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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이 간과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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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홍현숙 1994년 08월 150호
월간 「해인」일을 통하여 불교에 무지하던 사람이 이제는 불교에 관하여 웬만큼 이해와 애정을 갖게 되었다. 지령150호를 기념하는 자리를 빌어 그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해인」일을 해 오는 동안 주변에서 규모는 작으나 짜임새는 있는 탄탄한 기획과 편집이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칭찬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에 편승하여 끄레의 이름도 커진 듯하여 고맙고 뿌듯하기 이를 데 없다. 그만큼 월간 「해인」이 불교 출판문화계에 영향력을 떨쳤음을 또한 듣고 보았다. 그러나 그 칭찬들이 혹여 사찰에서 내는 자그마한 잡지치고 꽤 실하다든지, 전문 잡지인이 아닌 스님들이 만드는 포교지이니만치 그다운 검박함에 잘 맞아떨어져서라든지 하는, 폭 좁은 전제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음은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그 의구심은, 바꾸어 말하면, 십 년이 넘게 이어 온 「해인」이 잡지로서의 전문성을 어느 만큼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과 통한다.
실제로「해인」의 제작과 운영 방식이 아직은 가내공업적인 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에서 아닌 게 아니라 전문서의 부족을 지적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해인」이 큰절의 위신을 돕기 위한 구색 갖추기로 내는 잡지가 아닐진대 뚜렷한 발간 목적을 지니고 있을 터이고, 따라서 그 의도를 좀더 효과적이소 생산적으로 달성하려면 기획에서부터 편집 과정, 잡지의 배포 및 영업에 이르기까지 전문적인 시각에 의해 이루어져야 함이 마땅하다.
전문성을 갖추자는 말은, 이를테면, 무조건 잡지 전문 편집인을 등용하자거나 여는 잡지 같은 화려한 틀을 가져야한다는 말은 아니다. 가까이서 보아 알지만, 사실, 「해인」을 만드는 일군의 스님들은 우리나라 불교계에서 엘리트 승려 그룹에 속한다. 이 분들보다 더 뛰어난 불교 잡지 편집 전문가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문성의 부족을 지적하는 것은, 발간 목적에 따라 잡지의 성격과 대상독자를 좀더 뚜렷히 하여 그에 걸맞는 일관된 운영 전략을 구사하는 기술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싶은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절 집안일이라 하여 안이하게 주어진 여건 안에서만 움직일 뿐 적극적인 영업을 꺼리고 과감한 투자를 뒤로 미룸으로써 스스로 일개 사찰의 사보로서 한계를 긋는 일이「해인」의 발전을 제자리 걸음으로 묶어 두는 듯하여 아쉽다는 뜻이다.
「해인」운영의 가내공업적인 면은 독자의 확보를 알음알이에 의존하는 안이함에서 대표적으로 드러난다. 잡지를 잘 만드는 일만큼이나 그것을 효율적으로 널리 배포하는 일도 중요한데, 해인편집진은 이 일을 종교인다운 점잖음으로 간과해 버린다. 「해인」이 전국적인 잡지로 발돋움하려면 본격적인 유가지로 전환하는 일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많이 읽혀야 갈아 남을 수 있다’는 생존 법칙 아래 마케팅 측면에서의 검토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영업 활동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되고, 아울러 잘 만들어야 잘 읽힘으로 잡지 제작에서도 전에 없던 긴장감과 더불어 활기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그러기에 앞서,「해인」의 성격과 편집 틀에 대한 재점검부터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오랜 세월 비교적 성공적으로 굳혀 온 틀이지만 이미 그 정체성에 갑갑함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질의 발전적 변화란 것이 거개가 양적인 발전을 수반하고 또한 일정한 자본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 경영 여건의 문제를 생각하면 결코 쉬운 일은 아닌 줄 알지만, 십여 년 세월동안 「해인」이 축적해온 뛰어난 역량만으로도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한는 불법 홍포지로서 성공적인 변신은 얼마든지 가능하리라 짐작한다.
그에 관하여 두서없는 소견을 덧붙이자면, 시대 정신과 감각을 적극적으로 수요한 좀더 젊고 동시대적인「해인」, 그리하여 불교는 고루하고 시대와 동떨어졌다는 선입견을 깨뜨릴 수 있는 「해인」, 한편 한민족의 문화적 자산과 일치하는 한국불교의 무궁무진한 문화 정신적 자산을 발굴하여 그것을 쉽고 재미있게 또 바르고 아름답게 전해 줌으로써 좀더 많은 일반 대중독자들과 교감하는「해인」, 그리하여 지금의 불교가 놓치고 있는 바로서 대중들이 불교와 더욱 자연스럽게 친밀해지는 데에 귀중한 몫을 하는「해인」이 되었으면 한다.
흔히 종교 집단에서 내는 많은 출판물과 잡지들이 일반 독자와 폭넓은 공감대를 획득하는 일에 실패하는 것을 본다. 특히 늘 새로이 태어나는 젊은층을 끌어들이는 일에서 더욱 무력하며, 심지어는 그 종교를 믿는 신자들 사이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외면당하곤 한다.
그러한 현상을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귀결이라고만 넘기지 말고, 그 요인들을 철저히 점검하여 대응 방안을 잘 모색함으로써 대중독자와 좀더 폭넓은 공감대로 교류하는 「해인」으로 변모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