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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 주지스님께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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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방담 - 관암 2001년 01월 227호
주지 스님깨서는 56년 출가하신 후 60년대 초 해인사 강당에서 초발심으로 정진하실 그때 해인사의 수행분위기와 살림살이는 어떠했습니까?
내가 해인사에 왔을 때 종무소에는 자운 스님과 영암 스님, 선원에는 지월 스님이 계셨고 나는 강당에서 지관 스님을 모시고 공부를 하였습니다. 절 살림은 어려웠지만 수행의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얼마 후 자운 스님과 영암 스님의 노력으로 해인사 사찰 농지를 찾음으로써 식량은 자급할 수 있었지요.
그리고 그 때는 해인강원 본방 대중이 되려면 큰절 후원에서 공양주나 채공 그리고 신부락, 구원부락이나 암자에 가서 산감으로 육개월 살다가 와야 했습니다. 벌목꾼들이 어찌나 극성을 부렸는지 절 산에 나무를 지키는 일이 스님들에게 큰일이었어요. 그 당시 아래 구원리 마을에 도자기 공장이 많이 있었는데 모두 나무로 구워내다 보니 좋은 도자기를 구워내려면 그들에겐 절 산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탐이 난 것이 당연했겠지요. 나무 때문에 마을 사람과 쫓고 쫓기는 일이 많았습니다. 지금 홍류동에 해인성지를 성지답게 포용하고 있는 붉고 큰 소나무가 그냥 이루어진 것이 아니지요. 그 당시 해인사에 살다간 스님들이 절 산을 지켜야겠다는 원력이 스며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법보종찰 해인사의 주지로서 새해를 맞는 소감과 앞으로 해인총림을 어떻게 외호하고 이끌어 가고자 하시는지요? 해인사는 현재 조계종 종정 스님이신 혜암 큰스님과 조계종 원로의장이시며 해인총림 방장이신 법전 큰스님을 위시하여 여러 선지식과 어른 스님들이 많이 주석하고 계시고 산중 대중 또한 전국 어느 사찰에 비할 데 없이 많이 모여 수행하는 곳입니다. 또한 세계적인 문화 유산이요 민족의 보배인 팔만대장경과 국보와 보물을 많이 보존하고 있는 해인사 주지 소임을 맡게 되어, 앞으로 할 일 또한 많아서 신사년 새해를 맞으며 걱정이 앞섭니다. 허나 절집의 모든 일의 근본에는 화합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화합은 대중 모두가 자신이 나서고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지키고 맡은 바 소임과 수행에 충실하고 위 아래의 위계질서가 바로 설 때 가능하리라 생각됩니다. 우리 불교계는 50년도 정화 이후 위계질서가 무너져 왔는데 서로 인정해 주고 칭찬하는 풍토가 아쉽습니다. 예를들면 일본 불교는 대처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위계질서를 지킴으로써 사회로부터 대우받으면서 성직자로서의 역할과 자신의 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조계종 스님들은 한평생을 올곧은 부처님 법대로 청정비구로 살면서도 사회로부터 응분의 인정과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되어 안타깝습니다. 이것은 그 원인이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 내부에 있는 것으로 서로가 서로를 칭찬해 주고 장점을 인정해 주는 것에 인색한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새해부터는 모든 대중이 서로의 장점을 들어서 칭찬하고 서로를 인정해 준다면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위계질서가 서고 화합이 이루어질 것이며 나아가 여법한 수행 풍토와 모든 불사도 원만히 성취되리라 생각하는 바 이러한 소신으로 새해를 열어 볼까 합니다.

해인사에서 구체적으로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을 계획하는지요? 물론 근본은 화합이라는 토대 위에서 어른들을 잘 보필하고 대중을 잘 외호하는 일이겠지요. 앞으로 많은 일을 해야겠지만 구체적인 것을 몇 가지 든다면, 방장 스님의 뜻도 그러하신데, 선원을 새로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시다시피 해인사 소림선원 건물은 70년대 정부에서 대장경을 안전하게 모시려는 의도에서 방바닥, 벽 그리고 지붕까지 시멘트로 지어진 건물입니다. 정밀한 마음으로 화두 공부를 하는 수좌들에게 사방이 시멘트로 된 공간은 건강에나 수행에 좋지 않은 환경입니다. 그래서 나무와 황토 흙으로 지은 수행하기에 좋은 선원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 스님들의 노후를 위한 극락전 각 방에 화장실과 간단한 샤워 시설을 갖추는 문제와 옷을 세탁해 줄 봉사자도 필요하리라 생각되어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해인사 큰절에는 기도하러 온 신도들이 묵을 수 있는 방사가 부족한 것 같아요. 이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총림이다보니 지금 거론하지 않은 강원과 율원 등 사중 여러 곳에 많은 일을 해야겠지요. 대중의 뜻을 받들어 하나하나 천천히 진행할 것입니다.


