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천자도 부모도 와서 절을 하니

다음 게시물
거룩하고 청정한 수행을 위한 법문 - 법전 2001년 06월 232호
결제심출 結制心出이요 해제신출 解制身出이라.
해결무려 解結無慮하면 시진출가 是眞出家라.
결제는 몸이 출가함이요 해제는 마음이 출가함이라.
해제 결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이 진짜 출가라.

반산보적盤山寶積 선사가 시중示衆하여 말했습니다.
“땅이 산을 받들고 있으되 산의 높고 낮은 것을 모르는 것 같고, 돌이 옥을 머금고 있으되 옥에 티 없음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이 하면 진출가眞出家라 하리라.”.


흔히들 출가를 세 가지로 나눕니다. 일반적으로 심출가心出家 신출가身出家 신심출가身心出家를 말합니다.
몸이 출가한 것. 마음이 출가한 것. 몸과 마음이 같이 출가한 것이라는 말입니다.
겉모습은 출가를 했는데 마음 씀씀이는 여전히 중생심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거나, 행동은 유위有爲에 걸려 있으면서 입으로만 맨날 공空하다고 한다면 이 모두 제대로 갖추어진 출가가 아닙니다. 몸도 마음도 모두 출가를 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수행자라 할 것입니다.
결제 때는 몸을 한 자리에 묶어 두고 마음을 챙깁니다. 해제 때는 마음은 챙기면서 몸을 산천에다가 맡겨 두고서 떠돌아 다닙니다. 그러니 진정한 공부인은 해제 결제가 어디 따로 있겠습니다.
늘 결제인 것입니다. 몸을 묶어 놓든 풀어 놓든 마음자리는 늘 그 자리입니다.
그래서 진출가인은 늘 결제인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들 근기가 그러하지 못하여 이렇게 또 억지로라도 형식을 만들어 진출가인이 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하기 위하여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은 결제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부처님 당시에는 모두 상근기인지라 여름결제 뿐이었습니다. 중국의 조사스님들은 중근기를 위하여 겨울결제를 추가시켰습니다.
근기가 자꾸 약해지니 결제기간을 자꾸 더 늘려서라도 공부를 시키려는 간절한 노파심 때문이기도 합니다.
요즈음 해동海東 땅 제방에는 산散철에도 결제하는 곳이 더러 있으니 이 또한 선지식들이 하근기를 위한 배려라 하겠습니다.

일찍이 서산 대사는 《선가귀감》에서 출가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출가하여 승이 되는 일이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

편안하고 한가함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요, 따뜻한 옷과 잠자리와 배불리 먹기 위함이 아니요, 명예와 이익을 구함도 아니다. 생사를 벗어나기 위함이요, 번뇌를 끊기 위함이요, 부처님의 지혜를 잇기 위함이요, 삼계에서 벗어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다.”출가란 자신의 본래 면목을 찾아 부처님의 혜명을 이으며 일체중생을 제도하는 것이 그 본분입니다.
오늘 하안거 결제일을 맞이하여 내가 참으로 출가했는가? 내가 참으로 발심했는가? 내가 참으로 결제를 하고 있는가? 하고 스스로에게 반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다시금 출가하는 초발심으로 돌아가 결제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조주 스님에게 어떤 납자가 묻습니다.
“어떤 사람이 출가한 사람입니까?”

“천자도 배알하지 않고 부모가 도리어 절을 한다.”

출가의 공덕은 임금이 와서 절을 하고 부모에게도 절을 받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진출가가 되었을 때만이 허물이 되지 않습니다.
진출가는 하루에 일만금을 녹여도 빚이 되지 않는다고 했던 것입니다.
조주 선사께서 방 안에서 좌선을 하고 있는데 소임자가 ‘국왕이 왔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래도 선상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왕을 맞이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선상 위에서 전송을 했습니다.
왕이 가고 나서 대중들이 의아해 하면서 물었습니다.
“국왕이 왔는데 무엇 때문에 일어나지 않았습니까?”“그대는 나를 모르는가? 하급 사람이 오면 절 문까지 나가서 맞이하고, 중급 사람이 오면 선상을 내려가서 맞이하고, 상급사람이 오면 선상에 앉은 채로 맞이하오.
대왕을 중급이나 하급 사람이라 부를 수 없으니 대왕을 욕되게 할까 두렵소.”이 말을 전해 들은 대왕은 매우 기뻐하였습니다.
그리고 대궐에 와서 공양 받으실 것을 두 번 세 번 청했던 것입니다.
수행자다움이 바로 진출가인으로 진정한 귀의처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결제를 제대로 하는 진출가인은 이렇게 왕에게도 절을 받았습니다.

