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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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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7년 02월 180호
절로 가는 길에 돌탑을 만난다. 누군가 마음을 여미며 정성스런 손길로 돌하니씩 얹고 갔으리라. 수많은 사람들의 발원과 정성이 쌓여진 돌탑 아래서 잠시 발길을 멈춘다. 어찌보면 조악하고 어찌보면 예뻐도 보이는 돌탑이 못내 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정성스레 돌 하나를 얹고 합장하며 소원을 빌었을 모든 이들의 마음 때문이리라. 돌탑을 쌓는다는 생각도 없이 그저 돌 하나를 얹었던 그들 순정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왜 이 산사의 언저리에 와서야 돌들을 얹고 소원을 빌어야만 했을까. 소원은 부처님 품에 와서야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소박한 믿음 때문이었을까.
돌탑에 돌을 얹고 누군가 합장하며 소원을 빌고 지나간다. 그 걸음이 조붓한 산길에서 옷깃을 여미게 한다. 그 발자욱 뒤에 남겨진 절로 가는 길은 하나의 신성이 된다. 혹자는 절을 잠깐의 유람지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돌탑을 쌓는 이들에게 절은 소원과 믿음의 끝에서 신성하게 떠오르는 곳이다. 그지리를 누군가 헝클고 간다면 그것은 참다운 삶을 꾸려 나가는 이들에게 얼마나 욕되는 짓일까. 동체대비의 아름다운 행은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꿈과 믿음을 소중하게 감싸는 일이기도 하다.
오늘도 돌탑은 신성한 기운을 내뿜으며 행인들의 발걸음을 조형하고 있다. 거친 걸음의 사람들도 돌탑을 지날 때면 조심스러워지고 세속에 지친 이들도 이 곳에서는 잃었던 꿈을 되찾기도 한다. 조심스럽게 경배하면서 돌탑을 지나 들어서는 일주문에서 그들은 어쩌면 소원의 밝은 빛을 보게될는지도 모른다. 그들의 아름다운 꿈과 소원이 부처님 품 안에서 모두 이루어지길 발원하며 돌탑에 묻었던 발길을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