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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대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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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우소 - 동은 1999년 08월 210호
나는 염불을 잘하지 못한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지금도 천수다라니를 외울 때면 가끔 끝을 맺지 못하고 계속 뱅뱅 도는 경우가 있다. 강원을 졸업한 뒤에 선방만 다니다 보니 염불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이 한 원인이라 생각되지만, 사실은 내 머리의 하드웨어 용량이 좀 부족한 탓인 듯하다.
그러나 머리 깎고 먹물 옷 입고 있는 몸이기에 염불을 잘 못한다고 해서 할 기회가 영 없는 것은 아니다. 만행을 다니다 보면 본의 아니게 천도재를 지내 줄때도 있고, 법회에 동참해서 의식을 집전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대중이 많아서 합송合誦을 하게 되면 내가 깜빡 잊은 부분도 대중의 힘(?)으로 슬쩍 넘어갈 수 있지만, 그러지 않고 독불공이라도 하게 되면 여간 곤란한 게 아니다. 그것도 기도를 하는 단월이 염불을 잘 하는 경우에는 더욱 더 진땀이 날수밖에 없다.

몇 해 전에 해제를 하고 사형 스님의 토굴에 잠시 머물 때다.
마침 사형 스님은 출타를 하고 혼자 절을 지키고 있었는데, 그 절에 오래 다닌 보살님 한 분이 기도를 왔다. 그런데 말하고 행동하는 모양새가 영 맘에 들지 않았다. 나름대로 절에 오래 다녔다는 상相이 온몸에서 풍겨났다. 주지 스님께서 출타하셨으니 다음에 오라고 해도, 나는 염불을 못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오늘 꼭 기도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마지를 지어 올리고 기도를 시작했다. 모처럼 하는 염불이라 목청을 아주 점잖게 가다듬고 엄숙하게 초성을 뽑았다. 아니다 다를까 보살님도 옆에서 뒤질 새라 큰소리로 염불을 따라 했다. 평소 염불을 잘하던 사형 스님께 불공을 올리다가 신통치 않은 내 염불을 접하니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차츰 내 목소리보다 커지면서 염불을 앞질러 가기 시작했다. 천수경이 끝날 때 쯤되니까 은근히 화가 났다. 예참을 끝내고 보공양진언으로 들어서면서 장난기가 발동했다. 보회향진언, 원성취진언, 보궐진언까지 목청껏 따라 하던 보살님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생전 처음 듣는 진언이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촛대진언 ‘옴 삐죽삐쪽사바하’, 국시진언 ‘옴 후록후룩 사바하’ , 갱두진언 ‘옴 마시서져라 사바하’, 정반진언 ‘옴 고슬고슬 반지르르 맛나맛나 사바하…’
아주 그럴싸하게 진언을 외우며 보살님을 힐끗 쳐다보니 의아한 눈빛으로 내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축원을 끝내고 법당을 내려오면서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호탕하게 웃어 제꼈다. 그러고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참회진언 ‘옴 살바못자 모지사다야 사바하’
보살님 복 많이 받으세요.