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탄탄한 중소기업체로 알려진 ‘천도피혁’ 주식회사는 싱그러운 5월을 맞아 전 사원들이 용정암이란 산사가 있는 곳으로 야유회를 떠났다.
“어차피 내려올 산, 뭣하러 지랄같이 자꾸 올라가는지 모르겠네 원……”
역시 조련질이 심한 오만상 씨가 그야말로 오만상을 찌푸려가며 뱉어내는 투정이었다. 오만상 씨, 그는 회사에서도 짓궂기로 소문난 장난꾸러기에다 알아주는 말썽쟁이였는데, 화장실에 앉아서는 노크하는 사람에게 점잖은 목소리로 어서 들어오라고 능청을 떠는, 아주 치졸한 장난에서부터, 어쩌다 회사에서 특별히 가외로 보너스라도 주는 날은 일일이 남자 사원들의 집에다 전화질을 해 꼬 불친 술값을 들통나게 하는 일하며, 좌우지간 그는 아무도 못 말리는 헤살꾼이요, 밉살스러운 사고뭉치였다.
“하, 어떤 어부인들께선 눈물이 나도록 고맙다며, 꼭 차 한잔 사겠다고 만나 뵙자는 분들도 있던데?”
팔에 그는 한술을 더 떠서 진짜로 분통 터질 야지량까지를 떨어댈 정도로 막무가내에다 후안무치한 위인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의 그런 놀부 소싯적의 행태와 다를 바 없는 짓거리는, 마치 움직이는 부비트랩을 달고 다니는 사람처럼 괜히 죄없는 이웃들을 불안하게 긴장시키곤 했다.
특히 오늘 같은 모처럼의 즐거운 야유회 날은 더욱 그랬다. 매년 이와 유사한 행사가 있는 날이면 그야말로 그는 무슨 약속된 행사처럼 꼭꼭 크고 작은 말썽을 빚어 냈기 때문이었다.
작년 야유회 때도 그는 소변이 든 맥주병을 돌리다 수하 직원들에게 역살까지 잡히는 망신을 당했는데, 하마터면 그는 그 때 그 일로 이미 거나하게 취한 그들로부터 몰매를 맞을 뻔하기도 했다.
“아, 것도 먹어두면 다 약이 된다는 걸 몰라? 나 이런 병신들 하구는··.”
아무리 부처님 같이 자비로운 회사 동료들이지만 그 뻔뻔스러운 변명과 흰소리엔 그만 더 이상 참을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 날의 그 미욱한 사건은 노사화합 차원의 배려로 모처럼 야유회에 친히 참여한 회사 대표의 간곡한 만류와 중재로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그 사건은 그 후 회사원들에게 어쩌다 만나는 맥주병 앞에서 자주 떨떠름하고 찜찜한 표정으로 강박감에 시달리는 버릇을 남겼다.
그런 난장판을 곧잘 치르고도 오만상 씨가 회사로부터 추방당하지 않는 것은, 그의 극성스러우리 만치 지독한 근면성 때문이었다.
지독한 헤살꾼으로서의 그의 그런 부지런함은 가히 불가사의에 가까운 일이었다.
당 피혁공장에서 남자로서는 드문 봉제공이 되면서부터 잔뼈가 굵어진 그는 오늘날의 생산과장이 되기까지, 실로 신들린 사람처럼 회사일에 미친 일등 공신이기도 했다. 제품의 생산에서부터 검사· 감정까지 좌우지간 그의 손이 미치는 곳엔 언제나 똑 소리가 날 정도로 모든 마무리가 완벽했다. 하여튼 좀 돌발적이고 엉뚱하며 괴팍스러운, 그 가늠할 수 없는 장난벽만 빼고 나면 그는 그야말로 회사로선 절대 없어서는 안될 인재였다.
“하, 이거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던데…….”
버스에 실어 둔 각종의 음식물이 생각되는지 오만상 씨는 산을 오르면서 몇 번이나 입맛을 다셨다.
이유고 일행들은 정화수가 펄펄 솟아오른다는 일천팔십 계단의 용정암「그 주로 여승들이 수행하는 곳으로 알려진 암자에 도착했다.
일찍부터 거의 정상에 가까운 산의 바위틈에서 기여하게도 용천수가 솟아 올라 그 청결한 물을 타고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안고있는 용정암은 꽤나 유서 깊은 도량이었다.
“어이 감로수가 따로 있는 게 아니구먼’ 사원들은 모두 그 샘물가에 둘러서서는 제각기 가쁜 숨을 다스리는 중에서도 그 시원한 물맛을 찬탄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물 한 바가지를 게걸스럽게 퍼 마신 오만상 씨는 정작 그물맛에 대한 찬사는커녕 불명과 비방부터 먼저 터뜨렸다.
“이 무슨 물맛이 이래 이거----여승들이 오줌이라도 썼나?”
또 그의 장난기가 발동하는 정조라고 생각하는지 동료들이 일제히 눈을 흘끔거렸다.
그때 한 비구니가 이른바 용정 가까이에서 그윽한 시선으로 그 오만상 씨를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었다.
드디어 그 여승의 끈끈한 시선을 의식한 오만상 씨는 터벅터벅 그녀에게로 다가갔다.(저 또 무슨 수작이나 낭패스러운 결례를 범할는지------)
동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꼴깍 침을 삼켜 내렸다.
“저 스님, 옛날 중국에서 왔다는 그 유명한 만상대사란 분이 이 용화수 앞에서 득도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 분에 대해서 설명을 좀 해 주십시오. 설마하니 그분을 모르시진 않으시겠지요?”
오만상 씨는 정중한 자세로 일단은 합장하는 예의를 갖추었다. (드디어 승려까지 골려 먹는 악취미가 발동되는군------)
모두는 그 잘못 걸려든 여승을 바라보며 한결같이 동정과 수심이 가득한 마음을 보냈다.
“네, 물론 그 만상대사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참으로 얼토당토 않는 여승의 답변에 사람들은 모두 한꺼번에 와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순간 오만상 씨의 어깨가 의기양양하게 부풀어 올랐다. 어느새 그의 표정은 학창시절 곧잘 난해하고 짓 굳은 질문을 던져 선생님들을 당혹케 하던 그 악동의 그것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러나 여승은 표정 하나 흐트리지 않고 담담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그 만상대사는 지금 바로 이 자리에 계십니다. 그 붐은 어린 시절 허방다리를 놓는 장난을 무척 즐겼는데, 공교롭게도 그 허방에 자신의 어머님이 빠져 허리를 부러 뜨린 일이 있었고, 소학교 여자 동급생에게 독사로 장난질을 치다 그만 허벅지를 물게 하여 그 소녀를 죽일 뻔한 일도 있었지요. 좌우지간 그는 부지기수로…… 소승은 지금도 그 악동을 위해서 가끔 기도를 드리고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그리고 여승은 훌훌히 돌아서 암자 쪽으로 사라졌다. (아, 그래! 너는 그때의 바로 그 독사에게 물련 겁쟁이 순님이,)
오만상씨는 입을 쩍 벌린 채 한 발작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 여승이 사라진 쪽을 향해 오래오래 울상만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