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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성게 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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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해설 - 무관 1991년 11월 117호
무량원겁 즉일념
일념즉시 무량겁

긴 세월이 한 생각이요
한 생각이 긴 세월이라

벌써 가을입니다. 가야산에는 빨간 단풍이 차츰 짙어만 가고 아침 저녁으로 싸늘한 공기가 옷깃을 파고 듭니다. 엇그제만 해도 뜨거운 여름 햇볕에 지쳐 빨리 가을이 오기를 바라면 우리였는데 어느새 시간어 이렇게 빨리 흘렀는가 싶습니다. 범망경에는 시간의 흐름이 이렇게 표현되어 있습니다.“마치 쏟아지는 산골 물과 같고 달리는 말과 같다.”바로 세월의 무상함을 표현한 말이지요.“긴 세월이 한 생각이요”라는 말은 결국 빠름을 말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빠른 것을 쏟살 같다고 하지만 요즈음에는 총알 같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싶습니다. 빠르다는 것은 변화를 뜻합니다. 변화하는 것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을 불교에서는 마음이라고 합니다. 제행 무상無常은 세상에 모든 것이 항상 하지 않고 모두 변하며 생각생각이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일어났다가 사라지기를 거듭 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세속을 반연하고 육도 가운데에 끊임없이 돌고 돕니다. 우리의 바르고 착한 생각은 마치 봄날에 곧 피어나 싹이 튼 어린 잎새처럼 비바람이 한번 불고 지나가면 찍여 버리고 맙니다. 그래서 옛 사람은 “사람의 마음은 위태로우나 도심은 미약하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속에는 걱정하는 마음이 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설사 위험하든 미약하든 마음은 그 속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바르고 착한 한 생각을 정견正見이라 합니다. 이 생각은 무상한 생각으로서 마치 이 가출 떨어지는 낙엽처럼 보기에도 아름답고 우리의 정서를 일깨우듯 다양한 색깔의 모습들을 정리하고 정돈하는 그런 마음입니다. 그런 까닭에 바른 생각과 정리 정돈된 생각을 항상 가짐을 항심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대구에서는 한 청년이 자신의 분노를 이길 수가 없어서 집에 불을 질러서 다른 사람을 죽고
상하게 하더니,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서울 여의도 광장에서는 훔친 차를 타고 마구 달리던 청년이 어린
아이들을 무차별하게 치여 죽인 사건이 있었음을 기억합니다. 자신의 마음을 추스려. 일어나는 욕짐과
분노를 삭히는 것은 저 거대하고 다양한 자연의 변화 속에서 배울 일입니다.“무량원겁이 즉일념이다”는 말은 변화 속에 변하는 씨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선종에서는 “평상심시도平常JL是道”또는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합니다. 즉. 일상 생활 속에서의 평범함을 지루하다거나 불만스럽다거나 아름답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보지 않는 것 입니다. 이러한 생각이 가끔 기이하고 신기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할 것입니다. 더 많은 것 더 좋은 것‘ 화려하고 깨끗한 것 남의 것이 아닌 내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옛 스님이 말씀하시기를 “불교를 일 년 배우면 부처님이 눈앞에 있지만. 삼 년을 공부하면 부처님이 서 천국西天으로 간다”고 하셨습니다. 어떤 이들은 처음
불교를 배우게 되면 의욕이 왕성해서 열심히 하지만 한때의 열기가 지나면 생활의 평범함이나 변화하는 현실에 자신이 너무나 주변 머리 없는 사람처럼 느껴 져서 어느 순간, 그 시험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서고 마는 이들도 많습니다. 화엄경에서는“초발심이 마지 막에 정각을 이른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마음을 내어 보살심을 가지면 청정하고 바르며 깨끗해서 항상 하지만, 이 처음 발심이 사그라지면 퇴타해서 물러서고 말기 때문에 그것을 경계하는 말입니다.
“무량원겁 즉일념”은 변화하는 다양함 속에 일관된 무엇인가 하나가 존재한다는 뭇입니다. “일념 즉시무량겁”은 이러한 일관된 하나의 마음으로 변화에 적응하고, 평상의 마음으로 호기심에 맞서며. 무심으로써 유섬에 맞서며, 큰 마음으로 작은 마음에 맞서며, 진심으로 망심을 이기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이웃을 의심하면 할수록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됩니다. 혹 자신의 잘못으로 물건을 챙기지 못하고 잃어버린 것으로 여겨서 다른 사람을 의심하다가 그 물건을 찾은 뒤에는 의심 받던 사람과 대화가 끊기고 서먹하게 됨을 경험해 보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진리를 의심하면서도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대지도론에“불법은 마치 대해大海와 같아서 오직 믿는 자만이 들어갈 수 있다”
고 했습니다. 한 생각 믿음이 의심과 맞서서 자신의 좁고 바학이 못한 부분들을 챙기기 위해 관심을 집중할 때에, 한없이 긴 세월이 바로 항상 하는 한 마음에 와 닿는 것입니다. 물방울이 비록 적으나 모이고 모이면 내를 이루고 강을 이루어 결국은 큰 바다에 들어가게 됩니다.
가을이 깊어 갑니다. 높은 산에서는 단풍이 지고 서리가 내리며 기온은 영하로 뚝 떨어져 눈도 내린답니다. 우리의 마음 가라앉아 긴 세월 동안 방황하던 생각을 정리하여서 근본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