떻게 달성하느냐 하는 거품을 뺀 게임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박정희 예찬론과 같은 유치한 게임은 없었으면 한다. 지금 국민에게 필요한 사람은 독재자가 아니라 분명한 미래 사회의 대안을 가지고 책임성과 원칙성 있게 이끌어 갈 사람이다. ‘차라리’ 라는 국민적 한탄성을 가지고 인기에 편승하려는 졸전은 지양되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경쟁에서 우리가 얻은 것이라면 ‘대의원들의 자유투표와 삼십여 년 이상 계속되어 온 현정치권의 구도인 지역주의를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 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역학 관계의 문제이지만 정치권의 힘이 한쪽으로만 쏠리는 정치형태는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정치의 방향판을 바로 세운다면 좀더 나은 정치구도를 가져갈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갖는다.
이제 정치도 좀 어른스러워져야 하며, 언론도 정치행정에 편승하려는 작태를 벗어나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야한다. 또한 정치 행사가 있을때마다 종교간의 갈등이 빚어졌는데, 이러한 어리석음도 그만 할때이다.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 스승 황벽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모든 이들이 황급히 자세를 바로하고 긴장하는 가운데 임제스님만이 계속 졸았던 이유가 여기 있을 것이다.
여름이 이렇듯 가고 겨울은 이렇듯 오기를 희망한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