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91년 불교운동의 흐름과 과제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특집 - 이영철 1991년 12월 118호


생명 존중과 인간해방의 부처님 사상을 현세에 온전히 구현하교자 정진하는 불교 운동 진영은 이제 일년 동안의 활동을 돌아보고, 변화하는 정세에 창조적으로 대응하여 한발 더 전진하기 위한 내부정비에 몰‘두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사회적인 보살행과 개인 수행의 통일, 불교지주, 개혁과민족자 주, 통일의 동시 해결을 향한 힘찬 전진 의 역사였던 801년대 불교 운동의 성과들을 계승하고 이제 90년대의 초입부터 엄청난 폭과 속도로 진행되는 국내외 정세 변화에 창조적으로 대응하여, 몇몇 의지 높은 개인들의 결사에서부터 대중성의 획기적인 강화를 향해 발전해 나가 야 할 불교 운동진영의 일년 동안 활동
을 돌아보고 현시기의 과제를 도출해 보 고자한다.

정권의 탄압을 규탄하는 불교 자주의 외침
91년 5월, 성스러운 제등 행렬에 대한 경찰의 최루탄 난사와 폭력으로 선두에 선 스님들이 독가스에 뒤범벅이 된 채 눈물을 흘리고, 어린 불자들과 보살님들 이 쓰러지고 짓밟히는 만행이 자행 되었 다. 이에 불교 운동 진영은 청년 불자들을 중심으로 각 종단과 각 부분의 불교도들을 모아 「5·18 제등행렬 경찰폭력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규탄 농정과 두 차례에 걸친 규탄 대회를 거행하고, 뒤를 이은 중앙승가대 학인 승려들의 목숨을 건 단식 농성과 규탄 대회와 시가 행진들을 거치며 정권의 제도적이 고 물리적인 탄압과 교묘한 정보 공작들을 일체 거부하는 불교자주 선언을 채 택하였다.
그러나 일개월여에 걸친 대용에도 종단측의 발뺌과 불자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말미암아 아무런 가시적인 성과 없이 마무리가 되었지만, 사건이 터지자마자 신속하게 결집한 천여 명이 넘는 불자들 은 부패한 불교 내부의 개혁으로 튼튼한 주체의 건설만이 정권으로부터의 자주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다는 자각을 안고 앞으로 다셔 모일 때는 공허한 선언이 아닌 실질적인 불교 자주의 원년을 맞이하기 위해 모두 한마음으로 정진할 것을 결의하였다.

중생들의 현실고 해결을 지향하는 지주 ·민주 ·통일 운동에의 동참
‘상구보리 하화중생’의 가르침을 따라 고통받는 중생들의 현실태인 민중들의 현실고를 바로 알고 그의 해결에 동침하는 과정이 곧 진정한 깨달음의 길이자 전제로서 받들고 실천하는 불교 운동 진영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전체 진보 진영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우리 사회의 정토화를 위한 자주.민주·통일 대열에 동참하였다.
정권 연장을 위해 반해 세력에 대한 탄압을 일삼는 부정한 정권의 폭력 행사로 숨진 강경대 대학생의 타살 사건으로 촉발된 전국민적인 민주 항쟁이 벌어진 5월초에 「민족자주통일 불교운동협의회」의 열한 개 회원 단체를 비롯한 이십 여 개의 진보적인 불교 대중 단체들은 「생명존중과 인권수호를 위한 범 불교도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엿새간의 규탄 농성과 추모 법회를 거행하고 몇 차례의 국민 대회에 불교도의 하나된 대오로 참여하였으며, 각 지역별 성과들을 「전국불교도 결의대회」로 결집하였다. 이어서 7,8월에는 %년 이후 삼 년 동안의 자주적 교류를 중심으로 한 초보적인 통일 운동의 성과를 계승하여, 「불교통일일꾼수련대회」에서 는 현시기 통일 운동의 방향정에 대해 인식하고 대중적인 확산을 위해 노력할 것을 결의하였으며, 8월 25일 천삼백여 명의 불자들이 모여 성대하게 치뤄낸 「불교통일문화공연」은 질적으로도 통일 문제의 핵심으로 한 걸음 전진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있었음에도 10월 29, 30일 미국 L.A에서 열린 남북 해외 불교도회협에 정부의 방해와 종단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통불협 의장지선 스님이 불참하게 됨으로서 그동안의 노력 이 구체적인 성과 앞에서 주춤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회합 자체도 사전에 합의한 사항이 번복되는 와중에서 민족의 통일을 위해 우리 불교도가 무엇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빠뜨린 채 아무런 합의도 없는 만남에 그침으로써 귀중한 지리를 망치는 안타까움을 낳았다. 그러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군사적인 면과 경제적인 면에서의 민족자주권을 회복하기 위해 전시접수국지원협정 체결 반대와 ‘쌀시장 개방 및 수입개방반대’를 내용으로 히는 대중적인 실천양식인 서명 운동과 스티커 부착, 전단배포와 같은 활동을 전개하였다.


