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법성포 마라난타 존자상과 해인사 청동대불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죽비의 소리 - 원철 2001년 07월 233호
지난 6월 7일 전남 영광 법성포구에서는 이천오백 사부대중이 모여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성역화 사업’의 첫 삽을 떴다. 일만 오천 평 부지에 총 공사비 151억원을 들여 오는 200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기안할 때부터 말이 많았다.
부채가 300억이 넘는 지자체에서 ‘특정종교’를 위한 예산낭비가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지적이 나왔다. 사실 개신교계의 성역화 사업의 반대 이유는 자치단체가 주민세금을 들여 특정종교를 지원한다는 데 집중되어 있었다. 사태가 확산되어 성역화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이르자 영광지역 번영회와 38개 사회단체로 구성된 ‘영광사회단체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영광군은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기념사업을 빨리 추진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 와중에서 사업추진의 선봉장이던 개신교 집사인 군수가 ‘탈종’을 하는 등 집안 내의 종교분쟁·감정싸움으로 비화되었다.
지자체는 차분히 문제해결을 위하여 고심했다. 마라난타 존자가 ‘특정 종교인’이라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영광군의 이미지 통합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논리로 지역 개신교계의 반대를 일축했다. 특히 군비로 특정종교를 성역화한다고 문제를 삼은 마라난타 존자상 건립은 불교계와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기념사업추진위원회’가 35억을 모금해 충당토록 해 비난의 화살을 피해갔다. 영광지역 사회단체협의회는 “굴뚝 없는 공장을 만드는 관광지 조성이 무슨 특정종교 성역화냐”는 논리로 지역사회의 여론을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공원·폭포·팔각정 등 부대 문화시설을 다양하게 만들어 대중에게 회향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한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분에도 신경을 썼다. 유물전시관은 마라난타 존자의 고향인 파키스탄 양식으로 지어 미술사적 의미를 살리고자 하였다. 유물전시관 안에는 스님이 모셔온 불두와 간다라시대 불교문화재를 전시하여 역사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그리고 존자가 타고왔던 선박도 관광용으로 만들어 바다에 띄우고자 하여 ‘흥행성’도 염두에 두었다. 그리고 공원에는 마라난타 스님의 고향에서 채취해온 파키스탄 식물들을 심을 예정이다. 그리하여 국제화시대에 걸맞는 명분도 축적했다. 또 마라난타 스님의 고향인 간다라 불교문화와 우리 나라 불교의 역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장으로 승화시켰고, 국내 뿐만 아니라 백제불교를 받아들인 일본 불교인들의 방문까지 예상한 것이라고 홍보하였던 것이다.
그런 여론 정화과정을 거쳐 법성포에 존자의 동상이 나툴 수 있는 공감대를 마련했던 것이다.
지난 6월 4일에는 ‘해인사 호국호법 평화통일 석가모니 좌상 청동대불’ 기공식이 가야산 입구 성보박물관 부지에서 일천여 사부대중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국민사찰’ 해인사 홈페이지에는 연일 ‘전시성·소모성 불사’라는 비난의 글이 대량으로 올라온다. 홈페이지 개설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눈밝은 사람이 오백 명이나 모여 수행한다는 곳의 안목이 ‘나만 좋으면 된다’는 식으로 비쳐친 것은 어쨌거나 우리의 허물이다. 영광군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해인사의 여론 대처 및 수용능력을 점검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