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앉은 돌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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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황호균
1994년 12월 154호
최근 대한불교조계종 개혁회의에서는 제4차 전체 회의를 열어 ‘특별 사찰 분담금 지정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종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총무원장은 재정 상태가 아주 우량한 사찰을 종회의 동의를 거쳐 특별 사찰로 지정하고 예산 승인권을 갖는다. 총무원장은 이들로부터 특별 분담금을 거두어 종회의 승인 아래 포교, 역경, 교육, 복지, 문화 사업에만 쓴다”로 간추릴 수 있다. 이는 “물 좋은 사찰”의 돈을 종단 전체의 발전에 투자하겠다는 의지이다. 그렇다면 이른바 “불 좋은 사찰”이란 어느 곳을 두고 일컫는 말인가. 이는 대구 팔공산 선본사 갖 바위 돌부처(약사 기도), 경남 남해 보리암(관음기도), 경기 관악산 연주암 돌부처(약사기도), 낙산사(관음기도), 백담사 봉정암 적멸보궁(진신사리 친견)등 영험하다는 소문으로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리는 기도 처와 경주 석굴암 등 이십여 곳이 그 물망에 올랐다고 한다. 따라서 조만간 일 년에 수백억 원을 좌지우지할 막강 불교의 탄생을 예고한 셈이다.(정인식 기자, 한겨레1994년6월26일 일요일9면 기사에서 일부 인용) 조계종 개혁회의의 개정 종법의 이법 취지에 공감하고 아낌없는 지지를 보낸다. 이러한 재원이 개인이나 어느 특정 문중에 편중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러한 재원이 재산 관리의 감시 장치가 기본적으로 미비한 여러 사찰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쓰여지기 보다는 조계종의 내각격인 총무원에서 이를 거두어 들여서 불교 교육이나 복지 사업에 투자하는 등 장기적인 안목에서 불교 중흥의 기치를 높이는 기틀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다. 이러한 대승적 차원의 종법 개정에 덧붙여서 이른바 “물 좋은 사찰”에서 특별 분담금을 거두는 임시 방편에 그치지 말고 나아가서 좀더 근본적인 개혁의 대상으로 다루어야 함을 지적하고 싶다. 이는 자칫 개혁회의가 잘못된 신앙 행태는 접어두고 총무원 사업 재원 마련에만 급급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영험하다는 기도 처에서 마주치게 되는 보살들이 자기 가족만을 위한 복 짓는 기도를 열성적으로 올리는 모습을 볼 때나 절 살림 소임을 맡은 분들이 이를 부추길 때, 팔십 년대 이후 열반에 드신 큰스님들의 다비식에는 예외 없이 사리가 이십 과 이상씩은 출현하고 이를 친견하려는 신도들로 북새통을 이루어 사리 천국을 방불케 할 때, 부처님의 불살생 계율을 방생공덕으로 변질시키고 외국산 물고기까지 수입하여 생태계를 파괴시키다가 환경청의 항의 서한까지 받은 그 말썽 많은 물고기 방생을 개혁회의에서 금지시키더니 한술 더 떠 멀쩡한 새를 잡아다가 날려 보내는 새 방생으로 본질을 피해 간다는 소식을 접할 때, 전국적으로 승려 한두 명만 있는 절이 수두룩한데도-빈 절도 잘 못 지켜 걸핏 하면 문화재를 도난당하기 일쑤이면서-새 건물을 지으려다 천 년도 넘는 절터의 초석이나 축대가 걸리적 거리면 중장비로 싸그리 걷어내 버리는 뱃심을 볼 때 우리는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어 돌아앉아 버린 돌부처님의 마음처럼 쌩뚱 해진다. 다른 조교의 신자들이 이 광경을 보고 얼마나 비웃을까 저으기 염려된다. 며칠 전 신심이 돈독한 우리 모친께서 “얘야,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이 사람들의 소원 한 가지씩은 꼭 들어 주신다더라” 하면서 참배를 소우너 하였다. 이에 대하여 나는 “그렇게 갓 바위 돌부처께서 영험하다면 왜 남북 통일이 지금까지 안 되었다고 해마다 대학 낙방생 들은 왜 그리 많다 요”하고 되물어 부처님께 정성으로 빌면 소원 성취한다는 신심으로 한평생을 지낸 모친의 가슴에 못 박는 말을 기어코 하고야 말았다. 