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에 있어 가장 현실적인 태아명상
태아명상은 현재의 자신을 안으로 살피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간의 자신을 돌아본 다음, 그동안 자신이 덧붙여 온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작업을 한다. 이는 태아명상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작업이다. 이 마음의 때로 인하여 우리의 밝음이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서 자신을 바치는 시간이기도 하다.
마음을 밝게 하는 첫 작업은 임산부가 자신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기억하는 일이다. 인간은 어머니를 통해서 이 세상에 나왔고, 어머니와의 관계을 통해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의 처음을 시작했다. 어머니를 통해서 즐거웠고, 노여웠고, 슬펐던 일들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저장되어 있고, 기쁘고 슬펐던 그 모든 일은 우리의 업이 되어왔다.
태아명상은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한 모든 것을 떠올리면서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작업이다. 그 때의 상황을 떠올려 깊이 명상하다 보면 아무리 섭섭했던 일도 ‘아하, 그랬구나’ 하는 이해의 시간이 온다. 이해를 한다는 것은 곧 자신의 마음에 응어리졌던 업 하나가 떨어져나가는 순간이다. 업이 떨어져나간다는 것은 바로 마음이 맑고 밝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이 맑고 밝아진다는 것은 우리가 불성으로 환원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조용한 곳에 가부좌한 자세나 편한 자세로 앉아 어머니와 관련된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첫 장면부터 떠올려 본다. 그것은 세 살 때일 수도 다섯 살 때일 수도 있다. 어머니가 자신을 꼭 껴안아 주었던 일, 젖을 빨리 주지 않아 울었던 일, 기저귀가 척척해 기분 나빴던 일,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 떼를 썼던 일 등등 기억 나는 모든 것은 빠뜨리지 말고 떠올린다.
어린 시절 이후,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시절을 지나 성인이 된 오늘날까지 어머니와 관계된 모든 일을 기억해 하나하나 그 상황으로 돌아가다 보면 지금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내가 지금 왜 여기에 서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가야 하는지, 이렇게 자신의 내면을 깊이 응시할 수 있게 된다.
태아명상에 있어 이러한 작업은 반드시 선행되어져야 하고,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이런 시간을 오래 갖다보면 그간 살아오면서 자신이 잘못했던 일들에 참회하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참회하다보면 현재 자신이 받고 있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자연스레 우러나게 된다. 모든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이 집중, 즉 명상이 주는 힘이다.
행복의 밑그림은 감사에 있으며, 감사는 또 참회를 바탕으로 한다. 그러므로 태아명상에 있어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려 이해하고, 참회하고, 감사의 시간을 갖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삶 속에 많은 원願을 갖게 된다. 사실 이 원들을 하나하나 이루기 위한 여정이 삶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원이라는 것도 참회와 감사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원이란 자신의 마음상태가 기장 맑고 밝고 지혜로운 상태에 있을 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어머니와의 관계를 돌아본 다음에는, 그밖에 자신과 인간관계를 이뤄왔던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은 떠올리며 지워나간다. 자신의 무의식 깊은 곳에 저장되어 업을 만든 아버지, 형제들, 친구, 친족, 이웃, 직장동료……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려 예전의 모든 기억들을 몰아내며, 참회를 하고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면, 태담胎談, 즉 말 그대로 뱃속의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이다.
태담,뱃속의 아이와 교감되는 대화
처음, 아이가 자신에게 왔음을 알았을 때 자신이 비로소 엄마가 돤다는 경이로움은 누구나 느낄 것이다. 그리고 한 생명에 대한 경건함, 기쁨, 혹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내가 어느 한 인연의 어머니가 되는구나, 이 아이는 어떤 인연으로 내게 왔을까, 감사한 마음으로 맞아야지, 나는 이 아이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이 아이를 세상에 잘 내놓을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태아와의 대화는 이런 마음에서 시작하면 된다. 아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 소중한 마음으로 아이에게 말을 걸어 본다. 예를 들어, ‘넌 어떻게 내게로 왔니. 정말 반갑다. 참 많이 기다렸어. 어떻게 네게 이 엄마의 마음을 전달할까’ 그렇게 말머리를 시작해 본다. 그러면서 염불을 해 주거나, 경전의 좋은 구절을 읽어 주거나, 혹은 아름다운 시나 소설, 혹은 수필의 한 구절을 들려 줘도 좋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일도 좋은 방법 가운데의 하나이다.
또는 산책을 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엄마가 느끼는 대로 말해 줘도 좋다. 나뭇잎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람소리, 낙엽이 타는 냄새, 그 날의 날씨까지도 있는 그대로 아이에게 들려 준다. 자연만큼 사람을 순화시키는 것은 없다. 아이는 다 알아듣는다. 그리고 어머니와 똑같이 느낀다. 그리고 자연을 통해서 순화되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하루를 늘 고요한 마음으로 평화롭고 기쁘게만 살 수는 없다. 혹 누군가와 부딪쳐 화를 내었거나 속 상한 일이 있었다면, 그대로 아이와 얘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오늘은 엄마가 화를 냈구나. 그러지 말아야 했었는데. 너도 나빴지? 미안했어.’ 그렇게 얘기하면서 나쁜 일을 풀어 보는 것이다.
아이에게 편지를 써 보는 방법도 좋고, 혹은 생업에 바빠서 도저히 짬을 낼 수 없다면 출근길의 차 안에서도 좋고 길을 걸으면서도 아이를 향해 말을 걸어 보아도 좋다. 아이와 얘기를 하려면 엄마의 마음이 여유 있고 평화로워야 한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아이를 위해서라도 화를 덜 내고, 남에게 상처를 주거나 험한 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행동 하나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아이를 가진 동안 엄마는 아이를 위해서 자신을 바치는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좋을 것이다.
아이를 가진 부모는 세상의 한 구성원이 될 소중한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한생각 한생각이 아이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아이와 얘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태담이다.
일곱 생을 연결하다는 부모자식간의 인연은 네 가지로 나눈다. 은혜를 갚기 위한 인연, 원수를 갚기 위한 인연, 빚을 받기 위한 인연, 빚을 갚기 위한 인연이 그것이다. 좋지 않은 인연의 아이가 자신에게 왔을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태아명상’은 악연으로 온 인연을 선연으로 바꾸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
명상의 시간을 많이 가질수록, 그리하여 엄마가 맑은 마음자리와 지혜로움를 지닐수록 선근이 깊은 아이가 이 세상을 맑은 세상으로 만들 것임은 명백한 이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