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요즘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시대에 그 같잖은 해가 바뀜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할만한 너스레이려니오 하루 하루가 지하철 계단을 두 세칸씩 오르내려서 수많은 사람 사이를 어찌어찌 비집고 달리는 전동차 속에서 있는 것만으로도 안도의 숨을 쉬어야하는 요즘 생활들이 형편을 돌아볼 때 그런 유난은 어찌 보면 사치일 뿐 아니라 청승맞은 구석마저 없지 않겠다.
그러고 보면 언제부터인가 우리의 생들이 그 어떤 속도 속에 자의든 타의든 얹히어 질주하고 있는 듯하다. 그 가운데 가야할 지점도 방향도 모른 채 마냥 돌진을 외치며 허겁지겁 떠밀려 가는 것이 아닌지. 마치 사나운 바람에 검불이 날리듯, 미친 듯한 홍수에 휩쓸려 가듯 말이다.
그런 까닭에 계절의 오고감 따위나 인간으 원초적인 한계로 느껴지는 세월의 무상혐의 정서들을 조금도 챙겨 볼 틈도 없는, 그야말로 한낱 기능적인 부속물로 여겨지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요즘 들어 세월의 무상함을 주제로 한 시나 소설이 드물다-는 것을 문득 깨닫고 보니, 지금은 가히 세월을 잃어버린 시대가 아닐 런지 모르겠다. 또한 인간에게 필요한 삶의 조건들을-챙겨가며 살 만한 시대도 아닌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한해가 다시 저물 많은 사림들은 제각기 살아온 나름대로의 아쉬움과 회한에 젖으리라.
한해의 비바람 속에서 나무들은 나이테를 하나 더 보탤 것이며, 대나무에 마디가 있고 또한 그 마디를 늘여가는 은 대나무만의 유일한 단란함을 지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싶은 까닭에, 해질녘에 다리를 뻗고 울었다는 옛 선승의 울음은 그저 이마에 주름 하나 늘어가는 세월의 야속함을 슬퍼해서가 아닐 터, 마땅히 우리들 삶은 진지해져야 할 것이며 하루 하루가 곧 대나무의 마디와 같이 단단해져야 하리라 싶다. 잎을 떨군 감나무 가지에 지난 가을 따고 남은 감 몇 개를 쪼아먹으려고 온 듯한 까치가 쉴새없이 찍찍 짖어댄다. 눈이 올 것만 같은 하늘이다. 서산스님의 시 한 수 적어 본다.
눈 온 들길 걷는 사람이여
갈팡질팡 걷지 말아라
오늘 그대의 발자취는
훗날 사람들의 이정표가 되리니
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