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개혁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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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현응
1994년 12월 154호
부처님 말씀대로 행하기 우해 개혁회의도 출범했다. 그러나 짧은 기간에 중생심에 의해 사류邪流된 종행宗行을 바로잡는다는 것은 많은 어리석음과 부작용을 부를 수도 있다. 균형과 조화를 앓지 않으면서 승풍을 진작할 수 있는 잣대는 사심이 아닌 공심에서 출발하고 끝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일이다. 28대 새 총무원장 집행부가 이제 항구를 떠났다. 그 동안 개혁회의가 배를 수리하고 기나긴 항해 준비를 얼마나 했는지의 평가는 ‘28대 총무원호’의 순탄한 항해에 있다면 지나친 것일까. ‘총무원 28호’를 띄우기 위해 기획하고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하고 또 수리가 잘 되기를 관망했던 분들의 의견을 듣고 총무원28호가 종횡무진하면서 사 년 뒤에는 건강하게 회향하여 새로운 총무원 29호를 출항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뜻에서 이 난을 마련하였다. 종단 개혁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생각 현응 한국 불교의 미래를 밝힌 종단 개혁운동의 긍정과 한계 법안 스님께 올립니다 성태용 개혁의 핵심은 교육과 재정 이영일 돌아앉은 둘부처 황호균 종단 개혁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생각 현응 얼마 전 일간지에 국무총리를 역임 한 분의 시사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그분은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요지는 공무원들이 “복지부동”한 원인은 무능력하거나 소신이 없거나 사회 정치적 변동 속에 몸을 사리는 탓이 아니라, 국정 책임자가 국가 운영의 비전을 가지지 못하고 국가가 나아가야 할 국정 지표를 명확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공무원들이 움직이고 뛰려고 해도 어디로 어떻게 뛰어야 할지 모르는 것이 오늘의 한국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의 실상이 아니겠는가하는 점이었다. 그 분의 말씀은 대단히 의미심장한 것으로 오늘의 한국 불교는 그 자신 이루고자 하는 모습으로서의 비전이 있는가. 지난3월부터 시작된 조계종의 종단개혁 작업은 삼선을 강행하려는 총무원장의 의도를 저지하고자 함이 그 발단이었다. 그래서 대중의 힘으로 종단운영권을 장기적으로 독점하거나 권한을 남용하여 종단 풍토를 부정적인 모습으로 전락시켰던 것을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렸고, 마침내 삼선을 강행하던 원장과 그 측근들은 물러났다. 이어서 개혁회의가 들어서고 여덟 달 가까운 시간 동안 해종 행위자들을 숙정하고 갖가지 종단 개혁과 승풍 소ㅔ신에 필요한 일련의 개혁조치와 종헌종법을 전면 개정하게 되었다. 이제 새롭게 개정된 종헌에 따라 중앙종회와 집행부가 들어서고 개혁회의는 다시 대중 속으로 사라졌다. 그 발단에서부터 충격적인 모습으로 한국 사회를 강타했고 외신을 타고 전 세계에까지 파급되었던 조계종 개혁 작업의 본질은 무엇일까. 어느 집단에서나 있을 수 있는 권한 다툼의 하나인가. 사회 과학적인 시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구조적 모습인가. 한국 사회가 조그만 필요에 자족하고, 소비하고, 향유하는 데 그치는 현상 이라 던지 60, 70년대식의 “잘 살아 보자”, 80년대의 “하면 된다” “하게 하라”식의 경제 성장 우선의 국정 목표가 시대적 변화와 역사적 흐름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국민들이 혼돈 속에서 헤 매이는 듯한 모습을 살펴보면 개인에 있어서도 그러하고 국가적, 사회적 차원에서도 비전을 뚜렷하게 가지지 못한 점이 심각한 문제점이라 생각된다. 전반적인 흐름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은 거대하고도 이상적인 사회건설이라는 이념과 목표를 설정하여 계획적으로 사회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겠다는 사회주의권이 갖가지 문제점으로 인해 퇴조하고, 잉여 가치의 지속적인 확대 재생산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가 전 세계를 주도하고 있는 역사적 과정의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목적 지향적이라기보다는 기능주의적 차원에 매몰되기 쉬운 시장 경제 체제의 규정을 받게 되는 이러한 문제는, 인류사회적으로 또는 문명사적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점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는 일련의 정체성이나 혼돈성은 이와 같이 세계사적 조류에 적극 대처하지 못함에 기인하고 있지만, 한국 불교가 가지고 있으면서 극복해야 