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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戒律 - 미래를 일구는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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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당 솔바람 - 경성 2001년 01월 227호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사회적인 제반의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런 답답함들을 헤치고서도 이제 새해 새날이 시작되었다. 농민, 노동자들을 위시한 블루집단들부터 의료계, 공무원 등의 모든 화이트집단까지 온 국민들이 집단행동으로라도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기필코 관철시키고야 말겠노라고 앞다투어 목소리를 높이느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사회불안감 확산까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정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러한 위기감들을 헤치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인듯 오늘 아침 어김없이 동녘 하늘로 떠오르는 저 햇살이 참으로 소중하고 고맙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새해 새날을 밝히고자 다시 떠오르는 둥글고 환한 태양처럼 우리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산등성이를 넘어온 햇살이 차츰차츰 온누리 구석구석을 환하고 따뜻하게 비추듯이 올 한 해 우리도 주먹을 불끈 쥐고 저력을 발휘해서 정진해 나간다면 삼천리 방방곡곡 지치고 허덕이는 가슴가슴마다 행복과 희망은 퍼져 나가리라.
원효 스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계율戒律이란 해와 달과 같다고 하셨다.

첫째, 해와 달은 그 스스로 참되게 물들지도 않고 스스로 밝고 깨끗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바깥세계의 어두움을 파헤치고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모든 존재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계戒란 것도 이처럼 해와 달과 같아서 그 자체는 잡되게 물들지 않고 스스로 밝고 깨끗하여 많은 번뇌와 죄업 등의 어두운 장애물을 물리치고 본래의 청정한 성품을 드러내는 것이다.

둘째, 해는 엄청난 힘이 있는 것이 특성이요, 달은 서늘하고 시원하게 한다는 것이 그 성품이다. 만약 달만 있고 해가 없다면 모든 식물은 썩어버리고 싹이 날 수 없을 것이다. 계戒도 역시 그와 같아서 만약 섭율의계攝律儀戒와 섭선법계攝善法戒만 있고 섭중생계攝衆生戒가 없다고 한다면 이것은 마치 자리행自利行만 있고 이타행利他行은 없는 것이 되는 까닭에 성문연각聲聞緣覺의 이승二乘과 한무리가 되어 무상보리無上菩提의 풍요한 열매를 맺지 못할 것이다. 또한 섭중생계만 있고 섭율의계와 섭선법계가 없다면 오직 이타행만 있고 자리행이 없게 되는 까닭에 범부나 다름이 없게 되어 보시布施의 싹을 돋아나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 해와 달이 다 갖추어져 있어 능히 썩지 않고 싹이 나게 할 수 있는 것과 같이 계도 역시 위의 세 가지를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능히 범부나 이승과 같지 않고 위없는 보리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것이다.

셋째, 해와 달은 땅을 떠나 공중에 떠다니듯 하지만 허공에도 얽매이지 않는 것과 같이 수행자는 모든 계율을 지키되 어느 것 하나에 치우침이 없고 또한 어디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스스로 밝고 깨끗한 본래의 성품을 드러내고, 엄청난 힘을 소유하여 이타와 자리를 함께 행할 수 있는 계율이야말로 지난 시절의 모든 위기와 불안을 종식하고 화합과 공존의 희망을 보장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代案일 것이다. 범망경梵網經에서는 ‘계를 지킬 때에 어둡고 우둔한 이도 총명해지고, 가난한 사람이 값진 보물을 얻음과 같으며, 병자가 오래 된 고질병에서 쾌차함과 같으며, 묶인 죄인이 감옥에서 벗어나는 것과 같으며, 먼길을 떠났던 사람이 피곤한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하였다.

계율은 현세現世와 내세來世의 자리自利를 위해서 받아 지니는 것이라지만, 그 결과는 사회 전체로 파급되는 것이다. 따라서 계율을 지키는 것도 개인이며 그 과보果報를 받는 것도 개인이지만, 이로 인해서 사회 전체가 살기 좋은 곳이 되고 국토 또한 편안하고 성대해지는 것이다. 각자가 철저히 계율을 지키고 실천하여 방비지악防非止惡하고 작선作善한다면 개개인의 복락과 함께 극락정토를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얼마나 편안하고 복된 국가를 이룰 수 있느냐 하는 것은 바로 개개인이 얼마나 계율을 지니고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수년에 걸쳐 우리 앞에 험난한 장애물로 가로막고 있는 경제 상황과 사회 전반에 걸쳐 있는 위기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계율과 질서와 도덕을 회복해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최고의 복락사회福樂社會를 실현시키는 원동력原動力이 되기 때문이다.

아함경阿含經에 의하면 꽃의 향기는 바람에 실려가지만 바람을 거스르지는 못하고, 십선十善을 닦아 살생殺生과 악행惡行을 범하지 않으며 효순부모孝順父母하고 봉사삼존奉事三尊하는 사람의 계덕향戒德香은 바람을 따르고 거슬러 두루 하지 않는 곳이 없이 시방세계를 비춘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계율을 제정하신 참된 뜻은 고정된 틀 속에 얽어매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장 자유롭고 올바르게 일체의 중생들이 풍요로운 삶을 살도록 한 것이 바로 계율이다. 애욕을 버릴 때에 진정한 자유가 보장되고, 청정한 행동을 실천할 때에 올바른 생활의 길이 펼쳐진다는 가르침이 바로 계율 속에 나타나 있는 것이다.
오계五戒 가운데에 첫번째 살생하지 말라는 계율은 서로 사랑하고 친애하라는 것이 그 진정한 의미이며, 두 번째 훔치지 말라는 계율은 서로 믿고 신뢰하라는 뜻이며, 세 번째 음행하지 말라는 계율은 순결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킨다. 또한 네 번째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은 진실하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하며, 마지막 다섯 번째 술 마시지 말라는 계율은 지혜롭게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가르침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순결하고 진실하며 또한 지혜롭게 인생을 살아간다면 모든 다툼과 시비는 영원히 사라지고 평화와 행복과 번영이 보장되리라는 것은 누구든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시작하는 새해부터는 부디 행복하고 평화롭고 편안하기를 우리 모두 소망한다. 그러나 그 행복과 평화는 누군가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순결하고 진실한 삶을 지혜롭게 살아간다면, 그리하여 모두가 서로 믿고 사랑하며 도와 주고 베풀어 준다면 바로 그 자리에서 그 순간부터 행복과 평화와 번영은 성취되는 것이다. 해와 달이 없다면 암흑천지의 세상이 되는 것처럼, 계율과 도덕을 지키지 않는다면 오늘의 위기는 치유되지 못할 것이다. 계율戒律 ― 개개인을 속박하고 규제하는 억압이 아니라 화합과 극락의 앞날을 일구는 가장 확실한 대안大案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