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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동물산책(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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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강화 - 윤상림 1994년 07월 149호
나까무라 하지메 편/윤상림 한글 번역

곰-은인
곰은 아시아와 유럽,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산맥 등지에 분포하며, 북극 지방에서 열대림까지 살고 있다. 번식기 외에는 혼자서 사는데, 낮에는 나무통 속, 동굴, 바위 그늘, 수풀이 우거진 곳에 있다가 저녁 무렵이나 오후 늦게부터 돌아다닌다. 추운 지방에서는 보통 굴에 들어가 겨울잠을 자고, 암놈은 이 때 새끼를 낳는다. 겨울잠을 자려고 굴에 들어가기에 앞서 미보시(모판의 어린 싹이 잘 자라도록 잠시 동안 물을 말리는 것)라고 해서 근처에 임시 잠자리를 만들어 쉬고, 나무 위에 올라가 털 말리기라고 하는 손을 말리는 습성이 있다. 곰과 물의 오랜 유대는 전설에도 여럿 전해진다. 곰이 용과 함께 악어를 타는 모습은 인도와 중국 그리고 유럽등의 신화와 문학에 보이고, 홍수를 다스렸던 중국의 위임금이 그의 아버지인 곤鯤과 함께 곰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다. 또 나라(奈良) 박물관에는 곰의 가죽을 깔고 앉은 신란 성인의 초상화가 있다. 곰 가죽 초상화라고도 불리는데, 거친 표정을 한 신란 성인이 곰 가죽 위에 앉은 그림이다. 이 곰 가죽은 농부한테 받은 것인데, 성인은 이것을 소중하게 여겨 자기 초상화에도 그리게 하였다. 안성安城의 초상화에는 이리 가죽을 깔고 앉아 있다. 그런데 많은 고승들의 초상화에서 짐승 가죽을 깔고 있는 것은 거의 예가 없다고 한다. 불교는 스리랑카와 미얀마 그리고 타이 등의 남방불교와 티벳이나 중국 등의 북방불교로 나뉘어 전하는데, 곰에 대한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는 남방불교에는 없고 북방불교에만 전한다. 「대지도론」권 49에서는 곰이 맹수가 아닌 은인으로 나온다.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오다가 길을 잃었다. 비는 거세게 쏟아지고 날은 저물어 추워서 걱정하다가 조그만 동굴을 하나 찾았다. 비와 추위를 피하려고 동굴에 들어갔는데, 커다란 곰이 이 쪽을 바라보았다. 깜짝 놀라서 달아나려는 그에게, 곰이 “무서워하지 마시오. 이 굴 속은 따뜻하니 쉬어 가시구려”하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비는 이레나 줄곧 내렸다. 곰이 날마다 맛있는 열매와 물을 갖다 주며 그를 보살펴 주었다. 비가 그치자 곰은 “죄지은 몸이어서 저를 원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니 저를 보았다는 말을 하지 마십시오”하면서 돌아가는 길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네, 알겠습니다”하며, 인사를 마치고 급하게 집으로 돌아가다가 길에서 한 사냥꾼을 만났다. 사냥꾼은 “혹 짐승 못 봤소?”하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커다란 곰을 보긴 했지만, 그 곰에게 은혜를 입어서 있는 곳을 가르쳐 줄 수는 없소” 하고 거절을 했다. 그러나 “고기를 많이 줄테니까” 하는 사냥꾼의 말에 욕심이 나서 그만 그 굴을 가르쳐 주고 말았다. 사냥꾼이 곰을 죽여 고기를 떼어 내는데, 그가 자기 몫의 고기를 가져 가려고 손을 내미는 순간 두 팔이 어깨에서 떨어져 나갔다. 두려움에 몸을 떠는 사냥꾼에게 그는 “이레 동안 나를 보살피는 것이 아버지가 아들 대하듯이 했다. 그런데도 나는 그 은혜를 저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된 건 그 벌이다” 했다.

이 이야기가 뜻하는 바는 은혜를 아는 것에 있다. 인도에서는 은혜란 말은 받은 것을 뜻하는 말로, 은혜를 안다는 것은 무엇을 받았는지 아는 것이라는 뜻에서 생겼다. 불교에서는 이 은혜를 앎(志恩)은 중요하게 생각한다. 일본에도 ‘지온인’ 이라는 큰 절 이름이 있다. 그 밖에도 신란 성인은 “여래의 대비하신 은덕은 몸을 가루로 해서라도 갚아야 한다. 선지식의 은덕도 뼈를 부수어서라도 고맙게 여겨야 한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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