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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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종월
1999년 12월 214호
구한말 국력이 약해지면서 우리는 일본의 식민 통치 하에 들어가게 되었고 가난한 민족으로서 해방을 맞이하였다. 물밀듯이 밀려드는 서구 사조에 우리는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위정자들은 서구화를 빙자해 한민족의 자존심과 전통을 무시한 채 우리 문화의 미풍 양속을 등한시하였으며, 서구 종교를 비호하고 진정한 민족 종교를 우상으로 몰아 부쳤다. 우리 민족의 전통 종교인 불교는 철저히 우상숭배의 종교로 선전되면서 서구의 종교와 사상에 밀려나게 되었다. 이 때 함께 들어온 문화가 ‘우리’보다는 ‘나’라는 자본 이기주의이다.
서양에서는 ‘나의 친구 가운데 한 사람(one of my friends)’으로 표현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우리 친구’로 표현한다. 아마우리 민족의 가장 자랑스러운 단어는 ‘우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를테면 ‘우리 학교’라고 하면 그 학교가 내 것이라는 소유의 개념이 아니라 내가 거기에 속한다. 즉 그 상대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그 어떤 상대-사회, 종교, 호|사, 가족-가나를 필요로 하기보다는, 내가 그것을 소유한다, 필요로 한다-우리보다는 나-는 서구적 서구적으로 변화하고 있지 않은가 되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쉽게 만나고 헤어지는 이성 간의 문제, 조금만 마음에 맞지 않아도 이혼으로 치닫는 부부 관계, 내가 사는 곳은 환경에 좋지 않은 그 어떤 시설물도 들어올 수 없다는 집단 이기주의(님비NIMBY현상)가 곳곳에 ‘우리’가 아니 ‘나’만이 존재하는 심각한 사회 병리를 퍼뜨리고 있다.
다변화된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는 그 복잡한 구조만큼이나 많은 생각에 얽혀 살고 있다. 그 생각들이 모두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한다면 이 사회는 어떻게 되겠는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될 것은 뻔하다. 사장이 그렇고 종교가 그렇다. 사회가 서구화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나’라는 이기주의는 이제 ‘우리’라는 공동체적 삶으로 바뀌어야 한다.
절에서 살다가 대중의 화합을 깨면 가장 큰 별로서 산문 출송을 시키는데, 옛날에는 그렇게 쫓겨나는 상황에서도 산에 불이 나면 “우리 절에 불이 났다” 하며 불을 끄고 떠났다고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가 팽배하다 보니 사회 어느 곳 할 것 없이 개인의 소유물이 늘고 있다. 자동차 같이 기계로 된 물건이야 개인 소유인 것이 안전사고도 좀더 잘 예방할 수 있는 바탕이 되겠지만, 개인의 소유로 인정되는 네 절, 내 절이 있어서는 절대 안되며, 나보다는 우리를, 네 탓보다는 내 탓임을 인정할 때 다가오는 이십일세기는 조금은 더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