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방에 다니는 도반이 와서 해수욕을 며칠 하고 갔다.
간다기에 객비를 얼마 주었다.
도반 낯 색이 밝지 못하다.
내 머리에는 오늘 아침 생일 불공을 하고 간 보살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요즘 마늘 값이 안 좋아 걱정이라는데.
며칠이 지나자 다른 도반이 왔다.
간다기에 지난 번 일도 있고 해서 무리해서 챙겼다.
도반 눈빛이 과하다는 듯 하다.
조금 아꼈으면 어린이 법회 날 과자를 살 수 있었을 텐데.
어린이 법회 날, 서로 나누며 함께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인다.
함께 했던 강원시절 눈 푸른 납자가 되어 어디에도 매이지 않겠다던 옛 맹세는 세월이라는 시간에 변질되고, 눈칫밥이나 주고받는 관계가 되어 씁쓸한 웃음이나마 흘려보는 추억이 되었다. 저마다의 인연 따라 흐르다 언제부턴가 멈추어 서서 선 자리를 고집한다. 자신이 의지했던 진리는 이제 마음 창고에 가두어 두고 문을 열지 않는다. 창고 열쇠를 더 크고 단단하게 할 뿐이다.
창문 넘어로 밭이 보이고 다시 그 넘어로 바다가 보인다. 바람이 땅의 기운을 북돋우며 지장보살이 되어 맴돌고 있다. 그리고 그 넘어 바다에는 바람이 물결을 일으키며 ‘사바하 사바하’ 하며 독경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