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은 얼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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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법전
2001년 08월 234호
미가수방귀천동 米價隨方貴賤同이나
윤회심식견난통 輪廻心識見難通이라.
욕궁사노귀원처 欲窮思老歸源處인댄
월재서혜일재동 月在西兮日在東이로다.
쌀값의 시세는 고장마다 같은데
헤매는 마음으론 보아도 모른다네.
행사 노장의 끝난 곳을 알려는가?
달은 서산에 있는데 해는 동쪽에 있네.
청원행사靑原行思 선사에게 어느 날 어떤 납자가 물었습니다.
“여하시불법대의如何是佛法大意닛고.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이에 청원이 대답하였습니다.
“여릉미자마가廬陵米作價오. 여릉의 쌀값은 어떠한가?”
청원행사 선사는 육조혜능 스님의 으뜸가는 제자입니다.
어릴 때 출가하여 나중에 조계의 법석이 융성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서 인가를 받았습니다.
그리하여 길주吉州 청원산 정거사靜居寺에서 법을 펴고 있었습니다.
그 뒤 육조 스님이 열반할 무렵 희천希遷이라는 사미가 찾아와 육조 스님께 물었습니다.
“화상께서 열반에 드신 뒤에 누구에게 의지하리까?”육조가 대답했습니다.
“생각 ‘사思’자字를 찾아가라.”
조사가 세상을 떠난 뒤에 희천은 매양 조용한 곳에서 단정히 앉아 죽은 듯이 고요하게 정진하니 제1좌가 물었습니다.
“그대의 스승은 이미 가셨는데 공연히 앉아서 무엇을 하느냐?”“나는 유언받기를 생각 ‘사思’자字를 찾으라 하였소.” “그대의 사형에 행사行思라는 이가 있는데 지금 길주에 산다. 그대의 인연은 거기에 있다.
조사의 말씀이 매우 바르거늘 그대 스스로가 미혹했을 뿐이다.”희천이 이 말을 듣고 육조의 탑에 절하고는 물러나 곧바로 정거사로 오니 행사 스님이 물었습니다.
“어디서 오는가?”
“조계산에서 옵니다”
“무엇을 얻으려 왔는가?”
“조계에 가기 전에도 잃은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조계에는 무엇하려 갔는가?”
“조계에 가지 않았던들 어찌 잃지 않을 줄 알았겠습니까?”희천이 또 물었습니다.
“조계 대사께서도 화상을 아셨습니까?”
행사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그대는 지금 나를 아는가?”
“아는데 또 어찌 알아 보겠습니까?”
“여러 짐승의 뿔이 많으나 기린의 뿔 하나로 만족하다.”
이렇게 청원행사 문하에는 석두희천을 비롯하여 기라성 같은 많은 제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여릉미가廬陵米價’ 즉 ‘여릉의 쌀값’이라는 공안도 그 당시의 어떤 납자와의 문답입니다.
여릉은 강서성 여릉현에 있으며 선사가 머물던 청원산과 가까운 곳으로 옛날부터 유명한 곡창지대입니다.
설사 곡창지대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쌀은 인간생활에서 가장 가까이 대하는 평범한 것입니다.
현실을 벗어나 밖에서 이상적인 불법의 대의를 찾아 헤매는 납자에게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구체적인 삶에서 불법의 대의를 찾아보도록 청원행사 스님은 지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청원 스님뿐만 아닙니다. 경청鏡淸 스님 그리고 앙산仰山 스님 역시 그러합니다.
경청鏡淸 선사가 영운靈雲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행각行脚하는 큰 일을 지시해 주십시오.”
이에 영운이 대답했습니다.
“절강성 지방의 쌀값이 어떤가?”
이에 선사가 대답했습니다.
“만일 제가 아니었다면 쌀값이란 견해를 지을 뻔하였습니다.
앙산仰山 스님이 어떤 납자에게 물었습니다.
“어디서 오는가?”
“유주幽州에서 옵니다.”
“내가 마침 유주의 소식을 알고 싶었는데 쌀값이 얼마인가?”“제가 떠날 때 까닭없이 시장을 지나쳐 오다가 돌다리를 차서 부러뜨렸습니다.”이에 앙산 스님은 말을 그만두었습니다.
장사長沙 스님께서 “쌀값은 싸고 나무는 많으니 두루 풍족하다.”고 한 말이나 조주 스님의 “소금은 비싸고 쌀은 싸다.”라는 선문답을 통해서 우리는 당시의 생활을 엿볼 수 있으며평상심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설봉의존雪峰義存 스님은 동산양개洞山良价 화상의 회상에서 공양주를 오래 살았습니다.
그래서 선사의 법문에는 쌀이 자주 등장합니다.
설봉이 어느 날 밥을 하고 있는데 양개 선사가 물었습니다.
“오늘 쌀을 얼마나 삶는가?”
“두 섬입니다.”
“부족하지 않는가?”
“그 중에는 밥을 먹지 않는 이도 있습니다.”
“만일 다 먹는다면 어찌 하려고 그러는가?”
이에 설봉은 더 이상 대꾸하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운거도응雲居道膺이 말했습니다.
“만일 다 먹더라도 부족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또 설봉 선사가 어느 날 시중示衆하였습니다.
“밥 광주리 곁에 앉아서 굶어죽은 이가 수數도 없고, 물가에 앉아서 목말라 죽은 이가 무수하도다.”그러자 이를 듣고 있던 현사사비玄沙師備가 말했습니다.
“밥 광주리 속에 앉아서도 굶어죽은 이가 수도 없고, 물 속에 빠져서도 목말라 죽은 이가 무수합니다.”이에 운문雲門 선사가 말했습니다.
“온 몸이 밥이요, 온 몸이 물이니라.”
그 스승에 그 제자들이라 하겠습니다.
어쨌거나 청원행사 스님에게 불법佛法의 대의大意를 물으니 도리어 ‘여릉의 쌀값은 얼마냐’고 되묻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골바가지가 꿰뚫어져도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눈 밝은 납자라면 청원 선사에게 다시 물을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말해보십시오. 어디에서 물어야 되겠습니까?
여릉미가금다소 廬陵米價今多少오
월원시대결시소 月圓時大缺時小로다
갱유강변독성인 更有江邊獨醒人하여
개안주몽도천효 開眼做夢到天曉로다
여릉의 쌀값이 얼마나 되는가?
보름에는 달이 크고 그믐에는 적다네.
또 강변에 혼자 깬 사람 있어
눈을 뜨고 새벽까지 꿈을 꾸고 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