불교 운동의 새로운 모색들
그 폭과 깊이, 속도에서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시기정세 변화의 핵심을 올바르게 포착하여 창조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기존의 불교 운동이 사회 운동으로 치우친 듯한 성격을 보임으로서 불교의 독자성을 견지하지 못하여 대중적 지평을 확산하는 데에 한계를 노정하게 되었다고 지적하면서 새로운 운동 방식을 제기하는 다양 한모색들이 있다.
먼저 일단의 소장승려들이 선우도량을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결사하여 증풍 의 진작과 청정한 수행자상외 정립’을 목표로 정진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현재 불교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에 하녀인 교육의 내용과 체계의 쇄선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음으로는 현대 사회의 발전 속에서 예전과는 다른 비중으로 다가오고 있는 사회 문제들에 대하여 불교 나름대로의 대안을 꽤하는 데에 힘을 쏟는 움직임 들어 있다. 제반 사회 병리 현상들을 구조적으로 온존하고 재생tf하는 경제분 배구조의 문제점’에 대한 불교의 경제 평등 사상에 바탕을 둔 대안을 모색하고, 이를 실현하려는 정치, 제도적인 강제력과 도덕적인 규범의 통일적인 실천을 제시하는 「경제정의 실천 불교시민운동 연합」과 연기적 세계관에 뿌리를 두고 현대 인류의 생존 조건 자체를 위협하는 환경과 공해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인식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삶의 양식인 생태 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며「생태학교」등의 대중 교양 강좌와 생활 주변으로부터의 실천을 제시하는 「정토포교원」 의 활동이 이러한 흐름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밖에도 사찰 운영 공개, 사찰의 대 중 문화 공간으로의 개방을 이룸으로서 작지만 내실 있는 개혁 노력들을 꾸준히 추구하는 포교당운동과, 생명 존중과 인간해방이라는 부처님 가르침에 따Pi라 인권 운동을 전개하려는 「불교인권위원회」의 새로운 출발도 주목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기존 운동 방식에 대한 반성 속에서 운동 주체들이 끊임 없는 자기 수행으로 모범을 창출하고, 사회 문제들에도 불교적인 대안을 적극 모색하여 불교 운동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지명을 열어젖히려는 노력으로 불교 운동의 범위를 확장하고 대중성을 강화하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하칙만 불자 대중들의 현상적인 이해와 요구에 부용한다는 것이 자칫 불교계와 우궈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들에 대한 상대적 인 소극성으로 나타나거나, 실천 방식에
서도 의식의 개최 강조되면서 ‘의식전환운동’ , !문명전환운동’과 같은 도덕성회복 운동에만 매몰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힘찬 92년을 준비하는 불교 운동의 과제
첫째, 불교 시-상 (철학)의 정립이 새롭게 요구되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는 민주화 운동의 주요한 구성 부분으로서 자기 위치를 점하고 있는 불교 운동의 사상적 근거를 좀더 체계화하는 것으로서,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부분적으로 논의되고 학습되던 것을 체계화하는 것과, 인류사의 흐름 속에서 새롭게 제기되는 제반 문제들에 대한 불교 사상에 바탕을 둔 해명이 요구된다.
둘째, 대중성의 강화를 위해 실천 영역의 다변화와 불자 대중들의 실정에 맞는 창조적인 실천 방식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불교 내부의 문제인 불교 자주와 혁신에 대해서도 좀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단순히 먼 뒷날의 과제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실천 방침들을 끊임없이 이해야 한다. 또한 종교 운동이라는 불교 운동의 특성 을 살리고 불자 대중들의 정서와 하나될 수 있는 실천 방식들을 앞장서서 개발함으로써 불교계 내의 다양한 진보적 흐름들을 끌어안아 불교 운동의 지명을 크게 열어젖혀야 한다.
셋째. 불교 운동의 구심을 올바로 세워 제반 영역들을 단일한 대오로 묶어 세우는 조직 정비가 요구된다. 내외적인 혼란 속에서 올바른 방향을 판q하고 정 진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지혜와 의지를 한데 모아야 하는데, 오히려 각 부문과 지역에가지 원심력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관성적인 사업 기획과 집행에서 벗어나 불교 운동에서 일체의 기득권을 버리고 부처님 앞에 한마음 한 뜻으로 결집하였을 때, 불교 운동의 힘찬 전진은 보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