세속은 윤회의 길이요 출가는 해탈의 길이니 해탈을 위하여 세속은 과감하게 끊어버려야 합니다.
부모의 깊은 은혜는 출가 수도로써 보답해야 합니다. 만약 부모의 은혜에 이끌리게 되면 이는 부모를 지옥으로 인도하는 것이 되니 부모를 길 위의 행인과 같이 대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살았던 대표적인 분이 황벽희운 선사일 것입니다. 희운 선사가 수천 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황벽산에 주석할 때 일입니다. 그 때 노모가 의지할 곳이 없어 아들을 찾아왔습니다.
희운 선사가 그 말을 듣고서 대중들에게 명령을 내려 물 한모금도 주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노모는 하도 기가 막혀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가다가 대의강大義江 강가에서 배가 고파 엎어져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희운선사에게 현몽하여 말했습니다 .
“내가 너에게서 물 한모금이라도 얻어 먹었던들, 다생으로 내려오던 모자의 정을 끊지 못해서 지옥에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너에게 쫓겨나올 때 너무 억울한 마음에 모자지간의 깊은 애정이 다 끊어졌다.
그 공덕으로 죽어 천상으로 가게 되었으니 너의 은혜는 말로 다할 수가 없구나.”그리고는 절을 하고서 떠나갔다고 합니다.
부처님은 사해군왕四海君王의 지위도 헌신짝같이 내버리고 출가의 길을 나섰고, 육조 스님은 노모를 버려 두고서 공부길을 떠났습니다. 한 때의 환몽幻夢인 부모처자와 부귀영화 등 일체를 희생하고서 오직 공부에만 전념했던 것입니다. 이 생사해탈의 공부에는 인정이 원수입니다.

인정이 두터우면 그 인정 때문에 공부를 못하게 됩니다. 이왕 출가했으니 모든 인정을 끊고 참으로 진출가가 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백장 선사 회상에서 어떤 납자가 통곡을 하면서 법당으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백장 스님이 물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부모를 함께 잃었습니다. 스님께서 날을 잡아 주십시오.”“내일 네 놈까지 함께 묻어 버려야겠다.”

이와 반대 경우도 있습니다

하택荷澤 선사가 법당에 들어가 종을 치고는 대중에게 말했습니다.
“노승에게 고향소식이 왔는데 ‘부모가 모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대중에게 청하노니 ‘마하반야바라밀다를 외워 주시오.’라고 하였습니다.

대중이 막 앉으려 하는데 하택은 또 얼른 종을 치면서 말했다.
“대중에게 수고를 끼쳤소.”

부모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인정이 아니라 공부로 제도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백장 선사와 하택 스님은 우리 출가자들에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중봉中峰 선사 회상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어떤 납자가 중봉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지난 날 세속에 있을 때 《법화경》 7권 중 4권을 외울 수 있었습니다.

그 뒤 생각하기를 머리 깎고 승복을 입은 후에는 출가 전에 외우지 못했던 나머지 3권을 반드시 외우리라여겼습니다. 그러나 출가한 지 20년이 되었는데도 나머지 3권을 외우기는커녕 출가 전에 외워 두었던 4권마저도 잊어 버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이에 중봉 선사가 말했습니다.
“집에 있을 때는 세속을 벗어나야겠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매양 뭔가 부족함을 느꼈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그 생각에 4권이라도 외울 수 있었다.
이윽고 출가의 목적이 이루어지자 마음이 방일해져 외워 두었던 것까지 모두 잊어 버리게 된 것이다.”출가를 했더라도 한 생각 놓아 버리면 바로 출가 이전보다도 못한 경계에 떨어져 버립니다.

반산보적 선사가 말한 ‘땅이 산을 받들고 있으되 산의 높고 낮은 것을 모르는 것 같고, 돌이 옥을 머금고 있으되 옥에 티 없음을 알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이와 같이 하면 진출가眞出家라’라고 하였는데 낮에 삼천리를 걷고 밤에 구백 리를 걷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예사롭게 있는 일입니다. 이것을 제쳐 놓고 따로 반산 선사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땅이 산을 받든 것 같고 돌이 옥을 머금은 것과 같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그런 진출가의 소식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이번 결제철에 잘 참구해 보시기 바랍니다.


지후산고숙사연 地厚山高孰使然고 옥장거박부지년 玉藏巨璞不知年이로다약인염념상여차 若人念念常如此하면 감여세간위복전 堪輿世間爲福田하리라.
땅 두텁고 산 높은 것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고

옥이 큰 옥돌 속에 숨어서 지낸 세월 모른다.
누군가가 생각생각에 이렇게 하면

세간의 복밭이 될 수 있으리라.□

2545. 하안거 결제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