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힘든 세상에
올해 7년째 맞는 대둔사(구 대흥사) 참선수련회. 참가소견서를 읽노라니 왠지 무거운 마음, 애절한 마음, 연민의 마음이 한꺼번에 밀려든다. 아울러 나의 화두가 더욱 간절해진다
‘스님, 몇 년째 실직생활이 계속되면서 몸과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있습니다.’
‘스님, 소중한 사람을 저 세상으로 보내고 마음을 다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무한경쟁의 틀에서 긴장과 억압의 연속입니다. 며칠 동안만이라도 풀려나고 싶습니다.’
‘학교교사입니다. 참교육은 공허한 구호일 뿐, 스승의 권위와 위상이 무너지고 있는 현실에서 무기력과 자괴감을 주체할 수 없습니다. 참스승의 길을 찾고 싶습니다.’
‘날마다 인터넷과 전화, 각종 회의 속에서 넘치는 정보와 언어소음에서 나는 일하는 부속물이고 소외된 객체입니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면 나는 낯선 이방인입니다.’
‘가족과 직장을 지키기 위하여 정신 없이 살다보니 어느덧 예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사는 일이 허무해지려고 합니다. 이제는 나를 찾고 노년을 준비하고 싶습니다.
’2, 30대를 사회운동으로 보내면서 나의 정체성을 생각합니다. 나에게는 의도적 목적을 향한 강한 자의식만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전업주부입니다. 아이들도 다 크고 난 지금, 내가 무엇을 위해서 살았나 싶고, 무엇에 속아서 살았나 싶고, 왠지 억울한 생각이 듭니다. 일상이 권태롭고 공허합니다.’
‘내 안에 도사리고 있는 아집과 독선, 집착과 미움에서 그만 벗어나고 싶습니다.’‘불교인으로서 예절과 법도를 배우고 싶습니다.’
‘수려한 대자연의 풍광 속에서 몸과 마음을 편안히 쉬어가고 싶습니다.’
4고苦 8고苦의 문제가 정녕 고타마 싯다르타의 문제만은 아닌 것은 분명하다. 바로 지금 여기에서, ‘무엇을 위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는 시방삼세 모든 존재의 영원한 화두인 것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산문에 들어서는 세속의 좋은 벗들이여!
이렇게 재미있고 이렇게 살기 힘든 세상에 한 생각 접어두고 마음을 닦아 참생명의 길을 걷겠다는 그대들의 진지한 구도에 감복합니다. 이왕지사 산문에 들어오셨으니 소중한 인연의 씨앗을 참되고 힘을 얻는 열매로 맺어야 합니다
먼저 발심發心이 확립되어야 합니다. 발심이란 인생의 문제의식이며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와 노력입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사성제四聖諦는 발심의 전과정입니다. 전도된 가치와 탐욕의 삶은 고통을 가져옵니다. 그러므로 무지와 탐욕의 허상을 직시하고 지혜와 자비의 삶으로 전환하?길이 바로 인생의 완전하고 영원하고 진실한 행복입니다. 이 길이 바로 해탈, 열반의 길입니다
버려야 할 것은 탐욕과 미움과 어리석음의 삼독이며, 얻어야 할 것은 지혜와 자비의 길입니다. 생각과 언어와 일상의 실천이 진·선·미 그 자체일 때 우리는 참마음의 길을 걷게 됩니다. 이렇게 버려야 할 것과 얻어야 할 것이 명확해질 때 산사수련회의 초발심은 바른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간혹 복잡하고 힘든 환경을 떠나 잠시나마 심리적 안정만을 취하고자 하는 분들을 보게 됩니다. 이런 분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단지 산사에서의 좋은 추억만을 간직할 뿐 삶의 모습은 제자리입니다
그리고 산사수련을 이색적인 문화체험으로 접근하는 분도 보게 됩니다. 아울러 참선·위파사나·염불 등 형식에만 집착하는 분들도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 깊은 함정이 있음을 알아차려야 할 것입니다. 바른 발심체계에서만이 예불·참회·경전공부·참선·사경·산행·바루공양·묵언 등의 모든 수련내용들이 자신의 혁명을 돕는 의미로 다가옵니다
어떻게 수행할 것인가
다음으로 수련생활에서는 자신의 고정관념과 잘못된 습관을 버리고 이른바 소견과 버릇을 바르게 익히는 일이 매우 소중합니다. 무지와 탐욕을 버리고 지혜와 자비의 삶이 말하고 생활하는 일상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에 구현되지 않는다면 수행은 한낱 관념이고 기능적인 기술일 것입니다
새벽 기상을 통하여 우리의 잠자리 문화를 바로 하고, 예불을 통하여 모든 생명에 대해 경건한 마음과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포행과 산행을 통하여 자연를 사랑하고 무정물인 자연과 한 생명임을 체험해야 합니다. 경전을 통하여 자신을 비추어 보고 바른 인생관을 확립해야 합니다.
참선과 염불, 사경을 통하여 순수하게 자신을 집중하고 자기를 바로 보고 자기를 의미있게 운용하는 힘을 길러야 합니다. 바루공양을 통하여 과식과 탐식 등의 식생활문화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묵언을 통하여 어지러운 생각을 바로 하고 일상에서 할 말 아니 할 말을 가려하며 진실한 말, 부드럽고 따뜻한 말, 화합시키는 말을 익혀야 합니다. 꽉찬 수련 일정 속에서 게으름을 멀리하고 시간을 슬기롭게 의미있게 창조적으로 활용하는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수련도반들과의 수행을 통하여 인연의 소중함과 함께 자신에게 엄격하며 이웃에게 너그럽고 배려할 줄 아는 자비의 행을 실천해야 합니다
이렇듯 신·구·의身口意 삼업三業을 지혜롭고 힘있게 현실에 운용하는 하나하나가 바로 수행입니다. 관념과 이론은 결코 수행이 될 수 없으며 우리 삶를 변화시키지 못함을 자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조사들은 ‘모든 존재가 부처이며, 밥 먹고 잠자고 일하는 그 속에 도가 있으며, 보고 듣고 이밖에 진리가 따로 없다.’고 하셨습니다
수련회, 새로운 대안문화로
좋은 벗들이여!
전국의 많은 산사에서 여름이면 수련회를 열고 있습니다. 불교계를 넘어서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힘든 세상이면서도 참나를 찾겠다는 간절함이라 하겠습니다
7년째 대둔사 수련회를 맞으면서 수련을 이끄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점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실과 미래를 직시하면서 무엇을 구현할 것인가라는 수련의 목적은 분명한가?
수련을 지도하는 수행자들은 전문소양을 익히고 있으며, 수련생들에게 진置構?정성스럽고 유연하고 합리적으로 대하고 있는가? 수련회를 행자교육원이나 선방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수련 내용에 대한 검증과 반성, 모색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그저 절생활의 형식만을 수련의 전부라고만 생각하지는 않는가?
여름 한철의 일회성에만 그치지 않고 겨울철과 주말수련회를 운영하는 등 상설화에 왜 머뭇거리고 있는가?
불교인을 넘어서 일반의 모든 계층에게 열려 있는 수련회, 그들에게 맞는 수련내용 개발에 고민하고 있는가?
궁극적으로 산사수련회가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어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가?
좋은 벗들이여!
수련회를 이끄는 많은 스님들을 만나보면 이런 고민들은 비단 저 하나의 고민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세속의 좋은 벗들의 간절한 구도심이 더해가노라면 반드시 신심과 원력은 꽃을 피울 것을 확신합니다
산사 수련회, 부디 간절하고 정성스럽게 하십시오. 그러면 답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