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불교 출판은 어떤 발자취를 남겼나
이와 같은 의미에서 볼 때, 불교 출판물들은 그 양적인 증가와는 별도로 질적인 수준도 해를 거듭하며 향상되고 있음은 매우 고무적이다. 비록 우리나라의 출판 문화가 「고려대장경」으로 부터 비롯되었다는 자부심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으로 불교 출판은 앞으로 이 나라의 물질문명을 몇 차원 높게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점차 그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불교라고 허는 관형사의 무게가 발전의 범위를 축소시키거나 스스로의 울타리 속에서 안주하게 하는 경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는 그런 타성의 극복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몇 해 전부터 일반 대형 출판사들이 앞다투어 불교 출판물을 기획하여 발간하는 현상에서 두드러지게 반증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올해 불교 출판의 발자취를 돌이켜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찰과 종판에서 부설한 출판사의 활동이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1979년 불광 출판부가 등록된 것을 위시해 지금까지 알려진 사찰과 종단에서 부설한 출판사는 모두 열 두 곳에 이른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출판시들 가운데에 1987년 이후 등록한 출판사사가 여럿 군대에서 절반이 넘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현 정부의 언론 출판의 자율화 조치 뒤에 나타난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출판의 중요성을 절감한 스님들의 인식전환이 중요한 작용을 했음을 엿보이게 한다.
작년에 해인사의 장경각에서 「선림고경총서」 들의 기획으로 불교 출판 문화의 새로운 지명을 열었다면, 올해는 불광출판부에서 「바라밀총서」,「선문총서」,「불광불학총서」들로 구분된 시리즈를 선보임으로써 기획, 내용, 편집체제 들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는 점이 주목된다. 송광사의 불일출판사와 석왕사의 도서출판 반야샘, 수효사의 우리출판사도 꾸준한 성과를 올리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조계사 출판부와 구룡사의 도서출판 일주문, 진각종의 도서출판 해인행 들에서 보이는 의욕적인 사업도 앞으로 기대된다.
둘째, 불교도서 전시회가 정착되었다는 것이다. 불교도서 전시회는 작년 말에 창립된 불교출판협의회에서 회원사들의 뜻을 모아 펼치고 있는 주요사업의 일환이다.
올 사월초파일과 시월초에, 전국 주요 도시에서 두 차례 열렸던 이 전시회는 불서의 갖가지 종류를 비교 확언하고, 서점상에게는 분야별, 출판사별 분류와 전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였다는 데에 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셋째, 고려원, 세계사, 현암사와 같은 일반대형 출판사에서 기획 간행된 불교 서적들이 불자들은 물론 일반인들에게까지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고려원에서는 기존의 다르마현를 비롯해서 「만화 붓다」,「룸비니 불교동화」 들을 발간함으로서 불서의 대중화에 많은 역할을 담당해 왔는데, 올해에도 0庸에서 O空의 세계로」 (김용운 지음) 「선을 찾는 늑대」 R.M.Pirsig 지음)와 같은 양서를 발간해 주목받았다. 세계사의 「마음글방」시리즈는 최근의 불교서적의 수준을 한 차원 높이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돋보였다. 기획 의도, 정확한 내용, 본문의 편집 체제나 표지 장정들의 모든 변에서 세심한 정성을 기울인「마음글방」 시리즈는 불교 출판물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한 방향을 제시해 주고있다.
또한 무엇보다 민음사에서 간행한 「소설 화엄경」 (고은 지음)은 올해의 불교 출판물 가운데에 단연 압권이었다.
중앙일보사에서 제정한 1991중앙문화대상 예술상\'의 수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초판이 나온지 넉달 만에 십일 판을 거듭할 만큼 그 여파도 만만치 않았지만, 문학적인 완성도나 문서 포교의 측면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출판물이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이 책의 서명에서 ‘기독교 문학으로는 천로역정 天路歷程물이 있고, 시적으로는 단테의 신곡 神曲이 있지만, 솔직히 「소설 화엄경」 이 주는 감동은 그 두 작품을 뛰어넘는다”고 극찬한바 있다.
