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봉 의존雪峰義存이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남산에 별비사鼈鼻蛇 한 마리가 나왔다는데 너희들 모두는 조심하라.”
별비사鼈鼻蛇는 코가 자라처럼 생긴 뱀입니다. 맹독성으로 한 번만 물리면 죽는 독사의 일종입니다.
그러자 장경 혜릉長慶慧稜이 말했습니다.
“오늘도 온 절 안이 그 독사 이야기로 아주 겁에 질려 벌벌 떨고 있다.”
어떤 스님이 같은 절에 있는 현사사비玄沙師備에게 찾아가 손짓 발짓을 해 가며 독사 이야기를 하니 말했습니다.
“혜릉 같은 담대한 사람이라면 가보겠지. 하지만 그가 갔다고 나까지 까지는 않겠다.”
“스님께선 왜 안가십니까?”
“남산까지 갈 필요가 뭐 있겠느냐.”
설봉스님은 덕산선감 선사의 법을 이었고 문하에 운문문언 선사를 배출한 당나라 때의 선장禪匠 입니다. 암두전활스님과 함께 행각을 자주 다녔습니다.
투자投子스님을 세 차례나 찾았고 동산洞山스님은 아홉 번이나 뵈었습니다.
설봉선사께서 하루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암두岩頭스님 그리고 흠산欽山 스님과 함께 행각을 하다가 객실에서 함께 묵게 되었다. 거기에서 세 사람이 각각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말하게 되었다.
암두 스림은 ‘조그만 나룻배를 하나 얻어 낚시꾼과 함께 앉아 한 평생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흠산 스님은 ‘큰 도시에 살면서 절도사에게 스승의 예우를 받아 비단옷을 입고 금, 은으로 만든 평상에 앉아서 금그릇 은그릇에 담은 밥을 먹으면서 한평생을 지니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말했다.
네거리에 선원을 세우고 대중을 법답게 공양시키겠다. 만약 어떤 납자가 길을 떠나면 내가 바랑을 메고 지팡이를 들고서 문 밖까지 잘 전송하고 그가 몇 걸음을 디디면 ‘아무개 스님!’하고 불러 그가 고개를 돌리면 ‘먼 길에 조심하십시오’라고 하리라.”
좋은 도반을 둔 것은 공부를 다 이룬 것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렇게 세 선사가 함께 다니다가 호남성 예주潱州 오산鰲山에서 내리는 눈 속에 파묻히게 되어 오도가도 못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암두스님은 매일 잠을 잤고 설봉스님은 매일 참선을 하였습니다.
어느날 설봉스님이 보다가 못해 암두스님께 한마디 하였습니다.
“사형 스님. 사형 스님 일어나시오.”
“왜 그러는가?”
“금생에 너무 편안하게 지내지 마십시오. 홈산스님과 행각할 때도 곳곳에서 누를 끼치더니, 오늘 또 잠만 자면서 이 사제에게도 누만 끼치는 구려.”
그러자 암두스님은 할을 하면서 말하였습니다.
“잠이나 자거라. 매일같이 선상에 앉아 있는 꼴이 일곱 마을의 흙을 모아다가 만든 영험 있는 토지신과 꼭 닮았구나. 훗날 남의 집 젊은이들 꽤나 흘리겠구나.”
설봉스님은 가슴을 치면서 말했습니다.
“제가 속이 편치 못합니다.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습니다.”
“나는 그대가 뒷날 고봉정상에서 암자를 짓고 가르침을 크게 드날리리라고 여겼는데 그 정도의 말 밖에 하지 못하다니. 그대가 정말 그렇다면 나에게 견처見處를 낱낱이 털어 놓아 보거라.”
“염관제안盤官齊安스님께서 색色과 공空의 이치를 이야기 하는 것을 듣고는 깨친 바가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30년 뒤에 행여라도 잘못 이야기하지 말라.”
“동산스님께서 ‘절대 다른 곳에서 구하지 말지니 멀고 멀어서 나와는 성글구나. 이제 나 홀로 자유로우니 곳곳에서 그를 만난다. 그는 이제 내가 아니요, 나는 바로 그다. 이렇게 알기만 하면 바야흐로 여여如如에 계합하리라.’고 한 데서 깨친 바가 있었습니다.”
