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인의 정보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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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원창
2001년 02월 228호
지난해 12월 6일 고려대장경연구소는 고려대장경 전산화본을 발표하였다.
참으로 오랜 시간 공들인 결과다.
이제 우리는 이 사업의 결과가 불교학 연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의심치 않는다.
인류는 PC라는 도구를 손에 넣은 이래 이 물건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로부터 어떤 변화가 도래 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는 속도의 변화를 주도해 왔다.
급속하고 다양한 변화는 이제 인문학 연구의 방법까지 바꾸어 버려 이 분야에서도 헤아릴 수조차 없는 많은 자료가 축적되고 있다.
이미 수많은 고전들이 입력되어 데이터 베이스가 구축되어 활용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90년대 초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한 불전 전산화는 이미 빨리어경전과 티벳경전의 입력을 마쳤고 이제 고려대장경의 입력본이 공개됨으로 인하여 불교학에 대하여 새로운 접근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러한 자료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불교학의 지평을 넓혀 나가야 할 것이다.
대만에서 확보한 신수대장경 56권분량 File과 막 발표된 고려대장경의 활용에 대하여 구상하고 있을 때 편집실에서 연락이 왔다. 이제 캐나다로 떠난 관암 스님의 원고 청탁이었다.
편집실에서 내게 요청한 주제는 “컴퓨터시대에 있어 강원학인들의 올바른 공부방향”이었다. 아마도 출가 이후 PC를 배우고 강의하며 DATA를 모아 보급해온 점을 높이 사서 내게 요청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올바른 공부방향”을 “올바른 활용”으로 제목을 바꾸고자 한다.
이 주제를 다루기에 앞서 다음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즉 변화와 다양성과 속도 효율 등으로 표현되는 현실에 대한 적응과, 출가 본원의 구현이라는 이상간의 상관관계다. 이 둘은 충돌하는가 하면 혹은 서로 보완적이기도 하다.
나는 이 둘을 서로 보완적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이것은 강원에서만의 올바른 공부방향과 관련된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출가인에게 있어서 이 정서적 사회적 충돌은 불교적 이상의 현실화 즉 불교적 이상의 구체화와 사회화로써의 문제로 대두하기 때문이다.
이는 컴퓨터에만 관련된 문제도 아니다. 인간이 운영하는 모든 매체와 관련된 문제이지만 여기서는 다만 컴퓨터와 관련된 부분만 생각해보려 할 뿐이다.
이 시대를 우리는 컴퓨터시대 정보화 시대라고 부른다. 그것은 세상의 변화에 초연해야 할 산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미 90년 초 해인강원을 필두로 학인들에 의해 전산실이 설치되기 시작했으며, 통신동호회 개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재 이미 거의 모든 사찰 행정은 전산화되어 버렸다.
이렇게 불교계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정보통신시대에 편입되어 버렸다.
그런데 이런 자연스러운 편입은 전혀 불교적 이상의 구체화 또는 사회화에 대한 내부적 고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어난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겠다.
따라서 우리는 현상을 주도하기보다는 현상을 뒤쫓기에 급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뒤따르는 것 조차 버거워 하는 형편이다.
이것은 정보의 파도 속에 던져져 있을 뿐, 정보의 활용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지 못한 결과라고 하겠다.
그것은 통신망에서 검색되는 자료의 상대적 분량으로 비교해 보아도 알 수 있다. 그것은 정보통신의 불교적 활용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정보통신이라는 세계에서 역할 인식 부족에 따른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이에 대한 정립은 강대국들에 의해 인터넷2가 준비되고 있으며, 정보활용의 행태로 세대를 구분하는 정보전쟁의 시대에 더욱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화두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두 가지 예가 생각난다.
하나는 80년대 말 일본 임제 계열의 젊은 승려가 제작하여 자신의 참선에 활용했던 프로그램과 90년 중반 해인사에서 개최된 불전 전산화 워크숍에서 초라한 스리랑카 스님이 시연한 데바나가리 경전이 그것이다.
전자는 참선의 보조교재로써 컴퓨터를 활용한 예이며, 후자는 경학의 보조적 도구로 데이터 베이스화 한 경전이었다.
이 두 가지 예에서 우리는 출가본분의 구현과 관련한 보조도구로써 정보통신의 활용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특히 전통강원에서 두 가지 목표인 수행과 경학연수 가운데 경학연수의 효율적인 도구로써 활용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93년경 대구의 「칠엽굴」이라고 하는 작은 단체에서 5년간의 노력으로 한글아함경 검색 프로그램을 공개한 바 있다. 본인은 현재까지 이것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검색프로그램은 지문 확인의 시간을 단축시켜 연구 저술활동을 용이하게 해 준다.
또 앞의 일본승려는 참선의 준비과정 및 자세와 마음가짐 등을 정리하여 참선 실수에 쉬 접근하게 하는 유도장치로써 활용했다. 사찰안내·습의 등에도 이러한 방식은 동영상과 프리젠테이션 등의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당연히 이런 목적으로 제작된 자료들은 그 대상과 목적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형 공개된다면 포교자료 학술자료 등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본인의 경우 PC를 배우면서 처음 독수리 타법으로 《범망경보살계포살낭송본》을 입력했다. 이 자료는 지금도 통신망에 남아 있고, 공개된 후 몇 차례 용도에 따라 재편집을 거치면서 현재까지 많은 사람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
간혹 컴퓨터 자체에만 관심을 가지고 전산실에 드나드는 경우도 더러 보곤 한다.
인터넷의 경우 사이버 공간에 대한 호기심만으로 본분사나 포교 등과 무관하게 컴퓨터에 매달린 경우를 본다.
이제 우리는 출가인으로서 어떻게 컴퓨터를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그에 부합하는 역할과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이 도구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함께 있기 때문에 반사회적 반인류적으로 쓰일 수도 있고 인류문화의 향상을 위해 쓰일 수도 있다.
이 점을 우리의 이상과 결부해서 생각해 본다면 그 순기능은 불교적 이상의 구현을 말하고, 역기능은 불교적 이상의 상실 즉 세속화를 말한다.
앞에서 순기능의 몇 가지 예를 들었다.
모쪼록 전산화된 자료를 적절히 활용하고 재생산하여 강원 교육의 한 가지 목적인 경학연수의 효율과 정확한 고증을 도모하고, 불교적 이상을 구현하고 실참을 유도하는 보조도구로써 활용되어, 불교적 이상을 사회화하는 매체로써 순기능이 다양하게 개발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