주지 스님은 해인강원 7회 동문으로 주지직과 함께 해인강원 총동문회 회장 소임을 맡고 계시는데 요즈음 강원 학인들의 수행자세는 어떠해야 하며 해인강원 활성화 방안은 어떠한지요? 지금 해인강원 학인 스님들의 수행자세와 활동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강주 스님 이하 강사 스님들의 노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사중 종무소에서 강원 면학 풍토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강주 스님과 상의해서 학인들의 공부 뒷바라지를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총 동문회에서도 지금까지 후배 스님들의 공부길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아낌없는 관심과 지원을 하겠습니다. 한 가지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할 일은 해인강원 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강원을 나오면 사회의 일반 대학 과정에 준하는 학력 자격을 문교부로부터 부여받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불교 관련 학문을 계속하고자 하는 학인들은 강원을 졸업한 후 문교부가 인정하는 대학을 또 가야 되니까 시간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하려는 스님에겐 중물들이는 산중강원의 수행과정도 꼭 필요하지만 대학원으로 나갈 수 있는 학력인정도 필요한 것이 현실이지 않습니까? 종단과 협조해서 후배 스님들이 외국의 불교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더 공부하고 활동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어야 되리라 생각합니다.

주지 스님께서는 현재의 경제적 사회적 위기와 갈등을 부처님의 기도와 가피력으로 극복하기 위해 “호국영령과 선망부모와 일체 영가” 천도법회를 봉행하는 데 무려 1029일 동안 147회의 7재와 21회의 49재를 모시는 큰 기도를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입재하며 회향하실 생각인지요? 요즈음 제2의 IMF가 온다하면서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이든 국가적이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어려울 때 불자들은 더 열심히 기도하고 조상을 잘 모셔야 해요. 부처님께서도 고苦가 곧 보배인 줄 알아야 불교를 바로 알고 인생을 바로 본다 했거든요. 특히 해인사에는 국난 극복의 상징인 팔만대장경을 모시고 있습니다. 고려 정유년에 팔만대장경 경판을 조성하면서 이규보가 지은 “군신기고문”에 실려 있는 내용을 보면 「국왕과 태자, 공과 후와 재상들과 문무백관들은 목욕재계하고 허공계에 가득한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님과 제석천왕과 33천과 모든 호법 신장들께 비옵나이다…」로 시작되는데 전체 내용이 국난극복을 위한 간절한 염원으로 되어 있어요. 이렇게 입재해서 시작한 대장경 불사로 인해서 민심은 수습되고 백성은 단합되어 몽고병이 물러나 국난이 극복되었습니다. 이러한 국난극복의 상징인 대장경을 모시고 있는 해인사에서 현재의 어려운 고비를 잘 극복하기 위한 기도를 발원한다는 것은 뜻깊고 당연한 일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그 방법의 하나가 「호국영령과 선망부모와 유주무주 일체 고혼영가」를 천도하는 기도법회입니다. 불사에 관한 자세한 안내문은 해인지나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아무쪼록 많은 불자들이 동참하시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어려움이 극복되어 평안하기를 모든 총림대중과 더불어 기도하겠습니다.

해인사는 출가 수행자들이 정진하기에는 좋은 도량이지만 지역사회 포교에 있어서는 등한시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 가지 사정이 있겠지만 주지 스님께서는 이 지역 사회를 위한 포교와 관광객을 위한 포교에 어떤 뜻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해인사는 입지조건이 큰 도시를 끼고 있지 않기에 재가 신도들의 포교보다는 출가승의 좋은 수행처로 자리매김을 해온 것이 사실이고 그로 인해서 승단에서의 위상은 대단한 것이 되어 왔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출가승의 좋은 수행도량으로 빛내가면서 해인사를 찾아오는 참배객이나 관광객들에게 적극적으로 포교하는 방안을 마련 중에 있습니다. 그 한 예로 해인사를 간단하게 소개하는 참신한 팜플렛(무료 배포)과 사이버 세상에 해인사를 건립하는 홈페이지를 제작 중에 있으며, 저 아래 상가에서 해인사 일주문까지 자연의 소리와 풍경을 감상하면서 부처님의 법음을 들을 수 있는 스피커를 설치할 예정이며 장기적으로는 제대로 된 전문 안내인을 양성 운영하여야 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해인사를 찾는 사람과 제일 먼저 마주치는 사중의 여러 일을 맡아보는 재가 종무원들을 포교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신앙과 교리를 잘 교육시킬 것입니다.

