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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불천탑千佛千塔의 성지 운주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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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여화 - 정영호 2001년 04월 230호
- 천태만상의 탑塔ㆍ상像 -

고려시대 석탑은 지방적인 특색을 현저하게 나타내고 있는 점과 전대前代에 볼 수 없었던 각양각색의 새로운 특수한 형식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운주사에는 양식이 다른 석탑들이 산재하고 있다. 일반형인 정4각형탑 이외에 모전석탑의 유형과 이형異形 석탑 등 18기의 석탑이 있다.
특히 고려시대에서 볼 수 있는 풍수설의 유행으로 산골짜기 사이에 절과 탑을 유치한 실례와 지방세력의 건탑사실 등을 이 곳에서 찾을 수 있다.
한편 조형적인 면에서 이 곳은 원구형圓球形석탑, 원형석탑 등이 정사각형과는 전혀 다른 원형 평면을 이루고 있어 이 시대에 나타난 각양각색의 새로운 특수형식으로 주의를 끈다. 일반형석탑에 있어서도 탑신석 각 면에 마름모꼴, 사선교차문, 사선교차쌍문, 종선문, 마름모 속의 화문 등 여러 가지 문양이 조각되어 있다. 이 역시 표면장식에 있어서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점이라 하겠다.
석불에 있어서도 석탑의 경우와 마찬가지이다. 보통 신라와 고려전기에 조성된 석불들은 상호와 동체 각부에 있어서 입체감이 있으며 뚜렷한 표현으로 시대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이 곳의 석불들은 그렇지 않다. 즉 운주사의 백여 구의 석불들을 개관해 보면 한결같이 평판적平板的인 조상들만 보인다. 상호에 있어서도 눈썹과 눈, 코, 입, 양쪽 귀 등 각부의 표현이 다소 입체감을 보이는 불상이 있기는 하나 대부분 그대로 평면적이다. 특히 의문衣紋의 처리가 형식화되어서 종縱?횡橫의 선각뿐이다. 그리하여 이러한 석괴石塊에 가까운 평판적 석불의 의문(옷무늬) 처리 등을 이 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나주철천리석상羅州川里石像들과 비교해 볼 때 이들은 역시 서로 연결되는 양상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지연적인 관계와 전통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고려중엽부터 지방적 특색이 농후해졌을 때 이 곳에서도 이 지방의 특유한 석불 형식이 나타나게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석탑에 있어서 특이한 양식으로 1984년 문화재로 지정된 9층석탑(보물 제796호)과 원형다층석탑(보물 제798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9층석탑九層石塔은 운주사 골짜기의 남쪽 첫 입구에 위치한 석탑으로 별도의 지대석이 없이 거대한 암반 위에 건립되어 있다. 암반 자체의 상면에 각형괴임을 각출하고 면석을 받치고 있는데 4매의 판석으로 짜여진 각 면의 양쪽 귀퉁이에는 우주隅柱가 모각되고, 면석 안쪽으로 보조 우주가 뚜렷하게 마련되어 있다. 기단부가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첫 층부터 1층으로 보아야 한다. 옥개석 하면에는 여러 겹의 선문線紋이 기하학적으로 조각되었고 네 귀퉁이 전각에는 반전이 있으며 낙수면은 평평하여 평판적인 조형임을 느끼게 한다. 각층 옥개석은 돌 한 개로 조성하였으나 초층과 2~3층은 4매의 판석으로 짜여 있다. 그러므로 1, 2, 3층의 탑신석에는 좌?우 양면에 우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각층 탑신석의 각 면에는 똑같은 기하학적인 문양을 조각하였는데 이 중의 마름모꼴 안에 4엽화문四葉花紋을 장식한 것이다.
탑신부 정상에는 원주형圓柱形의 석재와 보륜 등의 상륜부재가 놓여 있는데, 이렇듯 상륜부가 남아 있는 경우는 이 곳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이 석탑은 거대한 암반 위에 건립되었고 탑신부에 기하학적인 문양이 가득히 조각되어 있다. 특히 옥개석이 경쾌하여 전체적으로 화사하고도 세련된 작풍을 보이고 있어 이 곳의 석탑들 가운데서 수위급이다.
원형다층석탑圓形多層石塔의 건조 석재는 원형의 지대석은 돌 하나(一石)이며, 기단면석은 돌 다섯 개(五枚石)로 이루어졌으며 기단갑석과 탑신부의 탑신 및 옥개석은 모두 돌 하나씩(一石)으로 조성되었다. 이 석탑은 지대석, 기단부, 탑신부의 탑신과 옥개석에 이르기까지 모두 원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기단면석만은 십각十角인데 이 십각도 원에 가까우므로 석탑의 명칭을 「원형다층석탑」이라고 칭하게 된 것이다.
석탑의 구성은 지대석 위에 높직한 원형 괴임을 각출하고 십각의 기단면석을 받치고 있으며 그 위에 갑석을 놓았는데, 갑석 측면에는 앙형仰形의 연꽃문양을 얕게 조각하였다.
갑석 상면에는 별다른 시설 없이 탑신부를 받치고 있는데 각층 탑신석 측면에는 쌍조선雙條線이 돌려졌다. 옥개석과 같이 상층부로 올라감에 따라 완만하게 체감되어 마치 탑파의 상륜과 같은 형식을 보이고 있다. 옥개석에 있어서 초층옥개 아랫면에는 두 줄의 선(二條線)이 장식되어 있으나 2층 이상은 한 줄의 선뿐이다.
이 석탑은 탑의 구성이나 전체적인 형태에 있어 이색적인 것이다. 고려시대에 이르러 많이 나타나는 특이형 석탑에서도 그 으뜸에 놓아야 할 것인바 역시 고려적인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는 실례라고 하겠다.
기단갑석은 상면이 평평하고 측면이 호형弧形을 이루고 있는 데 대하여 옥개석들은 정반대로 하면이 평평하고 측상면에 이르면서 호형이다. 이것은 상?하의 조화와 안정감을 주게 한 조형 의장인 것 같다. 만약에 갑석과 같이 옥개석들도 상면이 평평하게 놓였다면 상?하의 조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안정감도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현재의 높이가 5.58m로 6층까지 남아 있는데 그 윗층의 부재가 없어 과연 몇 층이 더 있었는지 알 수 없으므로 「다층석탑」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이와 같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천태만상의 석탑과 석불의 각부 양식을 생각해 볼 때, 과연 이러한 특이한 점들이 고려시대에 나타난 특징적인 면으로만 이해되거나 또는 해결되는 문제일까 하는 의문이 항상 떠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모든 전통적인 조형과 미술은 돌연변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석탑의 여러 가지 표면장식, 석불의 평판적인 조형과 색다른 각부의 표현 등은 전대의 계보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필자는 중국, 만주, 시베리아, 몽골 등 외지에서 그 원류를 찾아보았던 바 이르쿠스의 바이칼호湖 몽골 마을에서 몇 가지의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이 문제는 앞으로의 큰 과제로 연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