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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鐘을 단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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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진각 1994년 08월 150호
올 여름은 유난히도 무덥다. 땅이란 땅은 모두 푸석푸석하게 만드는 지독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다. 옛날 같으면 그야말로 민심이 흉흉하여 여기저기서 기우제를 지내고, 왕도 천지신명께 자기의 부덕함을 탓하여 비가 오기를 빌었다. 자연의 좋고 나쁨에 이 땅의 모든 사람이 함께 했음은 보통학교 정도의 책걸이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천재지변에는 당시의 나랏님과 결부지어서 생각하고 평가한 경향이 짙었다. 그래서 한 나라를 책임지는 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만큼 덕망과 신망이 일반 백성들이 갖추지 못한 것을 갖추어야 힘은 당연하다. 그 나라의 백성이 얼마나 지혜롭고 슬기로우냐에 따라 지도자도 거기에 걸맞은 사람이 나오게 되는데 아주 무능력한 지도자를 등장시켜 이러니 저러니 하는 것도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책임의 경중은 논할 수 있지만 책임은 모두의 것이 아닐까 한다. 역사적으로도 지난 칠월은 의미가 꽤 깊은 달이다. 어찌했든 한 나라를 사십구 년 동안 안정적인 자리에서 정치正治했던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한반도를 떠났다. 북한과 적대 관계에 있는 일본의 언론조차 돌아가신 분에게 예우 차원에서 그러했는지 모르지만 극존칭을 썼다고 한다. 여기에 견주어 우리의 실정은 이 땅에는 큰 것과 작은 것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일차적인 사고밖에 못하는 사람들의 차지인 것 같다. 왜 우리가 이렇게 되었을까. 조문, 방문, 무엇이 그렇게도 두려운 것일까. 자신감 결여에서 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히로히또 일본 왕은 우리에게 무엇이었으며, 그가 죽었을 때에 이 나라 최고 책임자를 대신해서 조문 사절을 보냈었는가. 이제 우리 순리적으로 모든 문제를 풀고 새롭게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옛날 왕조 시대에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모든 기구를 동원해서도 움직일 수 없는 근 종鐘을 만들었나 보다. 그런데 이를 매달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전국에 방을 써서 붙였다.”이 종을 매달면 후한 상을 임금이 직접 내리겠노라.백성들은 상금에 눈이 어두워서였던지 옮겨 달 묘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자꾸 시간만 가던 차에 여섯 살도 채 안 된 꼬마의 눈으로 보니 참으로 쉬운 문제가 온나라를 들끊게 하고 있었다. 임금 앞에 가서 그 방법을 얘기해 주었다. 임금은 크게 기뻐해서 상을 내릴려고 하는데 옆에 있던 신하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 어린 것이 지금도 저렇게 비상한 머리를 가졌는데 뒤에는 틀림없이 왕권을 넘볼 것이라고 임금에게 소곤소곤 고해 바쳐서 목을 쳐야 뒤에 근심을 던다고 목에 힘줄이 돋도록 쏟아냈다. 임금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럴 법도 해서 아이를 죽이고 말았다. 그 비상한 아이는 종 하나 달고 그만 목이 달아 난 것이다. 장차 나라를 이끌 제목을 요절하게 한 신하의 이러한 정신이 우리 사회 곳곳에 너무 만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