법보종찰로서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에 대한 보존과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 경판 하나하나의 건강진단서라 할 수 있는 경판의 여러 상태를 점검하는 불사가 진행 중인데요. 앞으로 대장경의 보존과 관리를 위한 주지 스님의 남다른 생각은 어떠한지요?우리 해인사에 있는 모든 유물 유적이 중요하긴 마찬가지이겠지만 해인사가 봉안하고 있는 팔만대장경이야말로 정말 위대한 것이에요. 해인사를 해인사답게 하는 큰 기둥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 불자와 학자, 나라의 관료들은 물론이고 외국에서도 고려대장경 경판에 대한 관심은 매우 높아요. 그래서 우리 민족이 조성했지만 인류가 공동으로 영구히 후손에게 보존하기 위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보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대장경을 모시고 있는 총림 대중은 큰 영광이면서 보존에 대한 책임 또한 막중합니다. 지금 전체 대장경판은 국보 32호며, 건물은 국보 제52호로 지정되어 있지만 81340매의 경판 한장 한장이 국보요, 더 나아가 그 경판에 새겨진 글자(정확히 5천 2백 8십만 1천 7백 7십 1자) 한 자 한 자도 국보라는 생각으로 보존하고 다루어야 합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경판을 만지는 어떠한 작업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잔뜩 움츠려 있는 경판에 충격을 가하면 쉽게 훼손되며 만에 하나 글자 한 획이라도 떨어지면 이것은 엎질러진 물처럼 다시는 재생시킬 방법이 없거든요. 그리고 옻칠이 벗겨지거나 흠이 나면 좀벌레가 들 수도 있거든요. 앞으로 보존과 관리를 위한 작업은 전문가를 통한 학술적 과학적 연구와 검정을 통해서 차근차근 해나가야 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낮에 장경전을 경비하고 안내하는 처사들의 옷차림도 옛 고려인의 복식과 그 당시(해인사로 봉안되기 전 서울 지천사에 머물러 있을 때) 장경각을 관리하던 사람들의 복식을 전문가를 통해서 고증 받아서 이제라도 장경전의 신앙과 위엄에 걸맞게 복식을 입혀서 경비하고 안내를 맡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은 관광객인지 경비원인지 구분이 안 되어 장경전의 위엄과 관리에 소홀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해인사 여름 수련회는 인기가 대단해서 수련 인원 제한관계로 많은 불자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설 수련장 체제를 갖추면 포교나 사회교육 차원에서도 좋을 것 같은데요?불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이 산사에서 명상수련 내지는 부처님 법을 경험하고픈 열망이 해가 갈수록 더한 것 같고 그리고 각 도심 사찰에 있는 불교교양대학이나 수련 단체가 해인사에서 1∼2박의 단기코스의 수련을 원하기도 합니다. 이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상설 수련원과 그런 체제가 있어야 하는데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구체적으로 계획하지 못했습니다. 현재로선 여름 수련회를 하고 있는 보경당 건물을 중심으로 활용하면서 차차 예산을 확보하여 이루어야 할 큰 불사라고 생각됩니다.

불교계나 세간에서는 해인사 박물관 개원에 대해서 관심이 큽니다. 거의 마무리가 다 된 것 같은데 언제 개원하시는지요?아직 박물관 내부의 세밀한 공정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합니다만 전 주지 스님과 소임자 스님들이 심혈을 기울인 불사인 줄 알고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큰 불사를 이룩해온 전 주지 보광 스님과 전 총무 선용 스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후대에 길이길이 남을 박물관이 될 수 있도록 건물과 운용의 시스템을 더 점검하고 보안을 철저히 해서 2001년 중반에 성대히 개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주지 스님은 염불의 대가라 할 만큼 한국의 불자 가정에는 스님의 염불 테이프가 하나 정도는 있을 텐데요. 앞으로 또 염불 테이프를 만들 생각은 없으신지요. 처음 내가 염불 테이프를 제작하게 된 연유는 당시 일본에 유학하던 스님들의 권유에 따라 했지만 내 염불 테이프보다 조금 먼저 나온 성공 스님의 테이프를 들어보니 발음이 분명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불자들에게 발음이 정확한 염불을 듣고 배우게 일러 주어야겠다고 생각되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젠 젊은 스님들의 많은 염불 테이프가 나와 있으니 내가 더 염불 테이프를 만들 생각은 없지만 다만 관심이 가는 것은 우리말로 번역되어진 불공의식이나 모든 49재에 필요한 대령관욕·상용시식·영반 같은 것입니다. 지금 나온 우리말 불공과 시식염불이 번역된 내용과 그 음곡이 제각각인데 이것을 통일시켜 산 사람이나 돌아가신 분들 모두가 듣고 환희심이 나는 내용과 음율을 보급하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마는, 실천을 위한 시간과 인연이 도래할는지 모르겠습니다.

주지 스님은 해인지 발행인이기도 합니다. 해인지 지면을 통해 마지막으로 전국 사부대중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해인사는 종무소를 비롯하여 선원, 강원, 율원, 산내암자 등 총림으로 다양한 많은 대중이 모여 정진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도 언급했지만 대중화합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화합이 잘 되면 우리가 해야할 모든 수행과 불사도 원만히 이루어지리라 확신합니다. 모두가 제 자리를 잘 지키고 대중의 일원으로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정진한다면 모든 중생에게 귀의처가 되고 한국 불교의 든든한 보루로 남을 수 있는 해인총림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열심히 대중을 외호하는 주지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해인지가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불교지로 더욱 확고히 정착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더욱 관심을 갖고 애호하여 주시고 주변 불자들에게도 널리 구독을 권하여 해인지가 포교지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신사년 새해를 맞아 해인지 독자 여러분과 모든 불자들이 열심히 정진하여 신심이 증장되고 심중 소원이 여의원만하게 성취되시길 기원합니다.□
※장시간 좋은 말씀 많이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지 스님께서도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으시길 독자들과 더불어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