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기茶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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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의 얼과 멋 - 편집실
1994년 08월 150호
울창한 푸른 숲에 묻혀 옴팍하게 자리잡은 한적한 산사에서 앞이 훤하게 트인 저 아래 굽이굽이 능선에 시선을 준다. 모시 적삼 올 사이로 스며드는 상쾌한 바람은 쓰르르쓰르르 매미 소리에 밀려 앞산 계곡으로 흘러내린다. 이렇게 숲처럼 푸른 싱싱한 바람이 밀려 왔다. 밀려 나가는 산사의 여름은 삼복 더위와는 아랑곳없이 서늘하기만 하다. 서늘함과 무더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제철에는 그믐과 보름에 방장 스님 법문하는 날이 벌써 내일이고 오늘은 삭발 목욕하는 날, 그 동안 야금야금 길어서 까맣게 된 무명초를 삭도로 파르스름하게 밀어 내고 까슬까슬한 삼베로 갈아입으니 몸도 새것으로 만든 기분이다. 큰절 선방에서 정진하던 도반들이 삼삼오오 포행을 하거나 찻잔을 사이에 두고 한담을 나누는 때도 지금이다. 출가 전 더벅머리에 목이 마르면 콜라 깡통을 툭 따서 벌컥벌컥 목으로 넘기던 때를 생각하면 아득한 세월만 같다. 이러한 상념 속에서도 상큼한 바람과 함께 흐르는 맑은 샘물을 길어다 팔팔 끓인 뒤 적당한 온도로 높여 세 번쯤 우려 낼 동안이면 화두로 점철된 마음을 가라 앉힐 수 있는 시간은 된다. 젊은 사람들에게 가금 차를 권하면 다도茶道라 해서 오른손은 이렇게 왼손은 저렇게 하는 부자유스러운 모습뿐이다.
예禮는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스러운 법도이다. 아무리 웅장한 절이라도 주변의 산세와 호흡을 함께 하지 못하면 빼어난 문화 유산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지 못함은 자연스러움을 넘지 못한다.
세상만사가 물 흘러가듯 해야 하듯이 우리의 수행과 생활도 차 한 잔 마시듯 자연스러움에서 출발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