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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연합선도기구(URI Korea) 대표 진월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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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계삼소 - 이연정 2001년 02월 228호
중국 여행지로 불교인들이 잘 가는 곳이 있다. 여산의 동림사. 동림사는 중국의 옛 고찰로 호계삼소 일화로 유명한 곳이다
여행자들은 그 이야기를 안내문에서 접할 수 있었노라고 전한다
동림사에는 고승 혜원 (慧遠 334∼416) 스님이 주석한 곳으로 유명하다. 스님은 30여 년을 그 곳에 머물며 산문 밖을 나가지 않고 경ㆍ율ㆍ론 삼장을 두루 깊이 연찬하고 염불을 하며 불법을 홍포하고 있었다. 전설에 의하면 당시 유학儒學의 대가였던 시인 도연명陶淵明과 도가道家의 대가 육수정陸修靜이 종종 스님을 찾아 함께 우의를 다졌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혜원 스님이 이들이 떠날 때에 함께 이야기하며 배웅하던 중 자기도 모르게 산문 밖을 흐르던 시내(虎溪)를 건너자 갑자기 호랑이가 포효하며 그 사실을 깨우치므로 그때서야 문 밖을 나선 것을 알고 세 사람이 함께 크게 웃었다는 이른바 호계삼소虎溪三笑의 일화는 고사성어로 지금까지 알려지고 있다
산문 밖 시냇가에 서서 호탕하게 웃어 제치던 세 대가의 모습이 산수화처럼 그려진다. 그리고 하나된 웃음소리…
새 천년이 시작된 지난 2000년에 헌장 조인과 함께 발족한 세계종교연합선도(United Religions Initiative 약칭URI)라는 기구가 있다. 종교의 국제연합 시도라고나 할까. 1995년 유엔 창설 50주년을 기념하여 그 창립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범종교합동집회의 준비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각 종교지도자들이 만남을 통해 “새로운 차원에서 서로 이해하고 인정하며 존경하고… 의견교환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통해 여러 가지 세계문제에 대한 공동의 주창을 모색하고… 긴박한 인류적 고통해결 대책에 폭넓게 협조하며… 지구환경과 인류적 상처의 치유를 위한 새로운 희망의 제공처가 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그 취지
유알아이 한국지부인 한국종교연합선도기구(United Religions Initiative of Korea) 대표가 바로 진월 스님이다. 그리고 URI-Korea에서 발행하는 소식지가 있으니 그 이름이 『삼소』. 종교인들의 친교와 협조의 장을 상징하는 이 이름은 호계삼소에서 의미를 따온 것이다
중국의 삼대 종교인 유·불·도교가 각축하던 동진東晋시절, 세 종교의 대표적 인물이 서로 친교하고 탁마하던 평화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여러 종교인들이 함께 서로 배우고 나누며 공동 선을 이루자는 URI정신의 상징으로 최적이라는 진월 스님의 판단이었다. 스님은 동대 승가학과와 서강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하와이 주립대학원 종교학과와 사학과를 거쳐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대학원에서 불교학 박사학위 취득이라는 화려한 학력의 소유자. 박사학위 논문은 “초의 의순艸衣 意恂을 중심으로 한 조선후기 종교문화에 관한 연구”로 작성하였다. 다산과 추사 등 당대의 지성인들과 시대를 대표하는 초의 선사에 심취하고 있다. 현재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에서 선을 중심으로 불교학을 가르치고 있지만, 실은 조계종 국제교류위 부위원장으로 URI-Korea 대표로 각종 국제교류행사에 참석하느라 더 바쁘다. ` 1986년 유학을 떠나 1998년 박사학위 취득과 함께 고국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12년간의 유학과 외국생활에서 습득한 영어실력 때문에 국제 행사장으로 떠밀리는 면도 있지만, 스님 역시 종교간 대화에 일찍부터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근래의 조짐으로 보아서는 21세기에도 지역적 분쟁과 갈등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오랜 과거는 차치하고 근래 세계 여러 곳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분쟁들의 그 시작과 경과를 고찰해 봐도 그렇습니다. 중동아시아나 북아일랜드, 코소보나 체첸 및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보아왔듯이 당사자들간의 종교적 불신과 불화가 주요한 원인이나 배경이 된 것이 많음을 알 수 있어요. 많은 경우 종교가 화합과 평화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분쟁과 긴장의 원인이 되어왔지요.” 그러고 보면 멀리 외국의 예를 들 것까지도 없다. 우리 나라 만큼 종교간 분쟁이 없는 경우도 드물다고 하지만, 죽고 죽이는 전쟁은 아니라도, 혼사의 와중에서 장례의식에서 우리 역시 무수한 종교간 갈등을 빚고 있다. 이유는 하나. 이기주의. 개인이기주의 집단이기주의에 기인한다. 거기서 불교도 크게 예외는 아니라고 스님은 말한다
“불교인들은 타종교가 배타적이고 독선적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불교는 그렇지 않다는 자신감 내지는 우월감 같은 것을 내비치는 소리인데,이 역시 대화의 준비는 안 되어 있다고 봅니다. 대화는 상대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상대를 인정해야 대화가 가능하고 대화를 통해야 서로 이해하고 배우며, 나누고 협조함이 가능하지요. 상대를 인정하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과 여유와 아울러 겸손함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URI운동에 앞장서 지성을 다하는 스님이 머물고 있는 서울 목동의 법안정사에서는 토요일마다 URI워크숍이 있다. 불교신도는 물론 종교간 대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하는데 목사, 신부, 수녀, 원불교교무 등 서로 다른 종교인들이 참여하여 서로의 종교를 내밀하게 이해하는 자리이다. 그 내용은 대화와 명상 및 기도
대화는 다른 종교의 특성을 배우고 나누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와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의 눈을 뜨게 함으로써 자신의 종교를 객관화시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명상은 종교적 심성의 심화를 위한 것이며 기도는 뜻을 모으는 노력이다
