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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감동의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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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홍현숙 1987년 01월 59호
세상이 떠간다.
어지럽게 떠간다.
아름답게 떠간다.
많은 부딪침이
많은 부대낌이
많은 사랑과 미움 속에
시간처럼 흘러간다.
ꡒ구름에 달 가듯이ꡓ
세상의 기운은 한가로운데
사람들 마음만
봄날의 조바심난 처녀 마음같이
지랄스럽다.
시간을 태운 세상의 배는
가만히 있는데
시간에 묶이려는 사람들이
주름진 바다의 연륜을 매겨나간다.
가만있는 자연을
가만있지 못하게 하듯, 1
모든 것이 멀쩡해 보이다가
느닷없이 이상해 뵈고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다가
갑자기 역겨워져, 훌쩍 뒷걸음질치는
우리들 마음이다.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할 즈음이면, 시간의 흐름에 무심하고 세월에 매겨진 시간의 눈금 따위는 무시하고자 짐짓 애써 보아도, 아직 오지않은 순결한 세월에 대해서 새로운 눈으로 조망해보고 기대해보게 된다. 그러나 뒤이어 따르는 것은 아무리 그리하여도 지난날들과 다를 바 없는 딱히 기대해 볼 희망도 갖지 않은 앞날뿐이라는 체념이다. 그러다가 그래도 새해인데, 세상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나는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고개를 쳐들 때쯤이면, 세상과 시간과 사람들과 갈수록 견고해지는 편견 사이에서 갈피를 못 잡고 부질없이 세월만 탓하는 못난 내가 느껴진다.
우리들 삶은 왜 그리 바쁜지, 일에 하루 온종일을 쏟아붓고 연애에 마음을 다 빼앗기고 남에게서 피해입지 않으려는 용의주도함에 온 정력을 허비하고 그럴싸한 대의명분 만들기에 있는 지혜 없는 생각 다 짜서 기울이고 그러다 남은 몇푼의 시간에는 여가선용인 양 남의 잘못 찾기에 세상 탓하기에 급급하다.
이리 바쁜 생활속에 세월은 걷잡을 수없이 짓쳐 달아나고 닦을 날 없는 마음의 때는 쌓일 대로 쌓여 딱딱한 각질을 이루고, 그렇게 타성에 젖어 나를 돌아볼 새없이 남의 마음을 혜아릴 새 없이 살아가는 삶이 우리의 한평생인가 보다. 그런 삶 속에서 느닷없이 누군가 그런 우리의 모습을 깨우쳐 주며 자기자신에 대한 성찰로서 자신을 되찾읍시다고, 또 이웃을 사랑하며 좀더 사람답게-사람답게라기보다는 사람보다는 좀더 차원높게가 더 맞을 성싶다-삽시다고 외쳐대어도, 그 외침부터가 왠지 뿌리없이 공허한 탓인지 감동없이 헛웃음으로 응답할 뿐이다.

지금 같아서는 세상의 온갖 시시비비와 지혜와 그럴듯한 논리들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부질없고 의미없어 보인다. 세상의 물결에 휩쓸려 님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나만 옳으려는 씨름과 그 보상에 연연해하는 짓거리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고 싶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편견의 껍질을 벗어던져 내 주변의 사람들을 깊은 헤아림과 애정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띠뜻한 피를 느끼며 소박한 감동에 울고웃고 싶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시골의 대지를 보며 한번 내린 봄비에 짧고 잔잔한 봄 빛깔들이 그 딱딱한 겨울의 각질 사이로 조금씩 힘있게 스며나올 때 느꼈던 그런 잔잔한 감동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