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방부를 들인 첫날이었다. 저녁 밥상을 받았는데 밥이 없다.
“여기에도 오후 불식인가.”
국만 후루룩 마시고 입에 맞는 반찬 몇 개 집어먹고 딸려나온 과일을 먹었다.
입원실 문을 여는데 식당 아주머니가 배식차를 끌고 지나간다.
“저녁에는 본래 밥 안 주는가요?” “밥이 없어요??? 빠뜨렸나 봐요.”다시 밥공기를 갖다 준다. 맨밥만 그냥 먹었다. 뱃속에 들어가면 아까 먹은 반찬과 섞여지겠지.
2. 이야기 둘
안부전화를 받았다.
“지내기가 어때?” “좋아.”
“병원이 뭐가 그렇게 좋아?”
“가만히 누워 있어도 밥 갖다 주고 약 데워다 주네.”“그게 그렇게 좋아?” “응!”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칼같이 사는 도반 스님의 혀 차는 소리.
내가 너무 속내를 보였나.(아직 중물이 덜 들었나?)
3. 이야기 셋
며칠 지나니 수염이 더부룩하게 자랐다.
의사선생님 왈 “이제 진짜 환자 같네요.”
얼마 후 간호사가 들어와 혈압을 잰다.
“수염이 길었네요. 깎으셔야죠.”
“누가 봐줘야 깎든지 말든지 하죠.”
“제가 봐드릴게요.”
저녁에 세수를 하면서 열심히 수염을 밀었다. 이튿날 낯선 간호사가 와서 혈압을 잰다.
“그 간호사님은 어디 가셨어요?”
“(썰렁한 목소리로) 오늘 비번이에요.”
4. 사족
작년 이맘때쯤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