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기 저 처마 밑에 버려져 있는 건 뭐야?”
“응, 그거 별거 아니야, 관심 갖지마.”
“도대체 뭔데 허구헌날 저기 저렇게 놀고만 있는 거야?”
“새 잡는 그물이야, 덮치기라고 해. 예전에 주인 아들이 열심히 가지고 놀던 거야.”
그물은 그들의 그런 대화를 듣자 정신이 번쩍 났다. 무엇보다도 어미 소가 자기를 두고 별거 아니라고 한 말에 몹시 자존심이 상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가 예전에 어떠한 일을 했는지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는 다시 새 잡는 그물로서의 존재성을 확인하고 싶었다. 새를 잡는 그물의 삶이란 새를 잡는 삶을 사는 것밖에 다른 삶이 없었다.
하루는 논에 나가 참새들을 쫓아 내다 돌아온 주인에게 말을 걸었다.
“주인님, 저도 이제 일을 하고 싶어요. 제게 일을 좀 시켜 주세요. 새를 잡는 게 제 일인데 왜 저를 이렇게 처박아 두기만 하세요? 저를 데리고 나가 새를 잡으세요. 요새 논에 참새 떼가 극성이잖아요?”
주연은 우물가에서 발을 씻다 말고 물끄러미 그를 쳐다볼 뿐 말이 없었다.
그 뒤 몇 번이나 일을 시켜 달라고 이야기해도 주인은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주인의 바짓가랭이를 붙들고 늘어져도 주인은 본 척 만척할 뿐이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스스로 새를 잡기로 마음을 먹고 새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논으로 나갔다. 논에는 참새들을 잡으려고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야단이었다. 곳곳에 울긋불긋한 반짝이 종이를 달아 놓고 새들로 하여금 놀라 달아나게 하는가 하면, 어떤 이는 공기총을 가져와 펑펑 허공을 향해 공포탄을 쏘아대기도 했다.
그는 농부들의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새들이 날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새들은 날아오지 않았다. 벼들이 익어 고개를 숙이고 추수가 다 끝나도 새들은 날아오지 않았다.
그의 소원은 새를 한번 잡아보는 것이었다. 그는 새를 잡지 못하는 그물로 살아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러나 새가 날아오지 않는데 어떻게 새를 잡을 수 있겠는가.
참으로 막막했다. 새들은 바닥에 떨어진 나락들을 쪼아먹으면서도 그의 그물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점차 깊은 절망감에 빠진 나머지 어느 날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 난 이제 어떡하나? 이제 이대로 썩어 죽는 수밖에 없구나.”
그의 목소리가 너무 절망감에 젖은 탓이었을까.
“너무 그렇게 슬퍼할 것 없네.”
그루터기 하나가 그에게 말을 붙였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새 잡는 그물에 새를 잡지 못한다면 어떻게 살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무척 자조 섞인 어조로 말했다 .
“그건 자네가 새를 잡을 생각만 하니까 그런 걸세.”
“새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어떻게 새를 잡을 수 있겠습니까?”
“새를 날려보낼 생각을 한번 해보게. 그러면 새들어 자네의 그물 속으로 들어올 걸세.”
“새를 날려보낼 생각을 하면 어떻게 새 잡는 그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허허, 자네가 새를 날려보내는 그물이 되면 되지 않겠는가. 남을 위하는 일이라면 때로는 자신의 본질을 변화시킬 줄도 알아야 하네. 나뭇가지를 한번 보게. 나뭇가지에는 왜 새들이 날아와 앉아 있겠는가. 나뭇가지에 새가 날아와 앉는 것은 나뭇가지가 새를 잡은 것이고. 나뭇가지에 앉았던 새가 포르르 날아는 것은 나뭇가지가 새를 날려보낸 것일세.”
그루터기의 말에 그물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러나 곧 나뭇가지와 같은 마음이 되었다. 그러자 새들이 날아와 쉬었다가 또 날아가고 싶을 때 마음껏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