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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신앙頂戴信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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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관암 2001년 04월 230호
이제 꽃비 내리는 4월이면 해인사를 필두로 전국의 많은 대소 사찰에서 경전이나 경판을 머리에 이고 요잡繞하는 법보신앙의 꽃인 정대불사頂戴佛事가 열리게 된다. 해인사는 무려 41년의 연륜을 갖고 있다.
불교는 인간 고오타마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이룬 후, 살아 계시는 선지식인 석가모니 부처님만 믿고 따르는 신앙에서, 입멸 후 부처님의 사리를 봉안한 사리탑을 중심으로 한 탑파신앙과 함께 삼보신앙이 형성되었다. 즉 교단이 형성되어 경전이 결집되고 불상이 조성된 후부터 불교는 부처님(불보)과 더불어 그 가르침(법보) 그리고 그 교단(승보)을 똑같이 보배로운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며 불교 문화를 꽃피워 왔던 것이다. 이러한 삼보신앙은 불교의 근본 교의인 중도中道나 불이사상不二思想을 바탕으로 본질은 형식을, 형식은 본질을 서로 버리지 않고 또 집착도 하지 않으면서 중생을 위한 많은 신앙의식으로 전승시켜 왔다. 본질적인 관념체계인 종교교리와 형식적인 실천체계인 종교의례나 의식은 서로 영향을 주고 또 서로를 규정한다. 즉 종교교리는 의례나 의식을 필요로 하고 종교의례나 의식은 교리가 바탕이 되어야 그 종교행사의 토대가 안정되며 정체성과 역사성을 갖추어 함께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종교교리와 종교행사 즉 의례나 의식과 관련해서 선후관계를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하나는 교리의 사상적 토대 없이 자연발생적으로 종교의식이 먼저 형성된 경우이다. 이 때 종교교리는 이미 성립되어 전승되어 내려오는 의식을 반성하고 설명하는 데 필요한 내용이 된다. 다른 하나는 종교교리에 바탕을 두고 실리實理를 목적으로 종교의식이 형성되어 전승되는 경우이다. 종교행사의 하나인 정대신앙은 위의 어느 것에 해당되는지 역사적으로 확실치 않다. 어느 경우이든 관념체계인 법보신앙을 실천체계인 정대의식으로 더욱 꽃피우기 위해서 정대신앙 재현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해인사 팔만대장경 정대불사의 발전적 모델 구축은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왜냐하면 해인사 정대불사가 해를 거듭할수록 동참 인원이 줄고 동참자의 연령과 성별이 고령화?여성화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법보신앙의 근본 뜻인 부처님의 가르침(법)을 수호하고 실천하며 선양하겠다는 자각적인 요소는 점점 줄어들고 오직 타력적이고 개인의 구원적인 요소만 강화되어 왔다. 그리하여 동참자들의 마음속에는 깨달음을 위한 구도심이나 불국정토를 위한 실천력은 물론 국난극복, 대장경판의 수호와 보존이라는 호국 호법의 의미마저도 퇴색되다 보니 젊고 깨어 있는 불자들에게 신심나는 종교행사로 승화되지 못하고 왜소화하고 있는 것이다. 불보신앙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초파일이나 성도일, 출가일, 열반일은 그 동안 전 종도의 많은 노력으로 시대에 맞고 국민정서에 맞는 정진과 실천으로 불교 신행과 문화적인 종교행사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해인사 정대불사 역시 정대불사의 원조답게 남녀노소 모두가 참여하여 법보신앙을 드날리는 신명나는 깨달음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면서 행사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