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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싶은 마음을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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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바라봅시다 - 이죽내 2001년 01월 227호
인간관계는 어떤 면에서는 상호 인정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인간의 행동은 남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인정을 통해 인간은 성장 발달하고 사회발전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옳지 못한 행동을 그대로 두거나 인정해서는 안 된다. 가령, 부모들이 자식의 기를 살린다고 해서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다. 이 때 그 애는 버릇없는 애가 되고 가치관이 잘못 형성된다. 옳은 것은 옳은 것으로 인정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으로 인정할 때 건전한 인격발달이 일어난다. 건전한 인정은 건전한 사랑이다.
어릴 때부터 건전한 사랑이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사람은 인정이나 사랑에 대해 갈구하는 바가 크다. 어떤 여자 대학생 우울증 환자인데, 그녀는 대학에 입학한 이래로 학년에서 늘 성적을 최우수로 유지해 오다가 지난 여름학기 성적이 떨어져 고민하다가 발병하였다. 그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으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때 성적은 매우 우수하였다. 성적표를 부모님들에게 보여 주었으나 부모님들은 칭찬 한 번 해준 적이 없고 그 밑 남동생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대학도 경제사정으로 포기하라고 했으나 입학성적이 우수하여 입학금이 면제되어 대학에 다닐 수 있었다. 입학 후 주위 친척들과 친구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그 학생을 지탱해 온 것은 주로 공부 잘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성적에 대해 매우 민감하였다. 치료과정에서 치료자에게 인정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과 인정받고자 하는 갈망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병이 인정받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생긴 것임을 깨닫고 호전되어갔다. 이와는 반대로, 어릴 때 부모로부터 무분별하게 너무 인정과 칭찬만 받고 자란 사람은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사회에서는 부모처럼 자기를 무조건 칭찬하고 인정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주위 사람과 사회에 대해 원망과 적개심이 생겨 대인관계가 안 되고 외톨이가 되기 쉽다.

대개 사회생활에서 대인관계의 갈등도 서로 ‘알아주지’ 않는 데서 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알아 달라’는 것은 의존하는 마음이다. 인간은 어머니에 의존하여 태어나서 성인이 될 때까지는 부모를 중심으로 주위 사람들에 의존하면서 살아간다.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의존은 불가결한 조건이다. 건전한 부모와의 의존관계를 통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신뢰감이 생기고 그 신뢰감을 바탕으로 독립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간다. 인간이 된다는 것(成人)은 의존적 관계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책임지는 독립된 관계로 바뀌는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存(尊)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실로 사람되는 일, 말하자면 의존하는 마음을 떨쳐 버리고 독립된 인간이 된다는 것은 어려운 것이다. 의존하는 마음은 헤아리기 어려운 때가 많다. 가령 남을 사랑하는 마음도 남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의존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의존하는 마음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 사랑하는 마음은 結置求?마음으로 돌변한다. 그러기에 중생들의 사랑이란 덧없는 것이다. 불가에서도 사랑과 마움을 번뇌라고 했고 사랑과 미움의 본질은 집착이라고 했다. 그 집착을 떠날 때 진정 독립된 자유로운 인간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독립된 자유로운 인간이 될 때 세상의 인연 따라 진정한 의미의 자각된 ‘의존 아닌 의존’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맹목적인 의존적 삶이란 사랑과 미움의 갈등적 삶, 고통의 삶이다.
인정에 대한 욕구는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충족되는 것이기 때문에 타인 지향적이 될 수밖에 없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거나 사랑해 주지 않나 하고 항상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삶은 자기 스스로에 의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 의해 살아가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아야 하기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남의 구미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의 정당한 주장도 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기회주의자가 되기 쉽다. 그리고 남을 자기욕구 충족의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자가 된다. 자기욕구가 만족 안되면 적대감이 생기고, 그 적대감은 죄책감을 불러일으켜 마음이 복잡해지고 심히 부자유롭게 된다.

자기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격성숙도 이런 의존적인 욕구를 극복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인격이 성숙한 자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남의 신세를 지지않고 남을 귀찮게 하지도 않는다. 모든 행동을 대개는 자기 스스로 결정한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 사랑과 미움의 양가감정도 갖고 있지 않으며 자유롭다. 그들은 명예, 위신, 보답에 대해서도 초연할 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칭찬이나 인정도 자기에게 잘해 주기 때문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칭찬하거나 인정할 만한 것이 있어서 한다. 말하자면, 인정할 만한 가치가 있어서 인정하는 것이다. 어떤 자신의 이익을 좇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름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이 살고 있는 현시대적 상황은 어떠한가. 불행하게도 현대 사회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충동질하는 외부지향적 가치관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다. 어떻게 하면 남들로부터 인기를 끌까 하고 정신이 나가 있다. 대중의 인기가 출세와 연결되는 세상이다. 또한 그런 대중과 호흡을 같이 해야 정상正常으로 취급 받게 된다. 가끔 친구들 모임에 나가보면 사람들 가운데는 세상사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늘어 놓으면서 좌중을 이끌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선 지겹고, 그 다음으로 왜 그렇게도 남의 일들에 관심이 많은가에 놀라게 되고, 끝으로는 그런 관심을 자기 자신에게 쏟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그런 사람들이 그 분위기를 잡는다. 이 세상에 잘 적응한다는 사람들이다. 현시대는 생각이 없는 시대다. 생각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시대다. 생각生覺이란 글자 그대로 ‘깨우침을 낳는’ 그런 생각 말이다. 현대인들은 그런 생각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도道가 없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공자가 도가 없는 사회에 출세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이요, 또한 도가 있는 사회에 출세하지 못함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한 말을 되새겨 볼 만하다. 정신건강은 ‘깨우침을 낳는’ 생각生覺함에서 가능하다. 그 생각生覺이 도道이다. 생각하기 위해서는 바깥으로 향한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려야 한다. 자신을 떠나 바깥으로 향해 사는 삶은 일종의 방황이다. 방황에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은 남으로부터의 인정이다. 방황하는 만큼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커지게 된다.
방황에서 오는 허탈감과 의미 상실감 때문이다.
허탈감과 의미상실감을 채우기 위하여 더욱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다행스레 인정을 받게 되면 능력있는 사람으로 보일지 모르나, 이는 자신을 배반한 대가일 뿐이다. 해결은 자신의 마음으로 돌아가 외롭게 자기 자신과 마주서는 길밖에 없다. 그리하여 일차적으로 자신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