할 여러 가지 문제점도 이와 매우 깊은 관련이 있으며 유사한 성격의 것들이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불교의 정신은 지혜와 자비라는 이중적 성격을 조화시키고 발휘함에 생각되는데, 그것은 깨달음(보리)과 역사(사트바)의 종합적 지양이라는 대승 불교 정신에 근거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대승불교의 정신적 핵심은 개인에게서나 사회에서나 원력(어떤 목표를 지향하는 일종의 투명한 목적의식)을 가지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꿈, 이상, 비전을 가지는 일은 바로 대승불교의 본래 정신이라 생각되며 한국 불교 교단(조계종)이 염두에 두고 발휘하여야 할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한국 불교는 멀리는 접어두더라도 해방 뒤 분열되고 왜곡된 교단을 바로잡고자 했던 정화운동과 한국 사회의 현살 속에 교단 체계를 정착시키고 적응하고자 한 초보적이고도 기본적인 노력들이 한국 사회의 전체적 경제 규모의 팽창에 힘입어 외적인 발전상을 보여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단의 외적인 발전과 풍성함에 안주하여 사찰을 관리 운영하는 기능적 업무에만 골몰하고 선禪과 敎또는 상구보리, 하화중생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수행과 교화의 분야에서도 깨달음과 역사의 문제, 불교와 사회(문명)의 문제 등에 대한 치열한 문제 의식과 그로 인한 응답적 모습이 부족하다는 것이 현 한국 불교의 가장 취약한 본질적 문제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이번에 불붙기 시작한 종단 개혁의 문제도 누적된 종단 운영의 파행적 구조라 할 수 있는 행정적, 제도적 문제가 그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며 그것은 단지 외적으로 나타난 피상적 모습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 이면에 감추어진 것은 승려 개개인, 수행자 개개인이 스스로 이루어야 할 목적 의식(원력)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것이 핵심 사안인 것이다. 이 점이 오늘날 한국 불교를 정체, 혼돈, 기능적, 일상적 수준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것이며, 이러한 근본적 동기가 특정한 총무원장의 퇴진 요구라는 현실적 문제로 촉발되어 무의식적, 집단적으로 표출된 것이 이번의 종단 개혁의 전말 과정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번의 종단 개혁 작업은 기간의 짧음과 경험과 경륜의 미숙에도 까닭이 있었지만 그 밖에 갖가지 이유로 말미암아 제도적, 행정적 개선 작업에 머문 감이 많은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라 하겠다. 종헌 개정 과정에서 빚어졌던 종지종지, 종통종통에 관련된 문제나 한국 불교가 지향해야 할 정신적 내용을 반영하고 있는 종헌의 전문이 종도들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이번 종헌 개정 작업에 반영되지 못한 점은 단순히 법제화 차원의 아쉬움이 아니라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불교가 점검하고 새롭게 이루어야 자기 자세에 대한 인식 부족이라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조계종으로 대변되는 한국 불교는 개혁회의 기간에 진행하고 이루었던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개혁 작업을 하리라 기대된다. 한편 이번의 개혁은 제도적, 행정적 개혁 등으로 표현했지만 실상 수행, 포교, 교육, 사회, 복지 등의 제반 활동을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기초적 개혁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의 개혁은 이면적으로 살펴보면 원력이 부족하고 나태하고 관능적 차원에 빠져 있음을 각성하고 불교 정신을 회복하고자 하는 불교 중흥 운동에 그 뿌리가 내려져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불교가 이러한 뿌리에 닿아 있는 문제에 어떻게 지속적으로 물을 주고 북돋우어 주며 꽃을 피우게 하느냐는 앞으로의 과제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 시대에, 이 시점에서 한국 불교가 가장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무엇을 위한 수행이며, 포교며 또는 사회 활동이냐는 목적의식, 곧 대승 불교적 원력인 것이다. 또한 개개인 승려와 신도, 교단 나아가 한국 불교가 구현하고자 하는 그림이 어떠한 것이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점이 이번 종단 개혁의 근본적 원인이자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최종적으로 귀착하고 이룩해야 할 결론에 대한 부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