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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장경의 전산화와 불교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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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김응철 1997년 06월 184호
지구상에 현존하는 대장경판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일본익 고남순차랑高備順次郞의 조사에 따르면 대장경판은 범어 판본4종, 서장어 판본4종, 한어 판본15종, 몽고어 판본l종, 만주어 판본 1종, 팔리어 판본4종 등 모두29종의 판본이 존재한다. 그리고 현존하고 있는 단편이역경론斷片異譯經論은 한국어를 비롯하여 15개 언어로 번역 및 출판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은 다양한 판본과 번역본들이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가? 그리고 얼마나 손쉽게 읽히고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려우나 매우 만족할 만한 수준의 대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기존의 대장경판 내용들을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것은 자료가 매우 방대하고 난해한 문자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번역본의 경우도 원문을 상세하고 정확하게 처리하였는지에 대한 검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대장경 조판이 학문적 또는 실용적 관점에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신앙적 상징 체계로 인식되었던 것도 지적할 수 있다.
최근 각국에서는 대장경 판본이 가지고 있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고 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작업 가운데 하나가 대장경 전산화 작업이다. 대장경전산화란 대장경의 내용을 모두 디지털코드digital code로 저장하고 검색과 출력을 용이하게 하는 일련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대장경의 전산화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과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첫번째는 전산화 과정으로서 고려대장경의 내용 곧 기초 데이터를 완벽하게 컴퓨터에 입력하는 괴정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오류 없이 얼마나 완벽하게 데이터를 입력하는 가이다. 완전무결한 원문의 입력이야말로 대장경 전산화의 성패를 판가름할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나서 기존의 대장경에서 누락된 새로운 자료들을 발굴하고 입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장경 전산화는 한문 경전 뿐만 아니라 한글 경전도 포함되어야 한다.
두번째는 정보화 괴정으로 입력된 데이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어휘별 특징을 구분하고 색인어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의 신수대장경은 수십 년동안 많은 학자를 동원하여 읽기 쉽게 구두점을 찍었으며, 색인집이 붙어 있다. 그 결과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신수대장경의 활용빈도가 매우 높다. 컴퓨터는 일정한 프로그램만 갖추면 쉽게 색인 작업을 할수 있다. 문제는 누가 그 색인어를 추출하고 분류할 수 있는가이다. 고려대장경 전산화가 장애에 부딪친 것도 바로 색인어를 만들고 분류할 수 있는 학자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정보 서비스화 과정으로 많은 사람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대장경을 공유하고 보급하는 과정이다. 대장경을 보급하는 방법은 CD-ROM의 형태로 할 수도 있고 통신망을 통하여 제공할 수도 있다. 인터넷을 이용하면 전세계 사람들이 시공을 초월하여 공유할 수 있다.
위 세 가지 과정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하여야만 가능한 일이다.
대장경 전산화는 단순히 컴퓨터에서 대장경을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하기위하여 그 내용을 입력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장경 전산화는 “21세기 정보화 시대에서 삶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새로운 ‘전자 대장경’ 을 조판하는 것”이다. 전산화 작업은 불교에서 축적하고 있는 깨달음의 지혜를 정보화하고 이를 중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곧, 부처님의 깨달음과 가르침, 그리고 축적된 고승대덕 스님들의 지식과 지혜를 정보화함으로써 새로운 가치가 부괴된 지식 정보를 재생산하는 것이다.
지금 전산화가 진행중인 대장경 판본은 티베트에서 아시안 고전 입력 계획(Asian Classics Input Project)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티뺏어 장경, 태국의 왕립 마히돌Mahidol이 대학에서 추진하고 있는 팔리어 장경, 대만의 불광사에서 전산화 되고 있는 한역 장경, 그리고 우리나라의 고려대장경 등 다양하다.
지금 진행중인 고려대장경 전산화가 이루어지면 불교는 새로운 변화의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첫째, 불교학의 연구 과정에서 고려대장경의 이용에 급증하게 된다. 고려대장경은 우리 선조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 낸 훌륭한 지적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장경각 속의 문화재로만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이제 전산화된 새로운 전자 대장경으로 거듭나서 중생 구제의 훌륭한 지적 토대로 활용될 수 있다.
둘째, 고려대장경 전산화로 인하여 불교계의 많은 인력이 육성되고 결집될 수 있다. 대장경 전산화에는 전산 인력, 교정, 색인어 작업, 번역 등의 분야에서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력들은 이 작업을 마치게 되면 불교계의 다른 분야에서 그들의 역량을 계속 발휘할 수 있다. 특히 경전을 연구하고 번역하는 역경사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반드시 육성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한국불교학이 정보화 사회에서 필요한 새로운 위상을 정립할 수 있다.
셋째, 대장경 전산화는 불교의 새로운 구심점과 발전의 추진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중앙일보와 해인사장경연구소가 공동으로 벌이는 팔만대장경에 새생명을…”이라는 동참캠페인은 불교계에 흩어져 있는 불심을 하나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곧 일종의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 나비 효과는 나비의 가녀린 날개짓이 일정한 조건과 부합되면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이다.
대장경 전산화 작업은 지금 불교계에 부는 작은 바람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추진되어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곧 다가올 고도 정보화사회의 도래와 맞물려 한국 불교계를 새롭게 중흥시킬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