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불전으로 본 세존의 음악관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유마의 방 - 박범훈 1999년 11월 213호
세존께서는 음악에 대하여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계셨을까. 불교음악의 근본적인 진의를 알기 위해서는 세존의 음악관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세존께서 불교음악에 대해 부정적으로 설하신 내용이 잘못 이해되어 아직도 일부 불교계에서는 음악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세존께서는 태아 때부터 음악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행본기경」 보살강신품과 「보요경」 소현상품에는 마야부인이 세존을 탁태托胎할 때, 광명이 온 천하를 비추고, 북을 치고 노래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이러한 기록은 세존께서 잉태하는 과정에서부터 음악이 함께 하였음을 일러주고 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성장과정에서부터 출가 때까지 음악과 깊은 관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태자시절에 출가를 막으려고 정반왕이 다양한 악·가·무를 동원하여 태자를 위로하였는데, 「불설덕광태자경」에는 왕이 채녀彩女를 시켜서 밤낮으로 많은 기악技樂을 하여 태자를 즐겁게 하고 태자가 나쁜 것을 보지 못하게 하라는 기록이 전하고 있으며,「불본행집경」 에는 태자를 즐겁게 하려고 수천 대의 악기를 동원하여 연주한 기록이 전한다. 태자는 이러한 세속의 음악은 즐겨하지 않았으나 출가 직전까지 많은 음악을 경험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장아함경」에는 세존의 음성이 범음으로 맑고 청정했다고 한다. 그리고 「불설대승입제불경계지광명장엄경」에는 여래의 음성은 메아리 같았으며, 중생이 내는 갖가지 음악에 따라 음성을 냈으며, 중생의 서로 다른 믿음에 따라 갖가지 마음과 즐거움을 알고, 묘한 음성으로 그에 맞게 설법하여 모든 중생을 깨닫게 했다고 전한다.
이상과 같이 세존께서는 음악에 대한 특출한 자질과 풍부한 경험에 의하여 수도자들에게 음악에 대한 확고한 가르침을 주셨다. 즉 세존께서는 음악을 크게 부정적인 음악과 긍정적인 음악으로 구분하여 수도에 방해가 되는 세속 음악은 부정적으로 보고, 금지하도록 하였고, 불보살을 찬탄하는 음악은 긍정적으로 보고 권장하셨다.

부정적인 음악
「장이함경」 권 제11 선생경에는 세존께서(장자의 아들인) 선생에게 재산을 훼손하는 일에 대하여 여섯 가지-술,도박, 방탕, 기악, 악한 벗, 게으름-를 설하셨는데, 그 중에 기악伎樂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기악에도 여섯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노래에 빠지는 것이고, 춤을 좋아하는 것이며, 금琴과 슬瑟타기를 좋아하는 것이며, 손뼉소리(波內早), 북(多羅槃), 이야기(首呵那)라고 하였다. 만일 장자나 장자의 자식이 이러한 기악을 그치지 않고 즐기면 그 집의 재산은 날로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설하셨다.
「증일아함경」권 제38 마혈천자문팔정품에는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여닮 가지 재법齋法에 대하여 설한 내용이 전하는데, 그 중에 여덟째로 노래나 기악을 멀리하고, 향이나 꽃을 몸에 바르거나 꾸미지 말라는 팔관재법에 대한 내용이 전한다. 그리고 「증일아함경」 권 제49 중생거품에는 세존께서 모든 비구에게 여자가 남자를 속박하는 데에 아홉 가지가 있는데, 그 내용은 노래하고, 춤추고, 기악을 하고, 웃고, 울며, 얼굴과 몸으로 요술을 부리는 것이라 하셨다. 그리고 이것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은 아주 단단히 구속을 당하게 되므로 비구들은 반드시 이 아홉 가지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 하며, 반드시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한다고 설하셨다.
「증일아함경」권제43 선악품에서는 세존께서 비구들이 향락(五樂)에 관한 이야기, 노래, 춤, 우스갯소리, 기녀들의 음악(妓樂) 이야기 동을 금하도록 한 기록이 전하고 있으며. 「마하승지율」 권제33 명잡송발거법지 11에는 기아伎兒들이 하는 기악을 보지 말라 했다.
