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건설과 불교운동의 과제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유마의 방 - 여익구
1989년 02월 84호
1. 현 단계 변혁운동의 성격과 임무
이 땅의 운동은 숫적으로는 적지만 강력한 지배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반자주, 반통일 세력에 대하여 다수이지만 집결된 의식의 통일성이나 조직의 단결력이 미약한 자주, 민주, 통일의 민중세력이 지난하게 투쟁을 계속해 온 과정이었다. 이 투쟁은 거의 반세기 동안 계속되고 있으며, 민중은 그 숱한 죽음과 고통과 피의 항쟁을 통해서 비로소 운동의 변혁적인 과제에 대해 분명한 깨달음을 갖게 되었다. 즉, 한국사회의 변혁적 과제는 필수적으로 한국사회읠 성격과 모순구조에서 비롯된다는 깨달음이다. 이러한 깨달음으로부터 변혁운동의 사상적인 기초가 확립되는 것이며, 또한 투쟁이 체계화되고 조직화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사회 구성이 여러 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성격을 한마디로 말하면, 미제국주의 신식민지로서의 자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의 성격을 신식민지로 규정함은 현재 외세가 매판독점과 독재세력을 매개로 하여 한국 민중을 지배하고 있음에서 비롯한다. 즉, 역사적으로 외세에 의해 강요된 남북간의 분단을 통해서, 시대적으로는 민족 상호간의 대결의식을 고취하고 분단을 강요하는 반공이데올로기의 조작과 강화를 통해서, 현실적으로는 외국군대의 주둔과 끊임없는 군비강화 들을 통해서 민중에게 끝없는 굴종과 고통을 강요하는 상황을 한국사회의 식민지적 성격을 그대로 들어낸다고 하겠다.
더욱이 한국자본주의의 기본 성격은 그 이익 실현의 모둔 과정을 외세에 외존하는 매판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좀더 억압적이고 수탈적이다. 그리고 독재권력은 이들 매판자본가들의 이익을 보장해 줌으로써 그 권력을 유지,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그 권력을 유지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민중의 기본권과 일상적인 요구사항에 대해서 강권적으로 탄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가장 쉬운 예가 노동자 탄압의 대명사인 구사대 활동을 방조하는 것이며, 때로는 공권력을 사용해서 노동자의 조합 활동을 탄압하는 것이 그것이다, 최근의 울산 현대그룹노동자 테러사건과 포항의 풍산금속 민주노동조합 파괴책동 등이 그러한 것이었다.
이렇게 외세인 제국주의 세력과 매판독재 세력의 결탁이 오랜 시기를 걸치면서 강고하게 형성되었기 때문에 한국사회의 기본 모순은 매우 복잡한 양상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본질을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기본 모순을 대립 관계라고 본다면, 이러한 대립의 기본적인 특징은, 외세와 정치군부와 매판독점자본가를 한편으로 하고, 이로부터 고통받는 각 계층 곧, 노동자, 농민, 도시소자산계급, 진보적지식인, 애국적 청년학생, 애국적 군인과 관료와 민족자본가 들을 한편으로 하는 양자간의 대결이라는 점이다. 즉 일차적으로 신식민지적이라고 규정되는 한국사회의 기본모순은 민족적, 계급적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으면 그 대립적 관계는 한시적, 부분적, 부차적인 것이 아니라 제국주의의 침탈 이래로 지속적, 전체적, 기본적 대립 관계로 지속되어 왔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현 단계 변혁운동의 성격은 역사적으로 조성된 기본적 대립 관계의 해소와 척결에 있다. 따라서 이 변혁운동의 기본임무는 민족의 자주성을 획득하고 민중의 주체성을 실현함으로써 조국통일을 완성하는 것이다.
2.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의 위상과 그 건설
우리 사회의 현 단계 변혁 운동은, 민족의 자주성을 획득하는 민족 해방의 임무와 민중주체의 원칙 위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가운데 인간 삶의 기본 목표인 인간해방을 완성해야 하는 임무가 있다. 이것은 곧 ‘민중이 주체가 되어 민족의 자주화와 통일, 그리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며, 요약하면 자주와 민주와 통일이다. 따라서 한마디로 우리사회의 변혁운동을 민족민주운동이라고 한다.
이러한 성격과 임무를 지닌 우리 사회의 변혁운동, 즉 민족민주운동은 지난번 두 차례의 선거를 통해 심각한 분열 현상을 나타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은 당시의 운동 수준을 이끌 만한 투쟁의 방향, 투쟁의 동력과 대상의 설정, 조직적 위상과 성격, 그리고 그 임무와 전망 등의 정치 사상적인 통일성이 전혀 확보되어 있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운동 내부를 관통하는 영웅주의, 패권주의, 출세주의, 멸망주의 들과 같은 소시민적 계급성의 표출은 궁극적으로 운동을 분열시켰고, 마침내는 활동가 내부에 패배주의적인 기류마저 흐르게 하였다. 그러나 운동 내부의 분파적 상황을 극복함으로써 단결해야 한다는 민중의 요구와 여러 분야에 있는 활동가들의 싶은 반성에 의해서 민족민주운동권은 드디어 단일한 대오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일년 이상의 내부 진통을 극복한 끝에 형성된 전국민민족민주운동연합은 우리 운동을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킨 조직체이다
이 전민련은 한국사회에서 민족해방과 계급해방과 인간해방의 운동에 헌신하며 사람들이 계통적으로 체계화된 가장 낮은 수준의 전선조직이다. 이 전민련은 민중주체의 원칙으르 확고하게 지키기 위해 노동자, 농민 운동을 중심축으로하여 운동의 지도성을 이룩함으로써 사상적, 조직적 실천을 구체화시키고 그 당위성을 실현하고자 한다. 즉 전민련은 계급계층운동의 관철이라는 원칙 위에 각 지역운동을 결합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민족민주운동의 구심점이 형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전민련은 아직 우리 운동의 전략적 통일전선이 되지는 못하고 있다. 아직도 전민연은 전면적인 민족민주적 과제를 제시하는 사상의 통일과 강령의 설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노동계급의 영도성을 확고하고 단일한 중앙지도부를 형성하는데 있어서도 아직 미약한 실정이다. 그리고 참여한 회원단체 내부의 사상과 조직이 그다지 통일되어 있지 못하며, 투쟁전선의 설정에 있어서도 역시 단일한 대오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전민련은 지금 우리 운동의 모습을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그래서 결국 전민련은 전체 민족민주운동 내부의 통일을 높여 나가는 전술적 통일 전선조직이라고 규정할 구 있으며, 이와 같은 인식이 전제될 때 운동 내부의 계급적 동요는 제어 될 수 있고, 더 나아가 운동의 발전이 기약될 수 있을 것이다.
