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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도단言語道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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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호산 2001년 05월 231호
● 이야기 하나


초창기 해인가족 모임 때의 일이다.
“에 - 다음은 ○○스님의 환영사가 있겠습니다.” 점잖게 단상에 오른 ○○스님, 그 특유의 여유로운눈빛으로 함박웃음을 머금은 채 주욱 좌중을 한 번 둘러본 후 무언가 한 말씀 할듯 말듯 입술을 달작이다 그냥 빙그레 한 번 웃어보이고는 조용히 단상을 내려갔다. 원래 말 못하기로 소문난 ○○스님이지만 그날의 법문이 최상의 묵언법문 이었다고 지금도 스님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다.

● 이야기 둘

대장경 연구소의 사찰 캠페인 중 일어난 일화 한토막, 여느 때처럼 연구소의 활동내역을 담은 비디오를 상영한 후 캠페인팀을 인솔한 스님이 점잖게 마이크를 잡고 후원을 권유하는 한 말씀을 올렸다. 법회를 마친 후 한 노보살님이 이 스님을 찾아왔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이 스님 손을 어루만지며 하시는 말씀.
“스님, 내가 여태껏 많은 스님들을 만나보았지만 스님처럼 맑고 깨끗한 참스님은 처음 봤어요.” 잠시 머쓱해진 이 스님 앞으로 노보살님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어쩌면 그렇게도 말씀을 못하십니까? 그래야 참스님이라면서요?” “???……” 황당해진 이 스님은 말을 잊었다.
추신 : 그날의 연구소 후원 약정금이 평소보다 높았다나, 어쨌다나.

● 이야기 셋

종단 소임을 보고 있는 중진스님이 각 종교의 지도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목사님 한 분이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조계종 스님들은 무슨 이유로 총무원에 모여 치고 받고 싸우고 그럽니까?” 무안해진 이 중진스님 그냥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데도 이 목사님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은근히 부아가 치민 이 중진스님 점잖게 한 말씀 하셨다.
“당신들 목사님같이 속세에 계신 분들은 헬스다 뭐다 하면서 운동을 하고 그러지만 우리 조계종 스님들은 참선공부만 하다 보니 다리가 부실해져서 이렇게 4년마다 한 번씩 모여 체력단련을 하지요.”

● 착어着語

말이란 참 희한하다. 똑같은 말인데도 듣는 사람에 따라 그 뜻이 자의적으로 해석되어져 전혀 다른 말이 되기도 하고 주변 환경에 따라 빛이 굴절되듯 내용이 달라지기도 한다.
언어의 중요성을 조사스님들이 알았던 것일까? 절집안에서 맨 먼저 배우는 수행이 묵언이다.
묵언을 해보아야만 언어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스님들의 언어에는 수행 이력이 담겨져 있다.
조사스님들의 선문답이 절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냥 자연을 바라보듯, 물이 흐르듯, 그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올 여름 사찰 수련법회에 참석하여 묵언정진을 한 번 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