이밖에 올해의 불교 출판가운데에 두드러진 현상을 요약하면 제 2회 불교출판문화상 시상식, 불교문학사연구회의 기획 신서. 북한에서 간행한 「선역 팔반 대장경」과 「팔만대장경해제」의 국내반입추진, 불교를 주제로 하거나 소재로 설정한 문학 서적의 증가, 교계 재야 인사들이 단행본 발간 증가들을 거론할 수가 없다.
작년부터 불교신문사에서 주최해 온 제 2회 불교출판문화상은 모두 쉰 열덟 종이 출품되어 경합을 벌인 결과 김형준씨의 「사찰, 그 속에 깃든 의미」가 영예의 \'올해의 불서\'저작상을 받았다. 이것은 일주문에서부터 범종각, 석등, 탑, 법당, 대웅전과 여러 전각 들과 같은 사찰 속의 모든 조형물에 깃든 불교의 사상과 신앙의 세계를 체계적으로 해설한 책이다.
역시 이 시상식에서 기획상을 받은 「한국불교문학사 연구신서」도 올해의 출판물 가운데에 주목할 만환 수확물이다.
한국불교문학사연구회의 홍기삼 교수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책은 불교 문학에 대한 원론 비명과 함께 개별 장르 비평적인 접근을 통해 불교 문학의 체계를 잡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어 주목된다. 꾸밈상을 받은 우리출판사의 「불안한 마음을 이리 가져 오너라」 (정찬주 글, 이호중 그림) , 특별상을 받은 광제원의 「동사열전 東師列傳 (김윤세 지음)들의 서적도 돋보였던 출판물이었다.
현재까지 완전한 결정이 나지는 않았지만 일월서각의 김승균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북한 원전 「선역 팔반대장경」의 반입 추진도 올해의 불교출판문화의 한 획을 긋는 의미가 있다. 이는 남북분단 이후 문화 상품의 첫 공식 교류라는 뜻에서도 그렇고, 역경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남한의 역경 사업과의 비교분석과 같은 학술적인 분야의 교류라는 뜻에서도 커다란 의미를 갖고 있어, 앞으로도 귀추가 주목된다.
그밖에 올해 발간된 기억할만한 불서로는 「깨침의 미학」 (이원섭 지음, 법보출판사).「백척간두에서 무슨 절망이 있으랴」(김정휴 지음, 명상), 「한국불교통사」(정의행 지음, 한마당), 「바른 불교신서 시리즈」 (법륜 지음. 장중앙불교교육원 출판부)「붓다·해석·실천」(일지 지음, 불일출판사) 「어제의 가난은 가난이 아니었네」(현기 지음, 해인사 출판부), 「아름다운 그 이름 사람이어라」(지선 지음, 들불), 「인연 이야기」 (법정 지음, 불일출판사)들을 대체적으로 꼽을 수 있다.
불교 출판의 전망과 과제
지금까지의 불교 출판물들은 내적으로 알고 있는 여러 문제 (예를들어, 전문 출판인의 부족이나 출판 철학의 부재, 참신한 기획 결여, 전문유통기구의 설립 등)가 있음에도 꾸준한 발전을 보여 왔다. 이런 발전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진단이고 보면 불교출판물의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다만 모든 분야의 사업이 그렇듯이 불교 출판 사업도 철저한 적자 생존의 원칙이 준용되고 있다는 점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배경이나 대상 독자들의 의식을 씨줄과 날줄로 꿰뚫어 볼 수 있는 안목이 출판인들에게는 생명과 도 같다. 특히 불교 출판이 불서로써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전하는 법보시의 측면을 그 본령으로 삼는 일이라는 전제가 빗나가지 않는다면, 이러한 통찰과 양서를 만들겠다는 의지는 절대로 퇴색되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