3
.전민련운동과 불교운동
우리나라 민족민주운동의 전면적인 과제는 반외세 자주화, 반독재 민주화의 실현이며, 이 운동의 부분적인 과제는 각종 제도 개선투쟁, 반민주악법철폐투쟁, 오공비리척결투쟁 등이며, 이 두 과제는 조국 통일의 완수라는 과업을 하나의 맥으로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과업을이룩하기 위한 단계적임무는 대중의 요구와 이해에 철저하게 입각하여 대중투쟁노선을 견지는 입장에서 다음과 같이 수행되어야 한다.
첫째, 조국통일투쟁은 최근 국내외 정세의 유리한 조건으로 통일 운동에 활용해야 하며, 노태우 정권의 북방외교와 기만적 통일정책추구가 민주화운동의 쟁점을 호도하고 있음에 비추어서 더욱 과학적이고 대중적이 통일운동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민족이 자주와 대단결이라는 원칙 아래서 정치회담과 군사 회담의 사회․경제․문화적인 교류추진 범민족대회의 추진 민중이 주체가 되는 정치협상회담의 추진들을 담보해 나가야겠다.
둘째 민주화투쟁은 오공청산투쟁을 성과적으로 계승하여 노태우 정권의 주도아래 기만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제반 상황에 쐐기를 박고, 더욱 철저히 광주학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투쟁을 전개해야한다. 그리고 각종 제도 개선 투쟁을 벌임과 더불어 독재의 온상인 권위주의적 관료주의의 병폐를 일소하고 지하 경제로 흘러가는 각종 비리를 파헤쳐야 할 것이다.
셋째, 민중생존권쟁취투쟁을 모토로 하여서, 풍산금속이나 울산 현대 등에서 일어난 것과 같은, 정경유착에서 비롯하는 공권력 개입의 고리를 끊어 내고 생산근로대중의 권익옹호투쟁에 대한 전면적인 지시와 지원을 펼쳐 나가야할 것이다. 89년의 민족민주투쟁이 노동조합 수호 및 근로조건개선 투쟁을 시발로 하여 불붙는 것에 비추어, 기층민중의 권익 수호와 향상이 전민련운동의 기본적 과제가 될 것이다.
넷째, 인권 투쟁에서는 아직도 감옥에서 신음하고있는 양심수 석방 투쟁을 비롯해서 양심수를 양산해 내는 제반 반민주적 악법과 폭력적 억압정치인 안기부, 보안사, 치안본부 대공분실의 철폐투쟁을 지속적으로 해 나감으로써 양심수를 파렴치범으로 만들려는 모든 음모를 분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전민련운동의 전체 과정속에서 하나의 부분운동으로 매개되는 불교운동은 올바른 위상과 노선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전체운동의 과정에서 조망해 볼 때 불교 운동은 인간해방적 입장에서 비롯한다. 운동의 인간해방적 입장이라 함은 민족해방적, 계급적 질곡으로부터의 계급해방의 입장을 포괄하며, 자칫 그 둘의 입장이 지닐수도 있는 이데올로기적 자세를 척결함으로써 자기마저 부정하는 보살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이것이 불교에 특유한 종교철학적 기반의 위대성이다. 따라서, 불교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중철학불교를 창출하고 발전시켜야 하며, 또한 그를 위한 바른 사상논쟁이 정식적, 공개적으로 전개 되어야 한다.
인간 해방운동의 본질적 측면에서는 불교 운동이 전체 운동적 성격을 뛸 수 있으나, 민족민주운동의 현상적 측면에서의 불교운동은 분명히 불교적 특수성에 입각한 부분운동이다. 즉 불교운동은 단순히 전체운동의 영역과 이해가 일치하는 종합운동이 아니라, 전체운동 속에서 고유의 영역과 이해 관계를 갖는, ‘독자성’을 지닌 부분운동이다. 계급 계층운동의 원칙을 관철하는 데 있어서 불교운동이라함은 불교신앙이라는 계층성을 기반으로 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불교운동의 운동론은 계급성(조건적 자비)과 종교성(무조건적 자비)이 상호 모순 관계에 빠질 때 인간은 계급성을 우선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을 분명히 이해하는 바탕에서 계발되어야 할 것이다.
불교운동의 앞으로의 과제는 전체운동의 과제인 변혁적 관점의 수립과 고유한 자기 역할의 부분 및 역량 배치의 문데, 운동의 동력과 대상 설정의 문제, 전체와 부분의 상호 침투 및 상호 발전의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오늘날 불교운동이 양적 성장과 질적 변화를 이루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제반 문제의 해결은 조만간에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