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율의 실천, 생명과 의무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죽비의 소리 - 경성
1999년 10월 212호
범어 원어의 뜻으로 보면 계械는 sila로 불교 도덕의 총칭이며, 율律은 vinaya로 불교 교단에서의 단체적인 규정을 가리킨다. 본디 계의 뜻은 불교를 믿는 것이 생활에 표현되는 것이며, 율은 불교를 믿는 출가자가 지켜야 할 불교 교단의 생활규칙으로서 계와 율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계는 불교를 믿는 생활 태도이자 불교를 받드는 실행의 자세이며, 율은 불교도의 단체 규칙이다. 계는 불교 도덕이며 율은 불교 법률이다. 또한 율은 계를 근본으로 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일대의 교설은 불교를 신앙하는 자가 어떠한 생활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것을 설명하고 있으므로 부처님 설법은 모두 설계說戒라고도 할 수 있다.
계율戒律은 그 표면에서는 형식적이며 법률적이지만 그 근본 정신은 결코 법률적인 것이 아니라 도덕적이고 수도적인 것이다. 계율이 목적으로 하는 두 가지 가운데 첫째는 교단의 각 사람이 서로 경책하고 격려하며 번뇌를 단멸하여 해탈로 나아갈 것을 기약하고, 둘째는 교단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신임을 보지保持하여 교단의 사명인 정법호지正法護持의 대임大任을 완수하기 위한 것이다.
계율은 표면적으로는 금지하는 사항이 많고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그 이면을 보면 오히려 적극적으로 불교의 이상을 향하여 정진하는 수도정진을 가장 중요시한다. 계율을 실천하는 것은 삼세三世를 관철하여 이타利他의 대행大行을 실행하는 일이다. 이것이야말로 불교의 진정한 생명이며 수계불교授戒佛敎의 진수이다. 부처님을 믿으며 살아가는 일, 부처님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계율을 수지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면 불교는 지식이지 생명이 아니다. 생명의 발동이 없다면 진정한 불교가 아니다. 이런 뜻에서 계율은 불교의 근본이며 불교의 전부인 것이다.
계율은 정법正法의 수명壽命이요, 진승眞僧의 자량資糧이다.
바른 법이 오래 가고 오래 가지 못하는 것은 그 교단의 윤리성에 달려 있고, 승가의 사회적 존귀尊貴는 그들의 위의威儀가운데 윤리적 행위가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