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배경과 원인
그렇다면 한두 단체도 아니고 거의 전반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불교재야운동단체들의 변화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민족자주 ·통일불교운동협의회(통불협)’ 정책위원장 조성렬 씨는 최근 ‘주간불교’에 기고한 글에서 이를 네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80년대 들어 급속한 독점자본의 성장에 따른 한국사회의 토대변화, 둘째 소련을 필두로 한 사회주의권의 변화, 셋째 대중운동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민족민주운동의 새로운 방향 모색, 넷째 불교대중의 자주적인 진출의 확산 등 한국사회와 불교대중의 전반에 걸친 변동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사실 불교재야운동단체의 최대 협의체인 ‘통불협’도 작년 일년동안 불교운동의 전망을 둘러싼 논의 등으로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고 활동도 위축 되었었다.
위의 글에서 조씨는 불교재야운동 단체에서 내부적으로 논의했던 내용을 다음 네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대중과의 결합을 어떻게 강고하게 꾸릴 것인가 둘째, 불교운동의 장기적 전망을 수립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해 나가기 위한 진지한 모색. 셋째, 불교운동세력의 통일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 넷째, 보다 더 적극적인 실천을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가 등이다.
엄청난 변혁을 거듭하고 있는 사회주의권을 중심으로 한 세계정세의 급변과 국내 정치 ·경제의 변동 등객관 정세가 크게 변했을 뿐만 아니라 운동의 주체인 대중들의 진출도 불교를 포함하여 노동 ·농민 둥 대중운동이 크게 신장하여 재편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재야운동권 상층의 대다수가 민중당 창당, 민주당 입당, 평민당과 함께 신민주연합당(신민당) 창당 등으로 제도 정치권으로 대거 진입함에 따라 단기적 지도력에 공백이 생겨 재야운동권이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의 소리도 적지 않다. 하여 그간 재야운동권과 깊게 밀착되어 있던 불교재야도 함께 침체하게 되는 원인의 하나라는 시각이다.
이렇듯 안팎으로 변화된 상황에 직면한 불교재야운동 단체들은 이제 그 변화 모색의 결과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보역량걸집에 주력하는 통불협
변화를 모색해 온 불교재야 운동단체 중 ‘통불협’은 올 2월부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불사교’의 민족불교학당이라는 강좌를 통해 배출한 졸업생이 모여 만든 ‘청년여래 회’와 함께 새 사무실을 마련한 ‘통불협’은 이 단체와 함께 제11기 민족불교학당을 유치, 최근 약 3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보다 앞서 2월에는 지자제와 관련한 강좌와 토론회를 개최하는 동 지자제 실시를 앞두고 기민한 대응을 하였다. 4월말에 ‘불교운동’이라는 새 기관지를 창간하여 불교운동의 이론정립과 회원교육, 지도력 확보에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4·19혁명 31돌을 맞아서는 예년과 다름없이 4·19묘소를 참배하고 영가 천도재를 거행했다.
작년의 침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통불협’ 은 불교운동의 장기적 전망을 수립하고 각 부문에서 성장하고 있는 진보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기 위한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한다.
사실 짧게는’92, ’93년의 권력재편기를 앞두고 제도정치권과 민족·민주운동권 등에서는 심각한 논의와 논쟁이 있다. 표면화는 안되었지만 불교재야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또 길게는 통일 후나 2천년대를 준비하는 오늘의 사업은 무엇이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불교계 일각에서는 논의가 있어왔다고 한다.
‘불사연’이나 ‘불사교’의 방향전환 모색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댄식이다 어쨌든 ‘통불협’은 단체이름이 말하듯이 단체간의 협의체형식이면서도 창립부터 강하게 인상 지워준 정치성과의 갈등 속에서 어느 한쪽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객관적 위·치에 놓여있다. 11개 가맹단체와의 연대활동 강화와 정치전 사안을 일상적으로 대응할 거의 일한 불교재야운동단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통불협’은 가능한 힘의 범위 안에서 대중적 방식 정치투쟁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구심이 요구되는 승가운동
위에서 거명된 단체 이외에도 작년에는 ‘불교인권위원회(인권위)가 창립되어 기대를 모았고 ‘교수불자연합회’와 ‘인권위’가 주축이 되어 ‘공명선거추진 불교도시민운동연합(공불련)’이 결성되어 치자체 선거에서 불법 ·타락 선거를 방지하고자 그 활동을 전개한 바 있다. ‘공불련’은 ‘경제정의 실천시민연합(경실련)’‘YMCA’ ‘홍사단’ 등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공명 선거 실천시민 운동협의회’에 가입하여 연대대활동을 전개, 이번 6월에 실시 예정인 광역의회선거에서도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권위’는 창립 전 충분한 준비가 부족해 여론의 기대와는 달리 그 활동이 매우 미미한 형편이고, ‘공불련’도 상충인사의 화려함에 비해 밑에서 발이 되어줄 실무진와 대중 확보는 부족한 형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두 단체 모두 기존 재야운동단체보다 훨씬 온건한 변화를 지향하는 성향을 갖고 있는 까닭에 그전부터 활동해 온 재야운동단체와는 사안별 ·부분별 연대활동에 머물러 있다.
또 하나 특기할 사항은 올 3월에 불교문화전문단체 ‘불교문화교육연구소(불푼연)’가 새로 발족되어 활동에 기대를 모으고ι있다. 어쨌든 재가 불자쪽은 나름대로 정리되고 분화·전문화되는 경향에 비추어 승가쪽은 ‘ 아직까지 가닥이 잡혀지지 않을 것 같다. 진보그룹의 양축으로 건재해 오면서 선방과 지방 말사들에 기반을 두었던 ‘대승승가회’가 활동을 중지 함으로써 상황 진전이 불투명하계 되었다. 석림회는 해마다 스님들의 입학 인원수 자체가 절대적으로 감소해 존립위기까지 닥친 실정이고, 중앙승가대학내의 진보세력도 최근 약 3년 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결과로 ‘정토승가회’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게 되었다.
다만 한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대한불교선우도량’의 창립이다. 아직 그 활동이 구체화되지 않아 그 단체의 성격을 무어라 규정지을 수 없지만 지금까지 보여주고 있는 포용성으로 보아 최소한 기존 불교재야운동단체와 부분별 ·사안별 연대는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 ‘결사’라고 하환 전통적인 방법을 들고 나왔고, 주요한 관심사가 승풍진작에 있으며, 대응내용이 상황에 따른 신속성보다는 근본 문제를 향한 지구전을 표방한 ‘선우도량’의 활동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성공한 스님’의 모습이 견성과 거대 포교당 건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고통 받는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행에도 있다는 실증을 많은 스님들이 쌓아주질 적지않은 불교도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