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교계신문과 해인사 홈페이지에는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해인사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하루에도 10건 이상의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인터넷이 의견 표현의 마당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케 해준다.
해인사 홈페이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찬반 논쟁의 요지는 복잡하지 않다. 반대하는 쪽의 견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규모의 확대를 추구하는 세태에 해인사까지 ‘세계 최대, 동양 최대’하며 따라가냐는 것이다. 더구나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모신 법보종찰인데, 사격과도 어울리지 않다는 내용이다. 대불을 세우려면 부지 마련을 위해 산림을 훼손할 것이 뻔하다며 자연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사찰이 훼손에 앞장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아직도 해인골프장 건립 문제는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으며, 59호선 지방도로의 가야산 관통을 해인사에서 반대하고 있는데,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느냐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불상을 세우는 것은 형상에 끄달리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일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힌 경우도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러면서, 사회복지, 팔만대장경이 더욱 대중에게 다가가는 불사로 눈을 돌리길 당부하고 있다.
반면 찬성하는 쪽의 의견은 반대 의견을 반박하며 펼쳐지고 있다. 불상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중생들을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이끌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불상 건립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재고하길 촉구하고 있다. 환경 파괴에 대해서는, 큰절에서 1.5㎞ 떨어진 옛 해인초등학교 자리에 세우는 것이고, 학교 부지는 산림이 없기 때문에 산림 훼손과는 무관하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벌어지자 해인사는 해명 자료를 잇따라 내놓으며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해인사는 6월 4일 내놓은 자료를 통해 “대불 조성의 필요성은 해인사 역대 큰스님이신 자운, 영암, 성철 스님 때부터 큰절을 출가수행자의 수행도량으로 지켜나가기 위해 큰절에서 1.5㎞ 떨어진 해인사 상가 입구에 박물관을 세우고, 여기에 대불과 수련시설을 세워서 재가불자들이 기도하고 정진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유지가 있어왔다”고 밝혔다. 큰절을 스님들의 수행공간으로 삼고, 재가불자들을 위한 공간 조성을 하겠다는 것이다.
대불 조성의 신앙적 의의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있다. “해인성지에 호국호법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대불을 조성하는 뜻은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국민들을 평안케 하여, 현 시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족의 무궁한 발전과 세계평화를 이룩하기 위함이며… 대불 조성의 필요성과 당위성은 역대 어른 스님들의 유지이기도 하지만 현 총림대중의 뜻이며, 또한 한국불자들의 신앙적 정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18일에도 자료를 내놓았다. “대불 조성과 관련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네티즌을 통해서 표출되어 왔다”며 “이러한 오해의 계기는 대불 조성만 먼저 발표한 해인사의 불찰이었음을 시인하고, 이에 앞으로 대불 조성과 더불어 한국의 불교 발전과 해인사의 수행도량 가풍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해인성지 중·장기 성역화 계획안을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큰절 내의 선원 신축, 율원과 용성 스님 유물관 건립 등을 통해 수행 도량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하고, 재가불자들을 위한 신행·문화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 해인사의 성역화 불사 계획인데, 현재 전체 설계와 축소모형도를 제작 중이며 완성되는 대로 대중에게 선보여 평가를 받을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특히 청동대불은 자문위원회에 소속된 산중 원로스님들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하여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안목으로 불교의 깨침과 신앙적 귀의를 염두에 두어 원만하고 성스럽게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불 조성 논란을 통해 해인사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사찰의 일을 불자들은 물론 일반언론에서도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해인사가 해인사에 사는 스님들 또는 한국불교의 한 사찰의 테두리를 벗어나 온 국민의 사찰로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인골프장 반대 운동 때도 그랬다. 당시 해인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100만명의 국민들이 서명에 동참했다. 동참자의 숫자도 놀랍거니와 3개월만에 국민들의 뜻을 모은 것은 우리 나라 환경운동 역사에 없었던 일이다. 가야산을 관통하는 59호선 지방도로 개설 계획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해인사를 지키기 위해 나섰다. 사업자인 경상남도의 홈페이지에는 매일 20여건의 반대 의견이 올랐다. 결국 경상남도가 노선 변경을 고민하게끔 만들었다. 개발 논리에 반대하는 뜻도 담겨 있지만, 해인사를 있는 그대로 지키려는 마음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논란은 또 온라인상의 바람직한 토론 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초기에는 비실명의 거칠고 감정적인 표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러다 익명성 비난의 글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지 말아달라는 해인사 홈페이지 운영자의 당부가 있었다. 이후 네티즌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의견을 올렸다. 그러나 논쟁과정에서 한 교계신문에 ‘자운·성철의 죽음을 곡한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의 글이 실리면서 ‘종지·종풍을 매도하고 종통을 부정했다’는 문제로 비화되었고 이어 ‘악성비구는 침묵으로 대처하라’는 반박의 글이 연이어 나오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와 함께 ‘물리적 충돌’에 대한 항의서한이 전달되고 그 일을 해명하는 글이 제방선원에 우송되어 서로 ‘참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갈등의 골이 패이고 있다. 이에 수좌회 임원진이 중재에 나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불자들은 더 이상 격화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차분히 서로 반성하면서 본래심으로 돌아가 화합으로 귀결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해인총림과 실상사의 대·내외적 위상과 이미지가 훼손된다면 피차는 말할 것도 없고 불교전체에도 좋을리 없기 때문이다.
대불 조성에 대하여 공청회를 가지자는 의견도 나왔다. 꼭 그런 형식은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부각되어버린만큼 폭넓은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과정은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다고 하겠다.
10여 년 전 임회회의록에서도 보여지듯, 그 때는 지금의 계획처럼 그렇게 거대한 규모는 아니었던 것 같다. 일만불을 모시고, 그 전각 위에 큰 부처님을 모신다는 정도의 계획으로 읽힌다. 당시 계획의 골간은 스님들의 수행공간과 신도들의 신행공간의 분리를 통한 수행과 포교의 극대화가 아니었나 싶다. 해인사의 이런 계획은 해인사 뿐만 아니라 여러 절들이 처한 지금의 상황, 수행과 신행공간이 뒤섞여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모범적인 사례가 되기에 충분하다. 아무튼 여러 면에서 해인사 대불 조성 논쟁은 한국불교의 앞날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