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선거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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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비의 소리 - 향적
1994년 12월 154호
지난 봄 전임 총무원장 서의현의 삼선으로 야기된 종단 사태는 종도와 국민들을 분노케 하였다. 그것은 한국 불교 현대사에서 하나의 혁명으로 이어졌다. 개혁회의가 출범하여 한국 불교 미래의 새로운 청사진을 펼치는 작업 과정에서 종회의원과 총무원장 선출에 대한 선거 방법이 개혁의 큰 과제로 부상되었다. 그리하여 개혁회의에서 직선제냐 간선제냐의 종헌 채택 문제를 놓고 개혁이 좌초되기 일보직전까지 갔었다. 이러한 진통을 겪고 난 뒤 통과된 안이 종회의원 선출은 직선제이고, 총무원장 선출은 간선제였다. 그래서 지난 11월7일 전국교구 본사에서 종회의원 선거를 실시하였다. 그러나 개혁을 위한 종법 입안자를 선출하는 선거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았다. 왜냐하면 불교 승가공동체에 맞는 선거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각 교구본사에서 시행하는 종회의원 선거가 문중간의 대림을 극대화하여 대중의 화합을 깨뜨릴 수 있는 요인이 있었고, 또 본사 대중의 신임이 없는 후보자가 출마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선되어 오히려 부도덕성을 정당화시켜줄 수도 있었다. 이러한 양상들을 보면서 차라리 종회의원 선출은 수행과 도덕을 겸비한 인물을 산중 임회나 장로 비구 모임에서 선출하는 것이 승가공동체에 더 맞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방법이 불사의 위계질서와 산중의 화합을 위하여 좋을 것이다. 직선제가 민주적인 방식이라 해도, 그것은 세속의 정치 선거에 맞는 것이며, 또한 우매한 다수의 놀이가 될 수 있는 함정도 있다. 이번 11월21일 총무원장을 선출한 선거 과정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들이 돌출하여 사회 언론과 텔레비전에 기사화되어서 종도와 사회 언론이 많은 우려를 표명했다. 선거 과열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이 세속의 정치 선거와 별다를 바 없었고, 무엇보다도 총무원장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의 색채가 불분명하게 드러나 잘못하면 조계종이 두 쪽 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마저 들게 했다. 그리고 선거인단 구성이 각 교구 본사 주지와 삼직이 당연직으로 되어 있어 총무원장 선거를 위하여 서울 총무원까지 출장을 가야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또 본사 행정의 기능을 마비시키고 출장 경비로 예산을 낭비시킨다. 그리고 총무원장 후보자 선거 본부를 설치 운영하고 후보자의 프로필을 제작하여 배포하는 것도 예산 낭비이다. 무엇보다도 불교 지도자 한 사람을 선출하는데 세속 언론까지 떠들썩하게 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스러운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조계종의 선거는 초기 부처님 당시 교단 운영 방법과 부처님 율장 정신에 입각하여 좀더 조용하고 간편하게 치루어 야 할 것이다. 또한 전통 승가의 소임자 방을 짜는 것과 같은 방안이 모색 되어야 만이 불교 개혁의 진정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