「우바세오계위의경」에서는 방일함을 여의는 데에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 노래하는 것, 둘째 춤추는 것, 셋째 음악을 하는 것, 넷째 악기로 장염하고 꾸미는 것, 다섯째 노는 곳에 가서 보거나 듣지 않는 것이다.
위의 기록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세존께서 어떤 까닭에서 음악(伎樂)을 금하라고 하셨는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술 마시고, 도박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며, 악한 벗을 사귀고, 게으르고, 이러한 속에서 기악에 빠져 노래 부르고, 춤추고, 금과 슬을 잡고 놀아나는 음악, 이러한 음악을 세존께서 금하라고 하신 것은 당연한 것이다. 세존께서는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과 그에 수반되는 음악을 금하도록 설하신 것이다. 이는 곧 음악에는 세속 음악의 폐단이 있고 불교음악의 유익함이 있음을 뜻한 것이다.

긍정적인 음악
세존께서는 부정적인 음악을 설하신 반면 긍정적인 측면에서 음악을 권장한 기록이 전한다. 「법원주림」 권제36 패찬편에서는 “어떤 사람이 이 탑을 보자 환희심이 나서 곧 음악을 지어 탑을 돌면서 공양을 하며 발원을 하였더니 그러한 공덕으로 인해 아흔한 겁 동안 삼도에 떨어지지 않았다”라고 하였다. 또 백연경에서는, “옛날 부처님이 세상에 계실 때였다. 사위성에 있는 모든 백성이 몸을 장엄하고 노래와 기악을 했으며, 그 사람들은 부처님을 보자 기쁜 마음으로 예배를 드리고는 곧 기악을 하면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하고 발원을 하고 갔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곧 웃으시면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저 사람들은 기악을 하여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공양을 한 인연으로 미래세의 백겁 중에 악도에 떨어지지 않으며, 천상의 사람들 가운데 기잔 즐거움을 누리게 될 것이며, 백겁이 지난 뒤에는 벽지불이 되어 모두 묘성불妙聲佛이라는 똑같은 명호를 갖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인연으로 만일 사람들이 음악(作樂)으로 삼보께 공양하면 한량없고 끝없이 많으며 생각할 수 없이 많은 공덕을 얻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법화경 게송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만일 사람들에게 음악을 하게 하거나 북을 치고 각角과 패貝를 불고, 퉁소·피리·거문고·공후·비파·징·동발을 치며, 여러 가지 아름다운 음악으로 마음을 다해 공양을 하면 모두 불도를 이루게 되리라” 했다.
「법원주림」 권제36 패찬편 제34에는 “긴나라가 거문고를 타고 노래하며 세존을 찬탄하자 수미산과 모든 나무와 숲이 다 진동했고, 500명의 선인들은 미치광이처럼 신족神足을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수긴나라 왕이 금과 북으로 음악을 연주하자 그 아름다운 노랫소리(歌聲)는 욕계와 모든 하늘의 음악을 덮었으며, 산에 있는 약초와 수풀 속의 나무들이 모두 진동하더니 몹시 취한 사람처럼 거꾸로 섰고, 수미산이 광란하여 땅속으로 꺼졌다 솟아났다 하였다.”
도제품경에서는 “보살에게는 청정하게 하는 열 가지 일이 있는데, 그 중에 불법을 모시는 절에서 부처님의 공덕을 노래로 찬란하여 맑고 부드러운 성품으로 중생을 위해 법문을 전해 주는 것이며, 존신을 모시는 절에서 기악을 하고 금琴·쟁箏·적笛 등의 음악으로 부처님의 탑과 절에 공양을 올리는 것이다”하였다.
지금까지 세존께서 설하신 부정적인 음악과 긍정적인 음악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았다. 이상의 기록을 통하여 세존께서 설하신 부정적인 음악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왜 그런 음악을 금하라고 하셨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불교음악은 종교 음악적인 차원을 떠나서 동양의 민족음악을 대변해 주는 자리에 있다. 그리고 불교음악은 불교의식을 비롯해 포교와 새로운 민족음악의 창달 등 그 역할의 중요성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이러한 중요성을 세존께서는 일찍이 인지하셔서 바람직한 음악에 대한 가르침을 주신 것이다. 앞으로 불교음악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중요성이 제대로 인식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