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를 구별한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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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윤경원
2001년 04월 230호
우리 사람들의 생김새가 제각각 다르듯이 식물들의 생김새 특징은 모두가 다르다. 어떤 사람의 모양을 나타내려면 눈, 코, 입의 모양과 피부색, 키가 크고 작음으로 간략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글로 나타내려면 그리 쉽지 않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쉽게 지나쳐 버리는 수많은 식물들의 특징을 정리해서 기재記載한다는 것은 기재는 그만두고, 기재해야 할 내용이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조차도 어렵다. 그리고 설사 기재해 놓은들 그 내용을 이해한다는 것도 일반인들에게는 쉬울 리 만무하다.
어떤 식물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 적어도 풀인지, 나무인지, 꽃이 어느시기에 피는지, 꽃의 색깔은 어떠한지, 열매모양과 색깔이 어떠한가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아주 비슷한 종류들 사이에는 이러한 것들만으로는 식별識別 이 불가능한 식물이 더 많다. 같은 족속族屬에 속하는 식물은 암술과 수술의 아주 미세한 부분의 차이로 특징지워진다. 그러다보니 초보자의 눈에 똑같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약용으로 쓰여지는 식물들의 경우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삼지구엽초三枝九葉草는 한방에서 음양곽淫羊藿이라 하여 강정제强精劑로 쓰여지는 식물이다. 그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줄기가 세 개로 갈라지고(三枝) 각 줄기마다 작은 잎이 세 장씩(九葉) 올라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그런 모양의 식물이 어디 삼지구엽초뿐이겠는가ㆍ 유연관계類緣關係가 전혀 없는 ‘꿩의 다리’ 종류 식물들이 10종 이상이 된다. 그러다 보니 ‘꿩의 다리’ 종류의 식물들이 음양곽으로 둔갑해서 한약재로 판매ㆍ유통되고 있으니 무슨 약효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ㆍ 따라서 식물의 특징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식물을 이용하는 우리 인간들에게는 식물의 쓰임새를 제대로 하기 위한 기본인 것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식물은 제각기 다른 특징과 이름을 지니고 있는데, 겉모양으로 판단하여 다른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그 이후에 웃지 못할 일을 만들어 내고 만다.
일반적으로 ‘벚나무’라 하면 일본의 국화이며, 쌍계사 입구와 전주-군산간 도로변에 만발하는 벚꽃, 진해의 군항제를 떠올리게 될 뿐이다. 식물의 특징을 상세하게 기재해 놓은 도감圖鑑을 들여다보면 머리가 아파진다. 참고로 이창복 씨의 《대한식물도감》의 벚나무에 관한 것을 그대로 인용해 보겠다.
“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한 낙엽활엽교목이다. 높이 15m, 직경 70cm에 달하는 나무로서 수피樹皮가 옆으로 벗겨지며 암자갈색이고 소지小枝에 털이 없다. 잎은 어긋나며 난형卵形 또는 난상 피침형이고 길이 6~12cm로서 양면에 털이 없으며 가장자리에 잔톱니 또는 복거치複鋸齒가 있다. 꽃은 연한 홍색 또는 거의 백색인데, 4~5월에 핀다. 열매는 둥글고 6~7월에 적색에서 흑색으로 익는다. 전국에 분포하고 있으며 수직적으로는 높이 100~1,500m 사이의 산지와 마을 부근에서 자란다. 적윤성赤潤性 토양을 좋아하므로 물기가 있는 하천부가 성장의 최적지가 된다.
벚나무는 수피가 곱고 꽃이 아름답기 때문에 관상수로 많이 식재되고 있다. 목재는 재질이 좋고 광택이 아름다우며, 가공성이 좋기 때문에 고급가구재나 악기재 또는 정밀기계의 목재부분으로 사용된다. 또 수피는 완화緩和, 진해鎭咳, 해독의 효능이 있어 해소, 피부염, 심마진, 소양증 등에 치료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우선 몇 가지 어려운 말부터 살펴보겠다. ‘피침형’은 창끝모양으로 생긴 것으로 길이가 나비보다 길고 잎자루가 달린 쪽에서 전체길이의 1/3쯤 되는 곳이 가장 넓다가 점차 좁아지는 것을 말한다. ‘복거치’는 또 한번 갈라진 것을 말한다. ‘적윤성’토양이란 붉은 빛을 띠는 습기가 많은 축축한 흙을 말한다.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결국 그림이나 사진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봐도 전문가나 그 미세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을 뿐이지 일반인 눈에는 ‘그것이 그것’일 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살구, 복사나무, 매실나무, 자두나무도 같은 속屬 식물이니 말이다.
벚나무라 이름 붙여지는 식물은 왕벚나무, 올벚나무, 벚나무, 꽃벚나무, 산벚나무, 개벚나무, 처진개벚나무, 털개벚나무, 겹개벚나무, 별벚나무, 섬벚나무, 양벚나무, 실벚나무, 털벚나무, 분홍벚나무, 좀벚나무 등이 있다. 학자에 따라 조금씩 견해차를 감안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종류가 있다. 그 식물을 기억할 수 있는 대표적인 벚나무 종류는 왕벚나무일 것이다. 일본의 국화이며, 정원수ㆍ가로수로 많이 심고 열매는 버찌라 먹을 수 있기에 벚나무의 전부로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의 국화라는 것 때문에 일본에서만 자생自生할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데, 우리 나라 제주도 한라산과 남쪽지방의 산에도 자생하고 있는 식물이다. 벚나무는 왕벚나무와 아주 비슷하지만, 왕벚나무가 암술대에 털이 있는 것에 비해 암술대에 털이 없다. 왕벚나무가 잎표면에 털이 없고 뒷면 맥脈 위의 잎자루에 털이 있는 것에 비해 잎의 양면에 털이 없는 것이 다르다. 산벚나무를 살펴보자. 이도 또한 벚나무와 비슷하지만 수피樹皮가 흑갈색, 작은가지가 굵고, 털이 없으며, 새싹에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게 다르며, 바다 가까운 숲속에 나는 게 차이점이다. 다른 벚나무 종류 역시 무엇인가 다른 점이 있기에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워 지는데 이를 찾아내는 것은 식물분류학植物分類學을 전공하는 사람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학자들에게 벚나무는 그렇게 주목의 대상이 되지는 못한다. 벚나무가 자연상태에서 전형적인 군락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는 다른 나무들과 어울려서 자라는 수반형隨伴形인 까닭이다. 대부분의 벚꽃단지는 인공조림이기 때문에 학술상의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긴 어렵다. 다만 화엄사에 아주 큰 벚나무가 있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는 학술상 가치보다는 ‘크기’라는 측면이 강조된 것이라 하겠다.
또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나라의 자연교육과 생물교육이 얼마나 제대로 되어지지 않았는가 하는 것이다. 자연시간이나 생물시간에 식물을 자세히 관찰해야 하는 단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초ㆍ중등학교 학생들에게 식물 특징을 알아내는 기본적인 시각을 갖추어 주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대학과정의 관련학과를 졸업한 사람들도 기본적인 안목보다는 편의를 좇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벚꽃을 생각하면 화려함과 아름다움이 떠오른다. 학창시절에는 이웃의 전군가도 벚꽃은 늘 시험기간과 겹쳐 언제 피고 졌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올 봄에 가까운 쌍계사 가서 벚꽃도 보고 돌솥비빔밥도 먹어 보고 햇차도 한 잔 해야 하겠다. 새로운 이 봄에 모두에게 벚꽃을 볼 때 느끼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