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행자실에 행자가 한명 들어왔다. 머리는 삭발을 했고 말과 행동이 불손하여 다른 절에서 행자 생활을 하다가 쫓겨온 것이 분명했다. 가끔 이 절 저 절 떠돌면서 은사로 모시고 싶은 스님이 없다든지, 행자 생활자체를 수행으로 삼으면서 도인 행자 노릇을 한다든지, 또는 무슨 문제를 일으켜 머물기가 곤란해지면 다른 절로 가서 행자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 그런 행자들은 행자실의 기강을 흐려 놓기 마련이어서 고참 행자들이 꺼려했다. 그래서 장난기가 발동한 고참 행자 몇이 모여 상의를 했다. 저런 행자는 처음부터 정신을 바싹 차리게 해 놔야 해인사 행자실 적응을 잘할 것이라고.
그리하여 이 행자도 여느 행자들처럼 입방 절차에 띠라 보경당에서 삼천 배를 시킨 다음 덤으로 특별 교육장(?)으로 데리고 갔다. 지금은 보일러 실로 쓰고 있지만 그때 보경당 지하 보일러실은 원주실 창고로도 겸하고 있었다. 해인사 행자실의 가풍을 익히 알고 있는 이 행자도 무척 긴장하고 있었다. 철문으로 된 창고 앞에서 행자의 눈을 가린 다음 ‘지금부터 특별 교육을 실시하겠습니다. 행자님은 다른 절에서 행자 생활을 하다가 왔으니, 해인사 행자실에 입방을 하고 싶으면 반드시 이 과정을 거쳐 하심과 인내심을 키워야 합니다” 하고는 철문을 철컹 열고 지하 계단을 내려갔다. 이 행자는 눈을 가린 채 덜덜 떨며 그저 이끄는 대로 끌려가 준비된 철제 의자에 철퍽 앉혀졌다. 그리고 양손가락에 빨래 집게를 물려 놓고 옆 기물들을 쿵쾅거리며 전기 고문실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보일러 스위치를 올렸다. 그 순간 ‘쾅’하는 굉음과 함께 보일러가 돌아가기 시작했고 눈을 가린 채 겁에 잔뜩 질려 있던 이 행자는 전기 고문 스위치를 올린 줄 알고 “으악! 사람 살려!” 하며 의자를 박차고 밖으로 뛰쳐 나갔다.
이것을 지켜보던 고참 행자들은 배꼽을 쥐고 웃었고, 그 뒤에 그 행자는 정말 하심과 인내심으로 행자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다. 지금도 해인사에서 행자 생활을 한 스님들은 전설같이 전해 듣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