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 청사 신축불사 종도 참여하는 ‘과정의 전형’도 창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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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리포트 - 편집실
1999년 10월 212호
조계종 총무원 청사 신축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논쟁이라기보다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소하고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달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이 같은 움직임은 9월 13일 개원한 142회 임시중앙 종회 종책질의에서 극명하게 나타났다. 총무부에 대한 종책질의 스물세 건 가운데 여섯 건이 청사 신축에 관련된 질문으로 다른 사안보다 관심이 높았다. 종도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우선 청사 신축에는 크게 이론이 없는 듯하다. 7일열린 ‘조계사 성역화사업추진위원회’에서 총무원장 고산스님이 인사말을 통해 “청사 건립을 통해서 무차 화합의 정신을 회복하고 이천만불자의 애종심이 확인된다면 우리 종단은 승풍이 진작되는 청정한 승가로서 화합과 발전의 웅대한 날개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더욱이 종정 혜암스님의 교시까지 나온 상태다. 혜암스님은 8월 28일 “육조의 산문을 삼각산에 둔 것은 비전면면한 정종맥正宗脈을 계승함이었으되. 정화이래 영예와 오욕이 함께 했으니 이 또한 피할 수 없는 시절 인연이라”고 지적하고 “다행히 당금에 이르러 고산총무원장이 조계사를 종단의 중심도량으로 바로잡고 흐트러진 종풍을 수습하여 진작코자 하니 모든 종도와 사부대중은 수희동참하여 불법을 만고에 빛낼 대가람의 진면목을 현시하라”는 내용의 교시를 발표했다.
한때 “아직도 쓸 수 있는 건물이며, 중앙승가대 김포학사 이전이 우선 사업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대세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종권 다툼의 현장이라는 인식을 씻어 버리고 새로운 종단을 창출하겠다는 뜻으로 청사 신축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청사 신축을 계기로 폭력적인 종권 다툼의 악순환이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리는 마음의 표현이다. 또 현 총무원장 고산스님의 의지가 매우 강한 것도 청사 신축의 적기를 맞았다고 보는 사람들도 많다. 아무리 청사 신축이 필요하다고 해도 총무원장의 의지가 크지 않다면 실현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문제는 드러나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모아진다. 대작불사에 걸맞는 다양한 여론수렴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첫째고, 200억 원에 이르는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밝혀 달라는 것이 둘째다.
총무원은 지난 3월 한국 박물관 건축학회 등에 청사를 포함해 조계사 성역화의 기본계획 보고서 제출을 의뢰했다. 보고서를 토대로 7월 공청회를 열었다. 이에 대해 종회와 관심 있는 종도들은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월주 총무원장 때에 세웠던 기본계획이 거의 무시되다시피 했다는 점이다. 당시 여러 달 동안 연구를 통해 수립한 기본 계획은 조계사 대웅전을 현재의 교육원 건물 자리로 이전하고, 종각을 포함한 남쪽에 총무원과 각종 기관이 입주하는 불교 회관을 건립한다는 것이 기본 골격이었다.
또 하나는 추진위원을 구성하며 통보하는 식으로 위촉장만 보낸 것도 볼멘 소리를 듣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앙종회 의원인 한 추진위원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동안 추진 위원들의 의견을 듣는 회의를 열었는지도 알지 못한 채 공청회가 열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7월 19일 열린 공청회는 발표만 있었을 뿐 청중이 없어 토론회는 진행되지 못한 결과를 빚었다. 이러다 보니 200억원이 드는 대형 건축 불사의 진행 방식으로는 ‘졸속’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왔다
“200억 원은 조계종 총무원의 한 해 예산을 넘는 거액이다. 종도들의 참여 없이는 마련하기 어려운 금액인데, 총무원 스스로 종도들의 참여를 막는 것이 아니냐. 종도들이 기꺼이 시주에 참여하도록 하려면 열린 진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가벼이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이런 가운데 총무원 청사의 철거에 따라 총무원을 현재 포교원이 입주해 있는 건물로 옮긴다는 결정까지 있었다. 이렇게 하면 포교원 건물을 이용하며 각종 강좌와 기초 교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조계사의 신행·교육 프로그램까지 차질을 빚는다. 나아가 조계사가 사들인 건물에 세들어 있는 불교 단체들의 이전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며 불교의 바른 역할을 하려 노력하고 있는 불교단체의 새집 마련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청사철거 뒤 총무원은 조계사 경내에 가건물을 지어 입주하기로 했음은 그나마 다행이다.
둘째는 재원 마련 방안이다. 설계사인 일건건축이 예상한 청사 건립비 180억원, 여기에 공사 진입로 확보 동 부대 비용 등을 포함하면 최소한 200억 원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중앙승가대학 김포학사 공사비도 지급해야 한다. 설계 변경과 부실공사 여부를 놓고 김포학사 시공사인 풍림산업과 다투고 있지만, 풍림산업에 건네 줘야 할 김포학사 공사비도 적게는 200억 원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조계종 총무원은 최소 400억 원을 마련해야 한다.
총무원장 고산스님은 9월 2일에 열린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5백만 명의 신도가 1만 원씩만 시주하고, 독지가가 나서면 700~800억 원이 조성될 수 있다”며 재원 마련 방안을 제시했다. 고산스님은 또 “종각을 짓는다고 시주하라고 하면 하지 않지만, 범종 불사를 하며 종에 이름을 새겨 준다면 시주가 몰린다. 이 돈으로 범종을 만들고 종각까지 지었다”는 경험담을 들려 주며 동참을 당부했다.
청사 신축 시주금으로 중앙승가대 김포학사 공사비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96년부터 설치한 청사 건립 특별회계 적립금은 32억 원 남짓이다. 조계사 성역화 추진위 집행위원장 원택스님은 “올해와 이후 3년동안 100억 원 정도를 특별회계로 잡았으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안다”며 “청사 신축을 위해 100억원 정도를 보태면 된다”고 밟혔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이 특별회계 적립이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
재원 마련을 위해 신축할 청사에 불교중앙박물관을 입주케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김대중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힌 불교중앙박물관 건립 지원과 관련해 정부의 지원비를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물관은 유물의 보존과 보안을 고려하지 않은 생각이라는 비판이 나와 폐기될 것으로 보이지만, 재원 마련을 위한 총무원의 고민의 정도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한 종회의원의 지적대로, 총무원 청사 건립 불사는 종단의 주요 목적불사로서 종도들의 관심과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설계사 선정 이후 총무원은 교구본사주지회의, 원로의원 초청 간담회, 종회의원 초청 간담회를 잇따라 열어 청사 신축불사에 원로 스님들과 중진 스님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총무원의 뜻만큼 참여 열기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원인이 성스러운 대작 불사임에도 종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는 지금까지의 추진 과정에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소홀히 여겨서는 안 된다.
조계사 성역화추진위 집행위원장 원택스님은 9월 7일 추진위 출범식 뒤에 기자들과 만나 “여론 수렴 절차 등 여러 문제가 있었음 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사부대중의 뜻을 모으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청사 신축을 포함한 조계사 성역화불사는 시작됐다. 종도들이 동참한다면 재원 마련도 가능하다. 종도들이 기꺼이 동참할 수 있는 열린 마당을 만들어내는 일이 남았다. 청사 신축불사는 건물만 올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아야 한다. 종도들의 참여와 불사과정의 전형을 창출해 내는 것도 불사에 담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