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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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최열
1997년 01월 179호
사람의 삶(生)이란 소(牛)가 외나무 다리(一)를 건너는 것과 같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인생이란 한정된 시간을 사는 것이다. 외나무 다리에 서게 되면 한눈을 팔수도 없고 긴장을 풀수도 없듯이 우리의 삶 역시 긴장의 연속 속에 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돌이켜보면 환경운동과 함께 한 지난 이십 년동안 한눈 팔지 않고 열심히 살았다. 울산, 온산, 여천을 비롯한 공해 현장과 골프장 건설로 산허리가 허물어지는 것도 보았고, 시화호 오염으로 호수물을 바다로 방류할 때는 주민과 함께 저지 대열에 서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환경은 점점 악화되기만 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우리의 환경을 100점 만점에 42점, 서울 시민은 39점을 주었다. 특히 어린이는 26점을 주었다. 우리 국민 스스로 우리의 환경이 최악의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환경은 지뢰밭이다. 언제, 또 디서 낙동강 페놀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은 한경개선과 역행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그린벨트 규제 완화, 상수원 보호지역의 개발금지 해제 움직임, 국립공원 안에 골프장 허가, 갯벌 매립 등등.
이것은 한마디로 생명 가치보다 경제 가치 중심의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찍이 유럽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산업화한 결과 불과 닷새 만에 사천 명의 런던 시민이 대기오염으로 생명을 잃었고, 수은으로 오염된 어패류를 먹고 온몸이 비틀어지면서 비참하게 죽어간 미나마따병의 비극은 바로 생명 가치보다 경제 가치가 우선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이러한 사건을 교훈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확산되었고 정부의 정책 역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스모그의 상징 런던은 이제 와이셔츠를 사흘 이상 업을 수 있게 되었고, 악취로 국회의사당의 창문을 열 수 없었던 테임즈 강은 삼십 년 동안의 노력으로 연어를 비롯한 물고기가 살게 되었다. 하이드파크의 공원은 야생 동물이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미국 역시 클린턴 정부가 들어서면서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강한 경제가 나올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시작되었다. 이와 같은 변화는 20세기를 지배했던 경제의 시대, 곧 대량생산 체계와 대량소비 시대가 가져온 환경파괴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2l세기는 환경의 시대, 곧 리사이클과 절약, 절제의 시대가 되지 않으면 우주선 지구호는 아마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재난을 겪을 것이 틀림없다. 여기에서 우리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생명 가치가 경제 가치보다 우위에 서도록 하는 것이다. 가격과 가치는 다른 것이다. 도심지에 서 있는 아름드리 한 그루의 나무를 베어 책상으로 만들어 팔면 아마 얼마간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나무한 그루의 가치는 산소를 공급하고, 그늘을 제공하고, 편안한 정서를 만들어 주고, 휴식처를 제공해 주는 등, 그 가치는 가격으로 정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가치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 가치는 경제적 가격이 아닌 생명 가치를 가장 우선시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자연을 사랑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얼마 전 가슴이 훈훈해지는 영화를 보았다.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열세살의 소녀와 아버지 그리고 야생 거위의 우정을 그린 ‘아름다운 비행’이란 영화이다. 부녀가 살던 아름다운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개발 바람어 불어 불도저로 숲과 습지대가 파괴되고, 야생 동물들은 모두 달아난다. 소녀는 야생 거위의 알을 발견하고 장롱 속에 넣고 전기불 온도를 맞추어 부화시킨다. 야생 거위는 소녀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따른다. 야생 거위는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남쪽 나라로 이동해야 하나 엄마 거위로부터 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새끼 거위는 날 수가 없었다. 소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아버지로부터 행글라이더 타는 법을 배워 새끼 거위들에게 나는 법을 가르친다. 이 거위가 날아가야 할 남쪽 나라는 습지대로 해마다 철새들어 줄어들면서 보호구역에서 해제될 위기에 처해 있는곳이다. 개발 업자들은 이 땅을 노리고 있지만 이 서식지에 다시 야생 거위가 닐아오면 개발을 할 수 없게 된다. 소녀와 거위가 서식지에 도착하는 날 지역 주민과 시민들은 환호하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이것은 곧 가정의 회복, 공동체의 회복, 그리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메세지를 강하게 받았다.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리산에 반달곰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산 곳곳에 덧과 올가미를 설치해 곰과 야생 동물을 잡으려 혈안이 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반달곰이 멸종하고 철새들이 날아오지 않는 땅은 인간에게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왜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는가.
우리는 과학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속도는 너무나 빠르다. 지금부터 꼭오십 년 진 컴퓨터가 처음 개발되었을 때 그 무게는무려 사십 톤이었으나 지금은 핸드북 사이즈로 용량은 수천 배에 이르게 되었다. 컴퓨터가 인류에게 큰 공헌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끝은 무엇인가. 그것은 어느 누구도 장미빛으로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철학이 이디에 바탕을 둔 것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흙은 인간을 포함하나 인간은 흙을 포함할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새삼 확연하다. 97년 한해는 우리 인간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자만심을 버리고, 인간이 진 가장 큰 빚은 자연으로부터 진 빚이라는 것을 언제나 간직하고 풀 한포기, 돌맹이 하나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