진월 스님은 종교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를 상당히 강조한다. 결국 스님이 이끌어내고자 하는 것은 올바른 종교인의 삶. 그리고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종교인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기 위함이다
“불교와 기독교 그리고 여타의 종교인을 합하면 우리 나라 인구보다 많다고 합니다. 그러면 사회가 늘 평화롭고 건전하고 정의롭게 돌아가야 하는데 오히려 부패하고 타락한 상태를 보이고 있음은 종교인들이 종교인다운 생활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지요. 종교인이라면 모든 사람에 대한 관심을 갖고 서로 뜻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모색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시대 이 사회는 모두 더불어 살고 호흡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거기서 우리가 할 일, 책임이 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내 소임, 내 책임, 도리, 사명에 대한 인식과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우리 사회 나아가 인류 및 생태계에 대한 관심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구 만들기 등도 종교인이 해야 할 일이라고 봅니다.” 환경운동가처럼 스님 입에서 ‘지속 가능한 지구 만들기’라는 용어가 나온 것은 의외였다.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기만 한 이 말이 서구에서는 이미 화두가 된 지 오래 됐음을 일깨운다
“요즘은 환경 빼면 제대로 되는 게 있겠어요? 개인의 내면적 평화뿐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도 중요하지요. 인간이 인간의 욕심으로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면 자기 자신의 무덤을 파는 것이지요. 아름다운 환경, 건강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개인적인 삶에도 평화가 이 루어지고 인류 평화도 이룩되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그것은 누구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인류 공통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런 공통적 문제의 해결점을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것이 URI운동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인사에 갔다가 고향에 돌아온 듯한 기분에 사로잡혀 그대로 눌러앉았다는 진월 스님의 세수는 52세. 은사는 열반하신 고암古庵 스님. 득도 후 그 곳의 강원을 마치고는 제방 선원에서 수행에 전념했던 스님이 다시 세속의 대학에 관심을 가진 것은 출가한 지 10여 년이 지난 서른 살 때
과도한 정진으로 건강이 좋지 않아 서울 근교 불암사에 잠시 머물며 몸조리를 하다, 수련대회 온 동국대 불교대학생들과 마주쳤고 일반인들이 불교에 대해 뭔가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것을 확인하고 깨우쳐 주기 위해 캠퍼스에 들어가 보기로 하였던 것인데, 어쩌다가 버클리까지 다녀오는 등 20여 년 동안이나 대학에서 세월을 보냈다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접하게 된 타종교인과의 만남은 스님에게 종교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켰고, 더불어 폭넓게 세상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 주었다고 한다
대학에 등록을 하고 나서 불쑥 “대학에 잠시 다녀보렵니다.” 하는 제자에게 고암 스님은 “자네는 선림의 선지식이 되길 바랐는데…”하며 무척 아쉬워하셨단다. 당시만 해도 일반대학을 가면 사람 버리는 것이라 여겼다고. 그러던 은사 스님이 80년대 국정자문위원으로 위촉돼 청와대에 갔다오셔서는 세사에 밝지 못하면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왕 세상공부를 하려면 잘하게”라고 격려를 해 주셨단다. 그리고 얼마 후 하와이 대원사에서 머물다 오셔서는 영어의 필요를 느끼시고는 “국제활동을 하려면 영어를 잘해야겠네”하셨고, 얼마 후에 또 뵈니 “기왕이면 박사가 되어 보게나” 하시더라고
진월 스님은 지금도 가장 존경하는 분이 선ㆍ교ㆍ율을 구족하시고 자비원력이 크셨던 고암 스님이라고 말하면서, 확신한 것도 아닌데 결국 스님 말씀대로 되었다며 미소짓는다. 진월 스님은 가끔 은사 스님께서 자신에게 기대했던 선지식에 대해 생각해 본다고 한다. ‘세상을 잘 알아서 앞서 제시하고 이끌어 주는 사람’이라 나름대로 정의해 보고 자신이 얼마나 그 기준에 부합했나를 가늠해 본다
“오늘날에는 산사에서 수행만 하고 있는 이를 선지식이라고 하기는 적합지 않아요. 물론 산중에서도 세상에 나온 사람보다 더 큰 몫을 해내는 분들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선지식이라면 이理와 사事에 막힘이 없는 세련된 정신적 지도자로서 설득력 있는 메시지와 솔선수범으로 혼탁한 세상을 밝히고 방황하는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고 봅니다. 선수행자의 과정을 상징적으로 그린 심우도에서도 수행을 이룬 이가 결국 마을로 내려와 진리를 세상에 펼치듯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봐요. 불교인이라면 부처님의 참뜻을 잘 알고 실천해서 오늘날 세상에 살려낼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그릇되게 살아가고 있다면 그 훌륭한 성인들의 가르침과 삶을 배워야 변화가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다 깨우치고 해탈할 때까지 우리가 그 일을 해나가야지요.” 스님은 현재 자신이 할 일은 차세대 교육과 URI운동의 확산에 두고 있다. 건전한 인재양성과 아울러 더불어 사는 공동체적 삶의 실현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각 종교의 모습이 다르고 표현이 다르더라도 모두를 위한 평화로운 삶을 위하여. 스님은 이 일을 한 종교인으로서 담당할 시대적 요청이라고 보며,이것도 나름대로 선지식으로 봉사하는 한가지 길로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