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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거사維摩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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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의 실천자들 - 편집실 1999년 10월 212호
진리의 눈으로 보건대 어찌 하늘과 땅의 구별(天地之別)이 있으며, 밤낮의 구분(畫夜之別)이나 깨끗함과 더러움(垢淨)의 구분이 있을 것인가. 하늘과 땅의 구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空과 색色의 구분 또한 없으니 보살과 중생의 구별이 어느 곳에 존재하며 진리와 방편의 구분은 또 어디에 있겠는가.

이러한 이유로 중생이 병중病中에 있으나 보살 또한 아프며, 보살의 깨달음이 곧 중생의 성도成道가 되므로 보살의 발걸음은 더욱 힘차다. 경전에 이르기를 보살이 중생에게 진리의 길을 나타내고자 할 때 지혜를 아버지로 삼고 방편을 어머니로 삼는다 하였다. 이것은 보살이 중생을 보살피기를 부모가 자식을 대하듯이 하므로 대지가 만물을 품듯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유마거사維摩居士는 바이살리성 릿차비족의 사람으로 과거세부터 부처님을 존경하고 선근을 쌓았으며 많은 부처님을 예배하여 반야의 지혜에 도달한 분이다. 오백장자五百長者의 아들이 석가 세존에게 설법을 청하는 자리에 병을 구설로 참석하지 않아 석가 세존이 목련존자에게 병문病問을 보내니 이 때 목련존자와 유마거사의 문답 내용이 ‘유마경維摩經’으로 전하고 있다.

보살은 마땅히 둘이 아닌 이치를 알고 있으나 이는 지식이 병이 들면 그 부모가 아픈 것과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러므로 마음과 몸의 경계를 이미 떠난 보살에게 병이 찾아올 리는 없으나 보살이 아픈 것은 중생과 둘이 아닌 이치에서 생겨난 것이다.

이와 같은 불이不二의 이치를 침묵으로 웅변한 것이 유마거사이다.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의 조화가 눈과 귀를 비롯한 구별심에서 생긴 것이나 이 모든 것이 뒤바뀐 꿈과 같은 것이 아니라면 어떤 것인가. 세상사의 헛됨을 안다면 곧 그 속의 진실 또한 꿰뚫는 것이 또한 반야의 진리이다. 사바세계와 불국토의 경계가 없는 것을 아는 것도 진리이며, 중생의 마음을 청정히 하는 것이 곧 청정한 불국토를 이루는 길임을 아는 것 역시 진리를 실천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