돌부처의 효험이 없어졌던지, 참배하시는 분들 모두가 남북한의 통일 기도는 않고 자기 가족의 복 빌기에만 급급했던지, 햐여튼 남북은 여전히 통일 되지 않고 날마다 다니면서 한 가지씩만 들어 주시는지는 잘 모르지만, 팔공산 갓 바위 돌부처가 어떤 까닭으로 영험하기로 소문이 났는지 좀 찬찬히 따져 보아야겠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1987년 대통령 선거 뒤에 이러한 말이 떠돌았다. 노태우 대통령의 어머니께서 팔공산 갓 바위 부처님께 성심으로 기도하여 대통령 아들을 두게 하였다. 서 황룡이 주도하던 총무원이 87년에 치루어진 대통령 선거에서 천만 신도를 자랑하는 불교계의 표를 몰아 주어 노태우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뒤에 이러한 풍문은 꼬리를 물고 떠돌아다녔고, 자식의 대학 입학과 남편의 승진이라는 절대 절명의 명제에 매달리던 아주머니들의 기복 신앙심을 부채질하여 명실 공히 팔공산 갓 바위 돌부처는 영헌 제일 도량으로 인기를 누리게 된다. 이처럼 기복 신앙이 조선 왕조라는 억불 시기에 그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어 온 긍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으나 이십일 세기를 바라보는 종교 시장 개방화(?) 시기에도 이와 같은 구태의연한 신앙 행태가 얼마나 경쟁력(시장성)을 갖게 될는지 의문시되던 차에“수자령 천도 지장 기도”까지 합세하여 대책이 영 서지 않는다. 요즘 한창 뜬다는 수자령 천도 지장기도 접수. 이것은 아마도 근래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문화방송의 납량 특집 미니시리즈M의 여파일 것이다. 태아의 기억 분자가 자기를 낙태시킨 생부모와 사회에 복수한다는 충격적인 소재의 드라마를 본 우리 어머니 세대는 꿈자리마저 뒤숭숭하여 밤잠을 설치는 모양이다. 햇볕도 보지 못하고 간 태아의 영혼(수자령)을 천도하는 지장 기도 처에 몰려 가서 애잔한 마음을 달랜다니 이도 딱항 노릇이다. 지금처럼 좋은 약도 없던 시절 낙태 경험이 두서너 번쯤은 보통인 우리네 어머님들, 가족 계획 이라는 국가 정책의 희생자로서 낙태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형편을 들어 애써 자위해 보지만, 현행법으로 엄연히 위법인 낙태의 원죄적 고통에서 벗어나 정신 의학적으로 치유되어야 할 대상으로, 태아 때 사망한 영가를 달랜다는 수자령 천도 지장 기도는 종교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에 나온 적절한 신앙 형태라는 사실조차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관광버스타고 와서 스님이 대신 해 주는 기도 접수처에 돈만 내고 사진도 박고 훌쩍 가 버리는 행태에서 벗어나 이러한 신앙을 생명 존중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참회하는 마음 자세로 지극 정성으로 기도하였으면 한다. 낙태가 여자만의 죄는 아닐진대, 비록 수자령을 천도 한다는 지장보살이 어느 경전과 어느 법에 근거를 둔 신앙인지는 불확실하지만, 근래에 일본에서 유행하는 신앙 형태를 수입한 것으로 기억된다. 부디⌜지장보살본원경⌟에 쓰여진 대로 모든 중생을 성불하게 한 뒤에야 비로소 성불하겠다던 그야말로 대원본존이신 지장보살의 그 애틋한 서원을 본받고 실천하는 신앙으로 나아가길 바랄 뿐이다. 그리하여 더 더욱 자기 가족만을 위한 복 짓는 기도에서 벗어나 이웃과 시회 곧 남을 위한 기도로 기복 신앙이 바뀌어 부처님 말씀에 좀더 가깝게 다가설 때, 열반하신 스님의 다비식에서 사리가 나오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생전에 하신 일과 가르침에 더 비중을 두는 풍조로 바뀌어 갈 때, 물고기나 새 방생 같은 형식적인 방생 공덕에 사로잡히지 말고 부처님의 불살생 가르침을 출실히 지킬 때,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천칠백여 년 동안 신앙의 형상물로 절집 여기저기에 놓여진 여러 종류의 문화재들을 우리 후손들에게도 물려 주어야 한다는 자세로 빈 절이라도 잘 지켜 나아갈 때, 불요불급한 신축 공사는 자제하고 선방이나 강원 같은 건물들 정도만 가급적 옛 가람 터를 피하여 짓는 그런 지혜들이 모아질 때 , 하는 꼴이 영 시덥지 않아 등을 보이던 돌부처님이 빙그레 웃으며 다시 우리를 향하여 돌아앉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