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여 갖는 희망과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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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야기 - 추미애
1997년 01월 179호
나는 77년과 79년 겨울, 스님들이 동안거에 열중할 무렵 해인사 약수암에서 사법시험 공부를 한 적이 있고, 성철스님의 설법을 들은 적도 있다. 77년 여름에 삼천 배를 마치고 그 해 겨울 성철스님을 뵈러 백련암을 찾아 나섰다가 눈 덮인 산중에서 길을 잃은 적도 있어 해인사의 겨울은 늘 운치 있고 추억이 깃든 곳으로 남아 있다.
태어날 때부터 불교와 인연이 깊었다. 어머니가 어느 날 연못에서 탐스럽게 핀 연꽃 두 송이를 따서 품에 안는 꿈을 꾸었는데, 그 꿈이 둘째 딸인 나의 태몽이었다. 그 태몽을 떠올릴 때마다 출가 뒤 득도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고 조금이라도 쫓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부처님의 뜻을 따르고자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불자의원들과 신행이라도 함께 하자면서 모임을 만들었다. 바로 “연등회”인데, 불가에서 열반과 지혜의 정표인 연꽃과 등불을 상징하는 것으로 내가 제안한 이름이다.
지난 한해를 생각하면 정말로 빠르게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가을 국민회의의 제의를 받아들여 천직으로 알던 법관석을 떠나 정치계로 뛰어들기로 결심한 뒤 숨가쁘게 바쁜 일정을 보냈다. 정치 입문 제의를 받아들인 것은 남달리 명예욕이 강해서가 아니었다.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판사 시절 소신과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판결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정치발전 없이는 사법 발전이나 다른 분야의 발전이 있을수 없음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가 꼭 치유해야 할 중병 가운데 중병이 바로 망국적인 지역감정이라고 평소 생각해 왔기 때문이었다. 이 나라의 정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지역감정이고, 이 때문에 내 편끼리 뭉치고 봐주어야 한다는 몰상식이 건전한 비판을 막고 정권차원의 부정부패를 지속시킨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고향이 대구인 내가 국민회의에 입당하여 새로운 정치, 깨끗한 정치를 펼침으로써 지역감정, 지역차별을 허무는 데 앞장서야겠다는 생각을하게 되었다.
선거를 치르고 당선된 뒤 국회의원으로서 보낸 일곱 달은 때로는 어렵고 벅찬 시간들이었지만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 속에서 그만큼 보람도 많은 시간들이었다. 무엇보다도 국정감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행정의 잘못을 지적하고 올바른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편의와 복지를 되돌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에서는 지방자치제도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대안 제시부터 경찰청,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경찰이 정치권력의 사병화되는 것을 막고 시민의 지팡이로 되돌려 놓기 위한 방법으로 경찰 중립화 문제, 현 정권이 대기업들로부터 음성적으로 구백삼십억 이상의 지정기탁금을 받음으로써 나타나는 정경유착의 문제 따위를 지적하였다. 또한 정치권력과 대기업의 유착으로 중소기업을 배제한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중소기업 중심으로 꾸려져온 지방경제가 점차 침체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그리고 이제는 진정한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개발의 주역이 되어야 하고 내무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 복지사업을 독자적인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시행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할 책무가 있다. 그런데 지금은 내무부장관이 육천억 가량의 특별교부금을 임의 배분하면서 지자체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든지, 특별교부금의 쓰임새가 국회의 감독을 받지 않고 있어 국회의 예산감시 기능이 무시되고 있는 등의 제도상의 모순점이 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국정감사에서 지적했는데 불합리하고 모순된 제도와 관행을 고쳐야만 경제가 살고 나라도 부강해질 수 있으며 다양한 민주제도도 역시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나 여당은 자신들의 정권 재창출에 불리하거나 기득권에 손실이 온다고 생각하여 이러한 제도개선에 무성의한 것을 볼 때 너무나 안타깝다.
국정감사에서 제기했던 이런 문제들을 앞으로도 계속 지적하고 공개로 논의를 받도록 해서 입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내년에 해결해야할 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정치인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사회가 있다면 바로 정의로운 사회이다. 부모가 가난하든 부자든, 부모가 있든 없든 누구나 이 사회에 나갈 때는 동등하게 출발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내가 원하는 정의사회이다. 무엇보다도 탁아, 유아교육에서 사적땐 부담을 줄이고 공적인 부담을 늘려 오십퍼센트 정도는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하는 게 필요하다. 특히 나는 1남 2녀의 엄마로서 교육환경의 개선을 절실히 희망한다. 일정이 많다 보니 시간이 없어 아이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는데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부모로서 그보다 더 기쁜일이 있겠는가. 뛰어난 몇 아이만을 위한 성적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의 자주성, 창조성을 살리는 평등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진정한 교육개혁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내가 바라는 또 하나걱 정의사회는 노인 세대를 다음 세대가 보답하는 따뜻한 사회이다. 노인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늘려 혜택 대상을 대폭 늘리고 정년퇴직한 노인들이나 아직 일을 할 수 있는 분들에게 경륜을 살릴 수 있는 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작지만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그러나 국회의원 개인이나 야당이 아무리 정책을 개선하려고 해도 우리나라 전반적인 정책이 복지행정을 우선시하는 쪽으로 틀이 잡히지 않으면 어렵다. 또 국정 전반을 책임지는 정치지도자의 가치관과도 관계가 있는 만큼 국민을 위하여 올바른 정책을 펼수 있는 지도자와 정당이 선출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시대 최고의 개혁, 최대의 역사 바로 세우기는 여야간 정권교체 라고 생각한다. 내가 펼치고 싶은 복지정책과 제도개선을 위해서, 그리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위해 정권교체가 꼭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내년에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