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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국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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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해인삼매 - 김용택 1991년 10월 116호
아침 저녁으로 걸어 다니는 산아래 강길 십리
오늘도 나 혼자 걸어갑니다

산모롱이를 지나 한참 가면
바람처럼 누가 나를 가만가만 잡는 것도 같고
새벽물소리처럼 나를 가만가만 부르는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나는
그 자리를 그냥 지나 갔습니다

오늘도 그 자리 거기를 지나는데
누군가 또 바람같이 물소리같이 가만가만 잡는 것도 같고
부르는 것 같아도나는 그냥 갑니다
그냥 가다가 다시 되돌아 와서가만히 혼들린 것 같은
한 작은 나뭇잎들 바라봅니다그냥 바라보다가다시 갑니다
다시 가다가 되돌아 와서가만히 서 있다가
작은 나뭇잎들 가만가만 들춰봅니다아, 찬물이 맑게 고언 옹달생 위에
산수국꽃 몇 송이가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이쁘던지 나는 아 아 하다
아, 얼마나 고운 사람이
이 샘가에서 고요히 숨을 거두었기에
꽃잎이 저렇게 이뿔까
옹달샘물에 가만히 비친
맑디 맑은 산수국꽃 몇송이.

〈시 작메 모〉

나는 십리 길올 걸어서 학교에 오고 간다. 강길 십리 걸은 걸을수록 계절마다, 날이 날마다 감동적이다.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가다가 물이 먹고 싶어 물소리 나는 곳을 가서 살짝 나뭇잎들을 들춰봤더니 아주 작고 예쁜 산수국꽃이 피어 있었다. 꼭 누군가 곱게 이 자리에서 죽어 이 꽃으로 다시 태어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