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 보기


불교동물산책(16)

이전 게시물 다음 게시물
불교강좌 - 윤상림 1994년 12월 154호
무지와 싸움 부엉이는 몸이 큰 야행성 맹수로 유럽에서 아시아 중북부에 널리 퍼져 있고 활엽수림에 산다. 혼자 살면서 낮에는 나뭇가지 끝에서 자고 밤에는 초원이나 밭 등을 날아다닌다. 쥐, 두더쥐, 토끼, 새, 벌레 들을 잡아먹는데, 소화가 채 되지 않는 뼈는 토해 낸다. 깃털이 부드러워 날개 짓을 해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둥지를 만드는 데에는 솜씨가 없어 나무 구멍이나 매가 쓰던 헌 둥지 등 다른 새의 둥지를 자기 것으로 쓴다. 울음 소리는 “코로스케 호오호오” 하는데, 일본말로 “누더기를 입고 공작에 몸 바친다”라고 들려 점잖고 친밀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중국의⌜시경⌟에는 부엉이의 사나운 모습을 보여 주는 시가 있다. 이미 내 아이를 빼앗아 갔거늘 내 집을 부수진 마라. 저호鴡鶘는 부엉이로, 듯은 “부엉아 부엉아 너는 이미 내 자식을 빼앗아 갔다. 그 위에 내 소중한 둥지를 부수는 짓은 하지 마라”하는 작은 새의 애원을 노래한 것이다.(오오오오 ⌜로로로로로로로로⌟ ) 그런데 ⌜쟈카라⌟270(나까무라 하지메 감수, 마에다 센각쿠 옮김⌜쟈카타 전집⌟3에 의함)에 부엉이와 새가 싸우게 되는 경위가 나온다. 예날 세상이 시작된 때 제1겁에 살던 사람들은 잘생기고 모든 면에 완전한 사람을 왕으로 뽑았다. 네 발 짐승들도 모여서 사자를 왕으로 삼았고, 큰 바다 속 물고기들도 아난다라는 물고기를 왕으로 삼았다. 그래서 새들도 히말라야위에 있는 바위에 모였다. “사람들에게는 와이 있다. 심지어는 네 발 짐승, 물고기들도 있는데, 우리에게만 왕이 없다. 우리도 왕이 있어야 한다. 임금 자리에 걸 맞는 자를 뽑자”고 했다. 그들은 부엉이를 뽑아 “이 새가 우리들이 찾던 새다”고 하였다. 그가 임금이 된 것을 두 번 외쳤을 때까지 모두 잠자코 있었는데, 세 번째 외쳤을 때 한 새가 일어났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그는 왕 위에 오를 때마저도 저런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만일 화가 난다면 어떤 얼굴이 되겠습니까. 그가 노해서 우리를 본다면 우리는 뜨거운 냄비에 내던져진 깨처럼 이리저리 볶기고 말겠지요. 그를 임금으로 삼아서 우리에게 좋을 게 없습니다. 나는 싫어요”하면서 날아 갔다. 부엉이도 일어나 쫓아 갔다. 새들은 금빛 원앙을 왕으로 뽑고 흩어졌다. 또⌜미란다왕의 물음⌟(나까무라 하지메, 아사지마 쿄이쇼오 옮김3)에는 부엉이의 생태에 비추어 요가 행자(불도수행자)가 무지와 싸워야 하는 모습이 설해져 있다. 부엉이는 새와 싸우고 밤에 새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새를 죽이는 것처럼 요가 행자는 무지와 싸워야 한다. 부엉이는 곧잘 혼자 앉아 조용히 생각하는 것처럼 요가 행자는 혼자 앉아 사유를 즐기고 혼자 앉아 사유하는 것을 즐겨야 한다. 신중에 신이신 존경하는 스승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수행자들이여, 여기 홀로 앉아 사유를 즐기고 홀로 앉아 사유함을 기뻐하는 수행승이 있다. 이것은 괴로움이며, 이것은 괴로움이 생기는 까닭이며, 이것은 괴로움이 그쳐 더 이상 없는 것이며, 이것은 괴로움을 더 이상 생기지 않는 데 이르는 길이니, 있는 그대로 깨닫는다.” 이처럼 사람들이 사는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서 혼자 명상을 하고 사성제(네 개의 진리)를 깨달아야 하는 것을 부엉이의 생태를 통해 가르쳐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