“그 같이 했다간 자신마저 구제하지 못한다.”
“나중에 덕산스님에게 묻기를 ‘대대로 내려오는 부처님의 종지를 저도 배울자격이 있습니까? 라고 하니, 덕산이 방망이로 한대 내리치면서 ‘무슨 말을 하느냐?’고 하였는데, 나는 그때 활연히 통 밑이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에 암두스님이 할을 하면서 말했습니다.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밖에서 가지고 온 것은 가문의 보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부터 어찌해야 합니까?”
“이제 제대로 물을 줄 아는 구나.”
“말씀해 주십시오.”
“훗날 큰 가르침을 드날리려고 한다면 낱낱이 자신의 가슴속에서 흘러 나온 것을 가지고, 그대 자신을 하늘 끝, 땅 끝까지 뒤덮도록 하라.”
암두스님의 이 말에 설봉스님은 크게 깨닫고는 마침내 덕산선사의 법을 잇게 됩니다.
설봉스님의 별비사 공안은 백장百丈스님·자호紫胡스님의 거량과도 연결됩니다.
백장스님이 황벽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어디 갔다 왔느냐?”
“대웅산에 버섯을 따러 다녀왔습니다.”
“범을 보았느냐?”
그러자 황벽스님이 갑자기 호랑이 우는 시늉을 했습니다. 그러자 백장스님은 도끼를 들어 찍으려는 모양을 지었습니다. 그러자 황벽스님이 느닷없이 백장스님의 뺨을 후려갈겼습니다. 그러자 백장스님은 희죽희죽 웃으면서 바로 법상에 올라 대중에게 말했습니다.
“대웅산에 범 한 마리가 있으나 대중은 조심하라. 나도 오늘 한 차례 물렸다.”
자호스님은 절 입구에다가 패牌를 세워두고 거기에다가 이렇게 써 놓았습니다.
“자호에 한 마리 개가 있다. 이 개는 위로는 머리를, 가운데로는 허리를, 아래로는 다리를 문다. 사랑분별하면 목숨을 잃으리라.”
어떤 객승이 도착하니 스님은 그를 보자마자 할을 하고는 “개를 보아라.”라고 하였습니다. 그 스님이 머리를 돌리자마자 자호스님은 바로 방장실로 올라가 버리곤 하였습니다.
이것들은 바로 설봉스님이 “남산에 독사가 한 마리 있으니 그대들은 잘 살펴보도록 하여라”하는 말과 같은 법문입니다.
진정극문眞淨克文이 상당하여 말했습니다.
설봉스님의 남산에 아주 독한 뱀 곧 별비사鼈鼻蛇가 한 마리 나왔다는데 너희 모두는 조심하라”는 말을 듣고는 “설봉은 큰 사람의 체모가 없도다. 그런즉 뱀은 머리가 없으면 다니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장경스님의 “오늘도 온 절 안이 그 독사 이야기로 아주 겁에 질려 벌별 떨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마치 신부가 시집을 두려워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현사스님의 “남산까지 갈 필요가 뭐 있겠느냐”는 말을 듣고는 “자기의 견해를 말한 것이 가장 친절하나 거푸집 속에 있음을 면치 못했다”고 하였습니다.
설봉 장경 현사 스님 가운데에서 한 사람도 기개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격외구格外句를 알아야만 합니다. 일체의 공안과 언어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곧장 귀결점을 알아야 합니다.
이체 기묘년 동안거 결제를 맞이하여 산승이 여기 모인 대중의 무릎 앞앞마다 독사를 한 마리씩 내던지겠습니다. 어떻게 해야 살 수 있는지를 이번 삼동三冬에 침구해보시기 바랍니다.
별비사아거도빈 鼈鼻蛇兒據道濱하니
성전구후총상신 聲前句後總傷身이로다.
무단지개남산거 無端指介南山去하니
다소음릉실로인 多少陰陸失路人이로다.
별비사가 길가에 누웠으니
성전과 구후가 모두 몸을 상하게 한다.
까닭없이 가르킨 남산으로 가니
그 많은 그늘에는 길 잃은 사람뿐일세.
불기 2543. 10.5 동안거 결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